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벤투호, 평가전 무패 아시안컵 무기가 될 수 없다
입력 : 2019.01.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한국이 7일 아랍에미리트(UAE)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가진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필리핀과의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경기 결과만 놓고 본다면 당연한 승리였다. 하지만 59년만의 아시안컵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승리였다. 그 아쉬운 승리과정에는 바로 답답한 경기력에 의한 득점력 빈곤이 자리잡고 있다. 객관적, 주관적 모두 절대적 우세에 있던 한국에게, 필리핀은 그야말로 비교대상이 아니었고 오직 대승의 제물에 불과했다.

한국은 이번 2019 아시안컵에서 이란,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다. 그 만큼 한국의 선수 스쿼드와 팀 전력은 우승 후보로서 부족함이 없다. 따라서 한국은 필리핀을 상대로 이에 걸맞는 경기력을 바탕으로 한 다득점으로 강팀다운 면모를 과시 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한국은 강팀과는 거리가 먼 답답한 경기력에 의한 득점력 저하로 남은 조별리그 키르기스스탄과 중국, 그리고 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맞붙게 될 팀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지 못했다.

한 마디로 한국은 정신적, 심리적으로 타 팀의 기선을 제압하지 못한 채 90분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후반 21분 원톱 황의조(27.감바 오사카)가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기 전까지, 필리핀이 펼치는 5-4-1 형태의 수비전술 공략법을 찾지 못한 채 답답한 경기로 일관했다. 공격은 단순한 측면 공격만을 고집하는 단조로움에 그쳤고 기성용(30.뉴캐슬)이 축인 미드필더 역시, 공격 라인과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전개하지 못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필리핀 수비에게 대처 능력 향상으로 작용하므로서 한국은 전반 유효 슈팅이 단 2개에 불과했다. 물론 한국은 전후반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의 철학인 볼 점유율에 의한 경기지배에 부합하는 경기를 펼쳤다. 그렇지만 개인 기량과 경험 그리고 팀 전력의 절대적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는 이 같은 볼 점유율에 의한 경기지배 축구는 당연 시 되어 의미는 퇴색된다. 문제는 이 같은 벤투 감독 축구 철학을 바탕으로 한, 정확하고 빠른 패스와 공격 빌드업이 실종되어 단 1골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이의 원인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상대 밀집수비 상태에서 공격의 비효율성을 입증한다. 상대가 극단적인 밀집수비 전술을 구사할 때 이를 공략하기 위한 개인과 부분적인 전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에 대한 공략법으로 단 두 가지 전술 밖에는 구사하지 않는 특징을 보여줬다. 그것은 이재성(27.홀슈타인 킬), 황희찬(23.함부르크) 윙 플레이어와, 측면 풀백인 이용(33.전북 현대), 김진수(27.전북 현대)의 오버래핑에 의한 공격 가담이었다.

상대가 밀집수비 전술을 구사할 때 공격 빈도와 공격 숫자를 생각하기 보다는 효율성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는 밀집 수비를 펼치는 상태에서는 원활한 플레이를 펼치기 위한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격 숫자까지 더해지면 더욱 좁아진 공간으로 인하여 공격라인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바로 한국은 이런 경기 운영으로 득점에 실패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은 조급함에 빠졌고, 급기야 어처구니 없는 패스 미스와 불필요한 파울에 의한 경고로 분위기마져 저하시켰다.

누가 뭐라 해도 밀집수비 공략법 중 핵심은 감독의 전술, 전략 변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답답한 경기 흐름 속에서도 쉽게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고, 단지 예상 외의 기성용 부상과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 교체로 인한 황인범(23.대전시티즌)과 이청용(31.보훔)을 뒤늦게 기용 자칫 치욕을 당할 있었던 경기에서, 밀집수비 해법을 찾는데 숨통을 트며 천신만고 끝에 승점 3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물론 벤투 감독 축구철학을 단 한 경기만으로 '왈가왈부' 한다는 것은 모순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약체 필리핀과의 맞대결에서 일방적인 공격를 펼치고도 밀집수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한국이 원했던 다득점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분명 벤투 감독 축구철학의 문제점을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에 벤투 감독에게 밀집수비 공략에 대한 해법 찾기는 하나의 숙제가 아닐 수 없으며 이는 곧 벤투 감독 축구철학의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벤투 감독은 앞으로 조별리그 키르기스스탄과 중국 그리고 우승 성취를 위한 결승전까지 남은 경기에서 상대의 밀집 수비와 원톱 황의조에 대한 집중 마크로 득점 루트가 고립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팀 플랜 A 4-2-3-1 전술에서 패스와 드리블 등 개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새도우스트라이커 기용과 더불어, 미드필더의 역할을 단지 플레이 전개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어디까지나 공격수와의 세밀한 연계플레이와 과감한 1선 침투 등으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가운데 중. 장거리 슈팅도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전술, 전략의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과거 대표팀과 별반 다르지 않은 프리킥, 코너킥에서의 득점력을 높일 수 있는 세밀하고 정확한 세트피스도 염두에 둘 필요성이 있다. 특히 간과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은 밀집수비를 펼치는 상대와의 대전에서 스리백 수비 전술 윙백과 같이 포백 수비 전술 풀백의 잦은 공격가담이 과연 바람직한가도 한번 곱씹어 봐야 한다. 한국은 필리핀 전에 풀백의 공격 가담을 밀집수비 주 공략법으로 선택했지만, 선수 개인의 공격 공헌도는 비효율성에 그쳤고 상대 역습 상황 시 수비 대처 능력 또한 떨어지는 단점을 노출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따라서 풀백의 공격가담을 자제하고 윙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돌파에 의한 플레이를 구사 밀집수비를 교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공격력 극대화 방안의 전술, 전략이 요구 된다. 아무리 파울루 벤투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을 고수하는 스타일의 지도자라고 해도, 필리핀 전과 같이 답답한 경기가 지속되는 상태에서는 지도자의 전술, 전략과 지략 그리고 선수 기용의 변화는 불가피성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투톱과 스리톱의 4-4-2, 4-3-3 등과 같은 전술 변화 시도는 필연에 해당한다. 분명 한국과 필리핀 전에서 한국은 승리를 거뒀지만 실망스러운 경기 성적표를, 반면 필리핀은 패했지만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로 한국에게 대회 첫 경기가 갖는 부담감으로 어려운 경기였다 라는 점은, 선수 능력과 팀 전력이 뚜렷한 상태에서는 부끄러운 위안거리 밖에 될 수 없고, 또한 한국축구가 필리핀 전에 이를 논하기에는 합리화 시킬 수 없는 수치에 불과하다.

또한 두 번 다시 필리핀 전과 같은 답답한 경기를 펼친다면 '기다려 보자'라는 공감대 역시 더 이상 공유하기 힘들다. 벤투 감독은 작년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평가전에서 7경기에서 3승 4무 무패를 기록하며 좋은 분위기를 조성 자신의 축구철학에 믿음과 신뢰를 구축했다. 이는 부임 이후 실전에 임한 아시안컵에서 무기가 될 수 없다는 사실로 나타났다. 이는 어디까지나 실전에서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축구철학으로 나타나야, 믿음과 신뢰의 지속성을 이어 나갈 수 있다.

그렇지만 벤투 감독은 실전 첫 경기에서 약체 필리핀에 자신의 축구 철학인 볼 점유율에 의한 경기지배 만을 보여줬을 뿐 그 밖의 철학은 단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 만약 벤투 감독이 앞으로 남은 실전 경기에서도 자신이 주장한 축구 철학속에 밀집수비에 대한 공략법을 찾지 못한다면,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는 가운데 한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5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도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전임지도자)
사진=대한축구협회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