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핫피플] ‘유상철 선배 편히 쉬세요’ 29살 어린 김민준의 헌정 세리머니
입력 : 2021.06.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전반만 다 뛰게 해주세요, 큰 욕심 없습니다. 중간에 빠지면 너무 그렇잖아요. 항상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울산 현대의 ‘아들(김민준)’은 자신감 넘쳤다. 강력한 메시지에 ‘아빠(홍명보)’가 기회를 부여했다. 그리고 화끈한 득점포로 응답했다.

홍명보 감독의 둘째 아들은 김민준과 동갑이다. 울산은 A매치 휴식기를 이용해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경남 거제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당돌한 신예 김민준이 인터뷰를 통해 ‘많은 시간이 주어지면 더 잘할 수 있다’며 ‘아빠뻘’인 홍명보 감독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울산은 20일 오후 4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성남과 하나원큐 K리그1 2021 14라운드 순연 경기서 난타전 끝에 2-2로 비겼다. FA컵을 포함해 최근 공식 10경기 무패(5승 5무)를 달리며 선두를 지켰다.

홍명보 감독은 U-22 카드로 김민준을 내세웠다. 울산은 전반 13분 힌터제어의 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26분 이스칸데로프에게 실점해 경기는 원점이 됐다.

초반부터 기회를 엿보던 김민준이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전반 31분 홍철이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전에서 절묘한 헤딩골로 연결했다. 이후 김민준은 왼팔에 차고 있는 검은 완장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카메라에 대고 또 한 번 키스를 했다.

이날 울산은 지난 7일 고인이 된 유상철 감독의 추모 경기를 열었다. 울산의 선발 출전 선수들은 현역 시절 그를 상징하는 등번호 6번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별이 된 고인을 기리기 위해 팔에 검은 완장을 찼다. 김민준이 선배에게 세리머니를 바쳤다.

김민준은 준비된 남자다. 지난 4월 7일 FC서울전에서 득점 후 홍명보 감독의 2002 한일 월드컵 스페인전 세리머니를 재연했다. 지난 거제 전지훈련에서 “다음에는 엠블럼 키스 세리머니를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구슬땀을 흘린 김민준이 성남전에서 약속을 지켰다. 엠블럼은 아니었지만, 울산 레전드인 유상철을 위한 헌정 세리머니였다.

김민준과 유상철 감독의 나이 차는 29살. 김민준은 고인과 그라운드를 누빈 적 없고 TV와 구전으로만 ‘엄청난 선수였다’는 걸 들었다. 현재 자신의 스승인 홍명보 감독과 역사를 썼던 인물로 안다. 그런 선배가 떠났다는 소식에 울산의 후배, 축구인으로서 슬픔을 나누고자 약속을 지켰다. 유가족, 홍명보 감독, 형들, 팬들도 고맙고 대견했을 진심이 담긴 장면이었다. 김민준은 후반 14분까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울산은 김민준의 5호 골 분투에도 불구 성남과 비기며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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