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영원히 존중 받을 이동국과 미우라의 무한 열정
입력 : 2018.05.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슈퍼맨 이동국(39, 전북 현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은 사실상 무산됐다. A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이동국을 제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이동국의 월드컵 출전은 이렇게 무산됐다.

신태용 감독의 결정도 이해는 간다. 그리고 대표팀 선수 선발은 감독의 절대적인 권한이다.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으로서는 자신이 구상하는 축구를 구현하기 위한 선수를 선발해서 나가야 한다. 뛰어난 선수라도 감독의 구상에 맞지 않다면 선발에서 제외되는 것은 당연하다. 스웨덴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복귀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것도 비슷한 예다.

그렇지만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는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 이동국은 현재 국내 공격수 중 출전 시간 대비 최고의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조커로서의 가치가 뛰어나다. 월드컵에서 경기 막판 상황을 바꿀 ‘한 방’을 갖춘 선수다.

그래서 신태용 감독이 이동국을 제외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 아쉬움과 그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었다. 여전히 이동국은 요긴한 공격 옵션이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를 볼 때 이동국의 월드컵은 사실상 끝났다고 하겠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총 51분을 뛴 게 이동국의 월드컵이다.

하지만 이동국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다. 이는 몇 년 전부터 그의 한결 같은 입장이다. 국가대표 은퇴는 곧 선수 생활을 은퇴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 이동국과 미우라가 보여주는 국가대표 향한 의지
항상 국가대표를 생각하는 이동국에게서 ‘일본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미우라 카즈요시(51, 요코하마 FC)의 모습이 떠오른다. 두 선수는 12년 띠동갑이지만 축구와 국가대표를 향한 열정적인 모습은 똑같다.

미우라는 일본 축구의 상징이나 다름 없지만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적은 없다. 일본의 첫 월드컵 출전이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예선에서 맹활약했지만 본선 멤버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우라는 항상 국가대표를 목표로 삼았다. 선수라면 항상 국가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선수 생활을 이어간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월드컵은 나의 영원한 꿈이며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이러한 목표 설정은 2012년 일본 풋살 대표 선발로 이어졌다.)

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동국이 언급한 것과 같다. 이동국은 선수라면 언제나 국가대표를 노려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이름값으로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닌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국가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이동국이 지난해 8월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를 앞두고 다시 선발된 것도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을 갖췄기에 다시 붉은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 끝나지 않을 축구 열정
미우라는 국가대표 선수로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동국도 또 다시 기회가 올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대표라는 목표를 놓지 않을 것이다.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욕심이 아닌 항상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의 축구 열정을 불태우기 위함이다.

이동국은 지난해부터 “언제 은퇴할 지 모른다. 올해를 마치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은퇴를 암시한다기 보다는 그만큼 매 순간 절실한 마음을 갖고 축구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가대표도 선수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최우선 목표이기에 그 목표를 위해 달려간다는 것이다.

미우라도 같다. 그는 단순히 기록을 늘리기 위해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후반전 추가시간에 잠깐 출전을 했는데 “이렇게 할 바에는 안 뛰는 것이 낫다”고 했다. 선수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이라는 자책성 발언이었다.

이동국과 미우라는 월드컵과 관련해서는 불운한 기억을 갖고 있다. 좌절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쓰러지지 않고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선수가 됐다.

그렇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앞을 바라보고 있다. 축구를 향한 이동국과 미우라의 열정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내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이동국
“자신이 어떻게 하고 나아가야 하는지 중요하다. (지난 일보다) 오늘, 지금이 중요하다.” - 미우라 카즈요시

사진=전북 현대, 요코하마 FC,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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