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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풋볼토크] 골대 뒤에서 대금 부는 국악 연주가
등록 :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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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지난 3월 K리그 클래식 개막 때 FC서울 서포터스가 자리한 자리에서 흔히 듣는 북소리가 아닌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악기 소리가 흥겹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얼마 뒤 SNS를 통해 하나의 영상이 공유됐다. 제작자는 ‘국립국악원’이었고, 영상은 ‘서울아리랑’이라는 제목의 서울 응원가였다.

사회의 급변 그리고 서양음악이 생활화하면서 우리 음악이라는 국악은 낯설고 어렵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분명 들으면 어깨를 들썩이지만, 여전히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존재다. 그렇기에 국립국악원이 만든 축구응원가는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왜?’라는 물음도 갖게 했다.

그래서 국립국악원에서 국악을 기반으로 한 응원가가 왜 만들었는지 궁금해졌다. 수소문을 한 끝에 이 응원가를 기획한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재 서울 서포터스로 활동하고 있는 국립국악원 대금 연주가 최성호(50) 수석이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국립국악원에서 만난 최성호 수석은 서울 팬이라는 것을 알리 듯 가슴에 서울 엠블럼이 새겨진 아우터를 입고 있었다. 그는 국악응원가를 통해 국악이 생활 속의 음악이 되고, 축구장 응원 문화가 더욱 다양해지길 바랐다.

-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국립국악원에 4개 단체가 있습니다. 궁중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정악단이 있고, 민속음악을 하는 민속악단이 있습니다. 또 창작음악을 하는 창작단이 있고, 무용단도 따로 있고요. 그 중에서 전 정악단에서 대금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지도단원이자 수석단원입니다.

- 입고 있는 옷만 봐도 K리그와 어느 팀을 좋아하는지 단번에 알겠습니다. 서울 서포터로서의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사실 K리그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딸이 축구를 좋아해서 중학생 때부터 축구장을 다녔는데 공교롭게도 집이 수원입니다. (웃음) 딸이 수원에서 서울까지 가서 응원을 하길래 중학생 때는 걱정도 돼서 “아빠랑 같이 축구장을 다니자”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죠. 집이 수원이니까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가자고 했는데 딸 아이가 “축구는 서울”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선수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프리미어리그는 이렇고, 분데스리가는 이래서 좋은 것처럼 자기가 서울을 응원하는 건 서울이라서라고 말하더군요. 그 뒤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함께 다녔죠. 그때가 2011년이었고 이제 6년째네요.

- 국립국악원 유튜브에 ‘서울아리랑’이라는 축구응원가가 있습니다. 서울 응원가인데 이것을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나요?
K리그 어느 서포터스든 응원가가 유럽의 어느 팀에서 부르는 걸 차용하거나 팝송의 가사를 바꿔 부릅니다. 제가 음악을 전공했고, 전통음악을 하니 국악을 기반으로 하는 응원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K리그 클래식 개막전 때 저희 국악원에서 울산 현대, 고양 자이크로, FC안양에 국악응원가 헌정식을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알아보니 국악원에서 프로축구연맹에 의뢰를 했고, 이 세 팀을 소개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수호신 대의원회의 때 국악응원가를 만들겠다고 제안했고, 국악원에도 이야기를 해 협조를 받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음악감독인 홍동기 씨와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함께 해 만든 것이 ‘서울아리랑’이라는 응원가 입니다.

- 사실 스포츠에서 응원할 때 꽹과리, 장구, 북 등이 응원도구로 쓰이기는 했지만 국악으로 응원가를 만들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100년전쯤 우리가 태어났다면 국악이 음악이고, 현재의 음악은 서양음악이라 불릴 건데 지금은 서양음악이 음악, 음악은 국악이 됐죠. 국악이 접근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태어나면서부터 서양음악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죠. 브람스, 모차르트의 자장가부터 시작하니까요. 그건 우리가 잘못한 것이 아니고 수십년 사이에 세상이 급변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악원에서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합니다. 초중고에 국악으로 된 교가를 보급하고요. 지하철을 타면 환승역에서 해금 소리가 나오죠? 그것도 국악원에서 음악 입니다.
서울아리랑도 그렇습니다. 만들면서 응원가가 되려면 생활 속의 음악이 되어야 한다고 봤죠. 체육은 생활체육이 잘 잡혀있지만, 국악은 과거의 음악으로만 고정됐을 뿐이죠. 그래서 누구 할 것 없이 모두의 아리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게 됐습니다.

- 영상을 보면 장구와 태평소만을 이용해서 연주를 했는데요?
영상에서는 장구와 태평소가 각각 2개씩 들어갔습니다. 전주와 간주 부분의 선율 악기가 태평소였고, 전반적인 리듬을 주도하기 위해 장구를 썼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다양한 악기가 들어갔죠. 영상에는 장구, 태평소만 나왔지만 국악은 어떤 악기와 들어와도 이질감 없이 연주할 수 있습니다. 장구가 아닌 북이 될 수 있고 또 꽹과리, 해금이 들어와도 흥겹게 연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야외에서 찍다 보니 휴대성을 위해 장구, 태평소만 이용했죠.

- 서울 팬의 반응은 어떤가요?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정말 대박이라는 반응이에요. (웃음) 그간 서울 서포터스의 응원가가 내지르고 높은 곡들이어서 목이 금세 쉬었죠. 그런데 서울아리랑은 단순하면서도 높지도 낮지도 않아 질리지 않게 하죠. 수원 삼성 서포터스가 그런 곡이 많아서 “우리도 저런 곡이 있었으면” 했는데 서울아리랑이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웃음)

- 국악의 어떤 점이 축구의 역동적인 면과 잘 어울린다고 보나요?
축구는 전쟁입니다. 전쟁 때 부르는 군가 같은 노래는 힘을 내기 위해 박자가 강하고 내지릅니다. 유럽축구를 보면 중저음의 목소리가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으로 그라운드에 쩌렁쩌렁 울리는데 군가나 기존 응원가가 비슷하죠. 반면 국악은 박자감이 있으면서도 희로애락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한국인이라면 몸 속에 내재되어 있는 한국적 DNA를 다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양에서 만들어진 표준화를 바탕으로 한 시대에 살지만, 내 마음 속 아주 깊은 곳에는 거문고가 하나씩 있을 겁니다. 마음속 거문고가 심금입니다. 심금은 줄이 없는 무현금인데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이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전통음악의 DNA가 있습니다. 좋아할 여지가 충분히 있기에 응원가로 접목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죠.

- 앞으로 계속 국악응원가를 만드실 계획인가요?
이게 싹을 이제 틔웠다고 생각해요. 소비자인 축구팬들과 국악을 하는 사람들, 구단에서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 등 모두가 노력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생활음악으로서 우리만의 응원가가 나오리라 봅니다. 외국팀과의 경기 때 한국의 전통이 담긴 응원가가 나오고, 그것이 재생산돼 문화가 된다면 한국적이면서도 응원문화도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그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웃음)

촬영/편집=김정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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