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선수의 해외진출 선행 조건 세가지
입력 : 2018.01.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축구 선수들에게는 하나의 큰 꿈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해외진출이다. 선수의 해외 진출은 곧 국내 축구의 좁은 틀을 벗어나 더 큰 세계로의 도전에 의한 자기발전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때문에 더 큰 세계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열망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한국축구의 해외진출 선구자는 전 차범근(65) 감독으로 대표된다. 차범근 감독은 1970년대 후반 당시에는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던 세계 최고의 클럽 리그인 서독(현 독일) 분데스리가(SV 다름슈타트)에 진출하여 올해의 분데스리가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며 10여 년 동안 프랑크푸르트(1980)와 레버쿠젠(1988)을 각각 UEFA컵 우승으로 이끈 것은 물론 총 308경기에 출전, 98골을 터뜨려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 외국인 최다 출전 및 최다 득점을 기록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이후 허정무(63.대한축구협회 부회장)와 김진국(67.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이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과 서독의 다름슈타트에 입단하여 한국 선수의 해외진출에 개척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한국 선수들의 해외진출 무대는 일본 프로축구 태동으로 1990년대 일본 J리그로 선회하여, 선수들의 해외 진출 명맥은 계속 이어져 왔지만 이는 특정 선수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한동안 선수의 해외 진출은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2년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세계축구에 한국 선수들의 가치를 확인시켜 준 대회로 자리매김하여 FIFA월드컵 후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그야말로 봇물을 이뤘다.

한일 FIFA월드컵에서 4강을 이끌었던 황선홍(50.FC서울 감독), 유상철(47.전남 드래곤즈 감독), 홍명보(49.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안정환(42), 이영표(41.축구해설위원), 박지성(37.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 이천수(37.축구해설위원), 설기현 (39. 성균관대학교 감독)등이 일본, 미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벨기에 리그에 진출 모든 선수들에게 세계진출은 하나의 꿈이 아닌 현실 가능한 도전의 무대로 받아들여졌다. 실질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1983년 프로축구 태동과 함께 가시화 됐지만, 이 같이 많은 선수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하며 현재는 선수의 해외진출은 일반적인 가운데 진출국도 일본과 유럽이 주를 이루던 진출국에서, 중국, 중동, 동남아 등으로 까지 다변화 되어 있으며 선수도 유소년부터 청소년 선수까지 연령대도 낮아져 선수의 조기 해외진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있다.

한국과 같은 축구 개발 도상국가에서의 선수 해외 진출은 축구 발전과 더불어 인재육성이라는 측면으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유. 청소년 유망주들을 해외에 진출시키는 정책도 필요하다. 한 국가의 축구 발전은 선수들의 해외진출은 물론 유. 청소년 유망주들을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달려있다. 유. 청소년 유망주들이 국내에서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신의 노력에 의하여 스스로 크고 자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해외에 진출시켜 국내에서 겪지 못하는 경험을 쌓도록 해주는 것도 축구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한국축구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된 축구 여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발전을 위한 변화의 시스템 역시 추진되고 있고, 또한 능력 있는 지도자들의 지도로 많은 유. 청소년 유망주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부풀리고 있다.

한국축구 유. 청소년 유망주들의 최대 관심사는 해외진출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2000년대 중반까지 유. 청소년 유망주들의 관심사는 브라질에 편중된 남미 유학이었다. 이에 많은 선수들이 브라질 축구를 경험하며 자신의 꿈을 키우는데 매진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 보다는 실패에 가까웠고 이로 인하여 유. 청소년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은 신중함이 요구됐다. 이 점은 현재도 마찬가지여서 무분별한 선수의 해외진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선수의 해외진출에 있어서 국제축구연맹(FIFA)과 각국의 규정이 강화되어 있는데, ①FIFA 외국인 선수 등록 규정 ②비유럽 쿼터제도 ③아시아쿼터제 등이 대표적으로 서 선수 해외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선수의 해외 진출에 이 같은 점의 감안과 함께 진출 국가의 축구 특성과 스타일, 시스템, 환경, 문화까지 고려되지 않으면 안 된다. 뿐만이 아니라 몇 가지 유념 사항이 있어 이를 외면한 해외 진출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첫 번째는 바로 선수의 기량이다. 기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해외 진출은 선수의 불행만 자초한다.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해외 진출로 성공 보다는 실패의 쓴 맛을 보고 중도 귀국하는 선수는 부지기수다.

두 번째는 해외 진출에 있어서 팀 선택도 선수의 성공 좌우한다. 무작정 나가보자는 의욕과 욕심에서 비롯된 팀 선택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택 팀의 적절성, 가능성, 코칭스탭 구성, 기타 등등을 꼼꼼히 살펴 팀 선택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수의 기량과 스타일을 참작한 팀 선택이다. 만약 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 팀 선택은 선수에게 '뛰지 못하는 선수는 선수가 아니다'라는 시련만 안겨준다.

세 번째는 유럽행만이 최고의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선수들에게 유럽이 기회의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축구의 '보고'라는 데에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굳이 제1 조건이 유럽행 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선수 자신의 능력에 의한 경쟁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는 팀이라면 얼마든지 바람직하다. 그런 관점에서 아시아는 물론 비유럽국가도 선수에게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선수의 해외 진출은 여러 가지로 '심사숙고(深思熟考)'가 필요하다. 비록 아직까지 한국축구가 축구 선진국과 같은 여건과 환경, 시스템, 분위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국내 축구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팀과 훌륭한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는 많다.

한편으로 선수가 현재와 같은 한국축구 선수 수요 불균형의 탈출구로서 한 방법과 맹목적인 변화에 대한 의지만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한다면 이는 자칫 선수 자신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차후다. 만약 선수가 은퇴 후 다양한 진로 개척까지 염두에 두어 해외진출을 시도한다면 분명 미래에 대한 답은 YES로 귀결될 수 있다. 이에 선수의 해외진출 관건은 선수든 차후 문제든 현명함이 뒤따르는 가운데 실리를 챙길 수 있어야만 한다. 선수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발전을 의미한다. 우물 안에 갇혀있던 선수들이 희망의 끈을 잡고 축구의 더 큰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게 된 지금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선수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까지 아우르는 철저한 준비 속에 기량과 자질을 갖춘 상태에서, 현실적인 성공의 확신이 섰을 때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자기발전의 영역이라는 것을, 어차피 축구선수 생활은 도전 그 자체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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