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현지르포] 북한국제축구대회서 남북 교류의 가능성 엿보다
입력 : 2018.08.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에이팩스 스포츠 매니지먼트 제휴=평양(북한)] 김준우= 사단법인 남북체육교류협회와 4.25 체육단 주최로 열린 아리 스포츠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는 올해 4회째 대회로 이번 대회는 북한 평양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 캐스팅을 맡은 에이팩스는 벨라루스 프리미어리그 소속 샤흐툐르 살리호르스크를 이끌고 참가하게 되었다. 육로를 통해서 평양에 도착한 대표단과는 다르게 우리는 ‘민스크-모스크바-노보시비르스크-블라디보스토크-평양’, 총 4번의 경유 끝에 북한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양 시내 모습: 낮이 되어서야 건물들이 눈에 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무려 8시간 연착 후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한 평양 국제공항은 아담하지만 꽤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도착했을 때는 해외에서 귀국한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껴서 다소 복잡한 검역과 입국 심사를 마친 후, 공항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북한 측 안내원들의 안내를 받아 대동강 옆에 위치한 양각도 국제 호텔로 이동했다.

선수단 버스로 이동하며 창 밖으로 본 평양은 서울과는 완전 반대의 모습이었다. 서울의 밤이 네온사인과 온갖 불빛으로 화려하다면, 평양의 밤은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불빛만 있고 굉장히 차분했다.

공항에서 평양 시내로 들어가기까지는 흡사 우리나라의 시골길처럼 도로에 가로등도 찾기가 힘들어 오직 버스의 헤드라이트에만 의지해야 했다. 그렇게 깜깜한 도로를 30분 가량 달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우리 대표단 외에도 중국과 러시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보조 경기장에 걸려있는 슬로건
여독을 풀고, 다음날부터 대회를 시작하기 전까지 본격적으로 현지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은 조금 외진 곳에 위치한 4.25 체육단 축구 보조 구장에서 진행되었다.

주 경기장과 보조 경기장 모두 인조 잔디 구장이었는데, 훈련장 곳곳에 선수들 사기 증진을 위한 문구들이 북한 선전물 특유의 글꼴과 색으로 구장 울타리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4.25 체육단의 주 경기장도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좌석 색감과 주변 숲의 나무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김일성 경기장
훈련과는 다르게 이번 대회는 예선전부터 본선까지 모든 경기가 평양 시내에 위치한 김일성 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

김일성 경기장 내부에는 감독 회의실, 샤워실, 드레싱 룸 외에도 선수들이 몸을 풀 수 있는 실내 운동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경기장 복도에는 북한의 ‘체육 영웅’들의 활약상이 벽에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특히 여성 마라토너들의 활약과 여자 축구 대표팀의 사진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북한 여성 체육인들의 위상은 경기장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필드 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홈팀 평양국제축구학교는 여성 코치들이 있었고, 대회 경기의 절반은 여성 주심 부심들로 배정되어 있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아직도 일등 신붓감은 ‘집안일 잘하는 여자’라고 말하는 남성 중심의 북한 사회에서 이와 같은 모습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모습이었다.

김일성 경기장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점은 그 규모가 아닌 경기장의 깨끗한 시설과 환경이었다. 특별히 뛰어난 시설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경기장과 좌석이 상당히 깨끗했는데 이것에 대한 해답은 경기 시작 전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본인의 조부인 김일성의 이름을 딴 이 경기장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중들의 수준 높은 공공 의식과 관람 매너를 강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평양의 거리에 쓰레기를 찾을 수 없는 것 또한 버릴 것이 없어서가 아닌 이러한 당의 지도(?)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김일성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
대회 개막 당일, 개막 경기로 4.25 여자 축구단과 하나은행의 축하 경기가 있었다. 경기가 시작하자 관중들이 자리에 차지 시작했다. 전반이 끝나갈 무렵 경기장은 6만 명의 관중으로 빈틈없이 채워졌다.

거의 대부분의 관중들 차림새가 하얀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어 멀리서 보면 좌석인지 관중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대부분이 동원 관중이었지만, 모두 즐겁게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평양의 학생들이 많이 동원되었는데 학교별로 준비한 응원을 가지고 응원 대결을 하는 이색적인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선수들 몸짓 하나하나에 들려오는 6만 관중의 소리는 몸에 전율을 넘어 소름을 돋게 하기 충분했다. 국내 리그와 대표팀 경기에서도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의 관중들을 유소년 경기에서 보게 된 것이다.



축하 경기가 끝나고 4.25 축구단과 남강원도 팀의 경기 대기 시간에 북한의 가요들을 전광판으로 틀어주었는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반갑습니다’를 첫 곡으로 틀어주며 대회의 흥을 올렸다.

본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들은 홈 팀인 4.25 축구단과 우리 강원도 팀을 함께 응원해주는 장면이 훈훈함을 자아냈다. 연천군, 남강원도(이상 대한민국), 4.25 축구단, 평양국제축구학교(이상 북한), 베이징 인화(중국), 하바롭스크(러시아), 분요드코르(우즈벡키스탄), 샤흐툐르 살리호르스크(벨라루스) 등 총 8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는 북한 두 팀이 월등한 기량을 뽐내며 결승에 진출했고, 3일 간의 대회는 홈팀인 4.25 축구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짧은 머리를 한 ‘인민군’ 같던 북한 선수들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15세 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빠른 스피드와 높은 조직력으로 상대팀들을 손쉽게 제압하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보며 북한의 축구에 대한 높은 인기와 선진 축구 문화에 대한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비록 대북 제재로 인해 초청하지 못했지만, 해외 유명 구단들이 평양에서 개최되고 국제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북한 팀이 참가하는 대회라는 이유로 참가 의향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현재 남북 프로팀의 교류는 없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남북 프로팀들의 정기전을 갖거나 또는 북미의 MLS(캐나다. 미국)처럼 두 나라 간의 통합 리그 조직이 가능해지면,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시장성을 높이고 침체 되어있는 우리 프로축구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최종 순위 -
1. 4.25 축구단
2. 평양국제축구학교
3. 남강원도
4. 분요도르크
5. 연천군
6. 하바롭스크
7. 샤흐툐르 살리호르스크
8. 베이징 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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