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점유율-지배축구'로 딜레마에 빠진 한국축구
입력 : 2019.01.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59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이 카타르에 0-1로 무릎을 꿇으면서 8강에서 주저앉아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사실 한국은 이번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 이유는 지난 해 8월 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 효과 때문이었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9 AFC 아시안컵 전까지, 7차례 국내외 평가전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 믿음과 신뢰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실전인 2019 AFC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평가전과는 전연 다른 무기력한 전술, 전략 축구로 일관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16강전 바레인과의 대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를 아랑곳 하지 않고 무기력한 전술, 전략의 부정적인 여론에 이를 공격으로 간주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벤투 감독의 불쾌감 표현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고, 또한 8강 카타르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은 매 경기 골을 넣고 있다" "추가 득점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았다"라고 밝히며 본질을 외면하는 주장만을 내세웠다. 물론 벤투 감독에게 평가전과 2019 AFC 아시안컵 16강전 까지 기록한 7승4무의 11경기 무패 행진은 스스로 판단하기에 자부심이며 무기일 수 있다.

그렇지만 벤투 감독이 이 점에 자위하며 8강 탈락의 충격과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앞으로도 또 다시 불쾌감을 표시하고 본질을 외면하는 주장만을 되풀이 한다면, 이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의 2019 AFC 아시안컵 논란 중 가장 큰 원인은 평가전과 실전에서 경기력 차이가 너무 상이했다는 점이다. 분명 벤투 감독이 평가전에서 구사한 '점유율-지배축구'에 의한 양쪽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가담 플레이는 돋보였다. 하지만 정작 2019 AFC 아시안컵에서는 이 같은 플레이는, 전혀 효율적이지 못한 채 약팀들에게도 고전하는 답답한 경기로 일관했다.

그렇다면 벤투 감독 '점유율-지배축구'는 강한 압박이 구사되지 않은 평가전과는 달리, 실전에서 상대의 강한 압박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축구로 단정 지을 수밖에 없다. 벤투 감독은 2019 AFC 아시안컵에서 단조로운 전술, 전략과 선수 활용법 미흡이,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드러났지만 8강전까지 총 5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개선에 의한 변화 시도는 없었다. 결국 이는 한국의 '독'으로 작용 결국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벤투 감독은 지난 1월 1일 2019 AFC 아시안컵 최종 리허설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가진 평가전에서, 취임 후 고수해 오던 포백 대신 스리백 수비전술 카드를 꺼내들고 경기에 임했다.

이에 대하여 벤투 감독은 2019 AFC 아시안컵에서의 여러 상황을 대비한 전술 선택이었다고 밝혔지만, 2019 AFC 아시안컵 무대에서 벤투 감독이 선택한 수비전술은 모두 포백이었을 뿐 스리백 카드는 없었다. 이는 벤투 감독이 얼마나 현실적이지 못한 지도자 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 지도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 관리다. 이 점을 직시할 때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핵심을 이뤘던 선수는 부상으로 2019 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서 낙마했고, 또한 최종명단 승선 선수도 대회 직전 뒤늦게 부상이 밝혀져 현지에서 선수가 대체되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조별리그에서 부터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선수들이 잇단 부상으로 쓰러졌고, 또한 팀이 가장 필요할 때 즉시 전력 자원 선수도 부상 후유증으로 이탈했다. 이는 벤투 감독의 명백한 선수 관리 허점을 드러내는 부문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에게 선수관리는 단지 선수 스스로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실로 깊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될 매우 중요한 문제로서 이는 곧 지도능력이기도 하다. 아무리 선수 기량이 우수하고 팀 전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지도자의 선수 관리 부실로, 부상자가 발생한다면 팀은 평범한 팀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에 벤투 감독의 선수 관리는 누가 뭐라해도 낙제점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부상으로 인한 선수 대체 발탁도 벤투 감독의 지도자로서 뚜렷한 소신과 확고한 주관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문으로 대두된다. 분명 벤투 감독은 2019 AFC 아시안컵 출전 최종 명단에서 대체발탁 선수를 제외시킨 이유를 "소속팀에서 경기출전 시간이 많지 않고 또한 포지션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그 같은 이유가 명백했다면 벤투 감독은 해당 선수 발탁에 원칙을 고수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자신의 말을 뒤집으며 해당 선수를 대체발탁 급기야 지도자에게 도전으로 간주되는 항명 사건을 야기시켰다. 이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벤투 감독의 지도자로서 모순된 소신과 주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며 한편으로 지도자의 권위 포기이기도 하다.

지도자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는 선수의 항명 사건은 어떠한 경우든 긍정과 옹호로 미화 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은 긍정과 옹호론에 부합하여 대체발탁 선수를 급기야 경기에 출전시키는 초유의 사태까지 유발시켰다. 이는 굳이 선수의 부적절한 행동을 논하기 이전에 지도자로서 결코 이해 될 수 없는 처사다. 또한 국제대회 도중 한국축구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선수 개인의 사생활을 허용하는 이례적인 선례도 남기며 너무나도 상식적인 원칙을 저버렸다. 이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진 마인드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안이한 판단이며 결국 이 같은 영향으로 팀웍은 기대할 수 없게 됐으며, 지도자로서도 선수들로 부터 가장 중요한 믿음과 신뢰는 물론 이의 발로에서 비롯되는 존경심을 스스로 땅에 떨어뜨렸다.

굳이 일반적인 조직 생활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조직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조직의 규율과 규칙 이행은 물론 윤리 준수는 필수다. 여기에 이의 이행을 위해서는 리더의 확고한 신념과 리더십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성이 없는 조건에 해당한다. 특히 그 조직이 스포츠라면 이야기는 더 더욱 달라진다. 팀이 어렵고 힘들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역할이다. 가뜩이나 엎친데 겹친 격으로 의무팀 논란까지 붉어지며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벤투 감독은 이를 다잡는 역할보다는 이에 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치며 리더로서 능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2019 AFC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의 '점유율-지배축구'는 충분히 정쟁, 소모적 논쟁이 아닌 비판의 대상으로 도마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이에 이 시점에서는 벤투 감독 '점유율-지배축구'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라는 답은 이미 도출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점유율-지배축구' 실체는 경기장에서 단지 공을 소유하기 위한 백패스, 횡패스 위주의 비효율성 축구에 불과하여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빠른 공격 빌드업 역시 '언감생심(焉敢生心)' 일 수밖에 없었다. '점유율-지배축구'는 어디까지나 여러 상황과 여건을 염두에 둔 수단이어야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와는 무관하게 목적으로서의 '점유율-지배축구'만을 추구하여, 가뜩이나 전술 운영의 폭이 좁은 상태에서 경기를 더욱 어렵게 운영하며 결론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점유율-지배축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술의 폭을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수단에 의한 계획과 조직이 필요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말로는 성취될 수 없으며 오직 훈련으로서만 성취 될 수 있다. 즉, 공을 소유 했을 때 선수의 제1, 2, 3 플레이까지 아우르는 부분전술을 계획하여 조직을 향상시켜야만, '점유율-지배축구'에 의한 빠른 템포의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고 아울러 다양한 공수 옵션도 확보하여 효율적인 축구에 접근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한 두 경기에 만족스러운 경기와 결과를 얻는데 그칠 뿐 그 이상의 것은 없다. 바로 벤투 감독은 이 같은 계획과 조직에 소홀함으로써 2019 AFC 아시안컵에서 자신의 '점유율-지배축구' 신봉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4명의 코치와 함께 개선장군 처럼 당당히 입국하여 자신의 '점유율-지배축구' 철학을 주장했던 벤투 감독은 열정과 소통까지 덧씌워졌고 이를 토대로 미화되어 잠시 한국축구 구세주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 같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이미지는 불과 5개월여 만에 2019 AFC 아시안컵에서, 그의 '점유율-지배축구' 철학과 덕목에 대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분위기와 상황은 완전히 반전 됐다.

이제 벤투 감독이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이 있다. 그것은 지난해 8월 주장했던 '점유율-지배축구' 철학과 대표팀 감독 선임 조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열정을 잊고 진정성 있는 언행과 더불어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지도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고집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점유율-지배축구' 철학 신봉과 함께, 뚜렷한 소신과 확고한 주관 결여로 인한 자기 주관적 주장만을 되풀이 한다면 벤투 감독은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 또 다시 실패라는 오점을 남길 수 밖에 없다.

벤투 감독은 거스 히딩크(73.중국 U-21 청소년대표팀) 감독과 같은 레벨의 세계적 명장이 아니다.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기까지 5개 팀을 전전하며 아직까지 지도력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미완의 지도자다. 직설적으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점유율-지배축구' 철학의 단조로운 전술, 전략은 이미 국내 축구 지도자들도 팀에 현실성 있게 접목하여 나름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 따라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점유율-지배축구' 철학의 단조로운 전술, 전략은 전연 새롭고 신선하지 않으며, 그 실행면과 함께 선수 활용법에서도 국내 지도자 보다 효율성이 떨어져 경쟁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진정 벤투 감독은 성숙된 덕목을 갖추고 겸허해 질 필요성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벤투 감독이 자신의 '점유율-지배축구' 철학을 아무리 강조하며, 자신이 실패한 감독이 아니라고 항변해도 땅에 떨어진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기는 힘들다. "패배했을 때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지켜볼 것이다" 16강전을 앞두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던진 이 말은 곧 협박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며, 또한 8강 탈락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앞으로도 우리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다"라는 말은 한편으로 한국축구의 희망마저 앗아갈 수 있는 실로 위험한 말이어서 암울하기만 하다.

무릇 이 같은 벤투 감독의 말에 대한 답은 명약관하다. 비판의 강도가 더욱 높아질것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벤투 감독 체제에서 더 이상 선수들이 비판의 중심에 서서는 안 된다. 왜, 선수가 죄책감을 느끼고 사죄의 말을 하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는가 하는 이유와 원인에 대하여 벤투 감독은 이제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대회 성적과 경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고 이는 곧 감독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2019 AFC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의 언행은 '시종일관(始終一貫)' 자신의 '점유율-지배축구' 철학만을, 고집하는데 집중했을 뿐 공식적으로 선수에게 공을 돌리고 선수를 배려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국축구에게 2019 AFC 아시안컵 우승은 숙원이었다. 그 숙원을 풀어줄 선수들의 능력은 충분했고 경험 또한 풍부했다. 다만 이런 선수들의 능력과 경험을 쏟아낼 수 있는 전술, 전략은 없었다. 다시 말하면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술, 전략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한국은 8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며 2019 AFC 아시안컵 참가국은 물론, 벤투 감독 조국인 포르투갈로 부터도 조롱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는 한국축구의 자부심과 자존심의 생채기가 아닐 수 없으며 한편으로 씻을 수 없는 수치이기도 하다.

한국은 2019 AFC 아시안컵에서 '영광뿐인 상처'는 고사하고 '조롱뿐인 수치'로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축구가 이렇게 까지 조롱속에 수치스러운 이슈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그 이슈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의 만족스러운 성적과 경기 결과로 인한 자부심과 긍지의 이슈 뿐이었다. 그런 한국축구가 급변하여 세계축구도 아닌 아시아축구에 도전장을 던져 조롱속에 수치스러움을 감내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그렇지만 이에 초연한 대표팀 구성원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파울루 벤투 감독과 4명의 외국인 코치다. 이로 인하여 한국축구는 희망을 기대하기 힘든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전임지도자)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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