콘텐츠 포맷 판매로 '특별한 뭔가'를 창출하는 '썸씽스페셜' 황진우 대표
입력 : 2024.03.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배병만 산업레저대기자] -K-콘텐츠 열풍 타고 포맷 판매도 불티

황진우 대표
황진우 대표
국내에는 술 이름으로 익숙한 '썸씽스페셜'이란 이름을 가진 회사가 있다. 술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방송 프로그램 포맷 수출이라는 다소 생소한 영역의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다. '썸씽스페셜'의 황진우 대표를 만났다.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생소한 용어인데요,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포맷은 소설, 영화 같은 지적 재산(IP)을 콘텐츠로 재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레시피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유명 셰프의 레시피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담고 있는 것처럼, 포맷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노하우를 담은 레시피와 같습니다. 즉, 유명 IP나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레시피처럼 체계화하고, 이를 다른 국가, 언어, 플랫폼에 맞게 재구성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바로 포맷입니다. 실제로 영국의 포맷 학과에서도 포맷을 설명할 때 레시피에 비유합니다.

-잠깐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면 PD 출신으로 콘텐츠를 직접 연출하신 경력이 있으시다 들었는데요, 어떻게 포맷 수출로 전환하시게 됐을까요?

과거 tvN 기획개발 팀장(콘텐츠 이노베이션 팀)으로 일하게 되면서 연출 및 제작에서 손을 떼게 됐습니다. 기획 프로듀서 역할을 하게 된 것이지요. 기획 프로듀서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개발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 콘셉트, 트렌드를 연구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연출보다 기획 직무가 제 적성에 더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후 프로그램의 포맷화라는 직무로 자연스럽게 연결됐습니다. 조금은 필연적으로 이 일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콘텐츠 수출이라고 하면 완성된 콘텐츠를 해외로 보내는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포맷 수출이라는 용어를 접하고 보니 다양한 수출 방식이 있는 듯합니다. 이에 대해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3대 교역 상품은 드라마, 교양 다큐멘터리 (Factual), 그리고 포맷입니다.
포맷의 경우 예능 프로그램 포맷이 가장 많은 교역이 일어나는데, 그 이유는 문화적 언어 장벽과 나라에 따른 웃음과 재미의 포인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포맷 산업에서 드라마영역이 25%이며, 비드라마영역이 75%입니다. 이 75%에 예능 포맷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국내 업계는 드라마, 예능, 교양 이렇게 구분하지만 해외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서는 스크립티드(대본이 있는 것, 드라마)와 논스크립티드(Non-Scripted)(대본이 없는 것, 비드라마)로 구분합니다.
드라마는 자국의 시장과 문화적 관점, 시청자 이해에 맞게 각색이 필요한 반면, 비드라마 포맷은 각색 없이 해외 시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 해외 진출이 용이합니다. 또한, 비드라마 포맷은 제작속도가 빠르고 투자자들의 수익 회수가 빠르기 때문에 (퀵턴어라운드) 이 부분에 대한 관심도가 큽니다.

콘텐츠 포맷 판매로 '특별한 뭔가'를 창출하는 '썸씽스페셜' 황진우 대표
-드라마 포맷 수출도 계속 시도하실 계획인가요?

제작사들과 협력해서 드라마 포맷 수출을 시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적지 않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OTT 업체 등 여러 회사들과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예능 외에 게임이나 웹툰, 웹소설 등을 포맷화하신 적도 있나요?

아직은 없습니다만 사실 저는 회사를 설립할 시점부터 웹툰, 웹소설을 포맷화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웹툰이나 웹소설 등을 국내에서 드라마로 제작하기 전에 바로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서 판타지 장르의 웹툰 또는 웹소설의 배경이 북유럽이라고 한다면, 국내에서는 아무도 드라마로 제작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IP는 북유럽 국가에서는 선호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잘되는 컨텐츠도 있을까요?

저희가 했던 사례 중 <배틀 인 더 박스>(Battle In The Box)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MBN에서 방송을 했던 작품입니다. 당시 국내 방송에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해외에서는 분명히 먹힐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방송이 되기도 전에 포맷 수출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로 영국, 미국 등 무려 23개국에 수출이 성사되었죠. 또한 저희가 자체 개발한 오리지널 포맷 <더 비트박스>(The BeatBox)의 경우, 국내판이 방송되기도 전에 해외로 포맷이 수출돼 제작된 국내 첫 사례입니다.

콘텐츠 포맷 판매로 '특별한 뭔가'를 창출하는 '썸씽스페셜' 황진우 대표
-어떤 콘텐츠가 포맷화에 적합할까요?

포맷을 만들거나, 기존의 포맷을 재개발할 때 5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첫번째는 가장 중요한 독창성(Originality)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작품과 차별화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두번째는 보편성(Universality)입니다. 특정 국가나 문화권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세번째는 반복성(Repeatability). 시즌제나 후속작 제작이 가능한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네번째는 규모성(Scalability)입니다. 국내 포맷 사업 중 가장 부족한 부분인데요. 콘텐츠가 가장 중요한 의도는 유지하면서 현지 규모에 맞게 확장과 축소가 가능한 규모의 유연함을 갖추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적응성(Adaptability)입니다. 다양한 플랫폼, 스폰서십, 기술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포맷 구조가 중요합니다.

-제작사들이 썸씽스페셜과 어떤 식으로 협력을 하게 되나요?

제작사들이 직접 포맷 사업과 해외 수출을 진행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시스템, 네트워크, 노하우 등을 구축해야 합니다. 업계 관련 경험, 콘텐츠 지식 등도 필요합니다. 또한 개발, 해외 유통, 제작 등 분야별 특화가 중요합니다. 썸씽스페셜은 이러한 노하우를 확보하기 어려운 제작사들에게 인프라와 전문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작년 매출이 어느 정도였나요?

코로나 시국 3년간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 거의 셧다운되면서 저희 회사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다행히도 2022년부터는 포맷 사업과 수출이 재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1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에는 작년에 저희가 판매한 포맷 매출에 대한 라이선스 수익도 발생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30~40억 이상의 매출이 예상됩니다.

콘텐츠 포맷 판매로 '특별한 뭔가'를 창출하는 '썸씽스페셜' 황진우 대표
-현재 투자 유치도 진행중이실까요? 이와 관련해 어려운 점은 없으실까요?

네. 현재 진행중입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투자유치와 관련해 어려운 부분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투자자들 중에 포맷 산업에 대하여 잘 모르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또한 투자하시는 분들께서 이 사업이 영속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수치도 보여드리고 아주 어렵게 설명도 드려야하는데요. 아무래도 어려운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콘텐츠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IP를 활용한 수익화인만큼, 포맷은 이 IP를 수익화할 수 있는 핵심 산업으로, 간과할 수 없는 비즈니스 영역입니다.

-썸씽스페셜에 올해 특별한 목표가 있다면?
저희는 올해 오리지널 IP의 상용화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제작되지 않은 IP에 대한 제작을 진행하고 포맷화해서 저희만의 상품으로 보유 판매하는 것을 확대하는 방안이지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시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배병만 산업레저대기자 bae98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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