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한국은 스트라이커 DNA가 왜 보이지 않을까
입력 : 2017.12.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축구의 스트라이커(Target man)에 가장 중요한 임무와 역할은 득점을 올리는데 있다. 그만큼 스트라이커는 득점을 위하여 공격 최전방에서 활약하며 득점을 위한 플레이에 매진해야 한다. 따라서 그 어느 포지션 선수보다도 깊은 관심과 때로는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다. 여기까지는 스트라이커로서 임무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선수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스트라이커로서 이 같은 임무와 역할을 수행해 내지 못한다면 스트라이커는 비난에 시달리고 한편으로 역적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그런데 이런 스트라이커가 현재 한국 축구에 보이지 않는다. 스트라이커는 한 때 한국 축구의 자랑 중 하나로 손꼽혔다. 이에 한국축구가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아시아의 맹주로 우뚝 설 수 있었고, 또한 9연속 FIFFA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를 쓰는데 주인공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현재 한국축구에 이런 스트라이커가 보이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프로축구 대다수 팀의 스트라이커는 외국 용병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며 팀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 만큼 국내 출신 스트라이커는 경쟁력에서 뒤져 설 자리가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선수의 스트라이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리 만무다.

여기에 성적지상주의와 인조잔디에 대한 문제점도 스트라이커의 기량 정체를 초래하여 한국 축구를 책임질 스트라이커가 발굴되고 성장하는데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대다수 팀에서의 스트라이커는 전문적인 스트라이커로서 갖춰야할 조건과 능력을 등한 시 한 채 단지 스트라이커로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신체적인 우월성과 파워를 갖춘 선수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트라이커는 골키퍼와 마찬가지고 포지션 특성에 맏는 조건을 타고나야 한다. 그래야만 스트라이커로서 성장 속도가 빠르며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에도 쉽게 다가설 수 있다. 현재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유소년 및 학원축구 선수 중 스트라이커로서 소질과 재질을 타고나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가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유망주도 상급 레벨의 팀으로 올라 갈수록 전문 스트라이커로 육성되기 보다는 팀의 필요성에 의한 반짝 스트라이커에 머무는데 그치고 있다. 과거 한동안 외국인 골키퍼가 프로축구 골문을 도맡아 국내 골키퍼는 설 자리가 없었다. 이에 국내 골키퍼 육성 저해라는 문제점이 제기되어 마침내 1999년부터 외국인 골키퍼 영입 금지 규정을 제정했다. 따라서 더 이상 프로 축구에서 외국 용병 골키퍼 모습은 볼 수 없게 됐고 그 결과 현재 외국인 골키퍼 영입 금지 규정으로 인한, 국내 골키퍼 육성의 결실이 나타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아 해외 진출이라는 성과물까지 낳고 있다.

이 점을 상기할 때 전문적인 국내 스트라이커 육성을 위한 제도적 보완까지도 아우르는 변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는 김용식▶최정민▶이회택▶차범근▶황선홍▶이동국 등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탁월한 득점력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능력 역시 뛰어났다. 한 마디로 득점력만 갖춘 스트라이커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현대 축구의 스트라이커는 단지 득점력만 뛰어나서는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소화하기 힘든 흐름이다. 개인기와 창의성까지 두루 갖춘 상태에서 전방과 측면을 오가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많은 활동량과 더불어, 전방 압박이 가능하고 2선에 위치한 선수들의 득점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최근 한국 축구에서 이와 같은 능력을 갖춘 스트라이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에 스트라이커 인재가 없는 걸까. 아니면 지도자의 지도력과 안목이 숨겨진 인재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답은 아니다로 집약된다. 한국 축구에도 유소년 및 학원축구에 유능한 스트라이커 재목감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에 스트라이커의 육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스트라이커로서 갖춘 조건과 능력을 향상시켜 한국축구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스트라이커는 경기에 임하여 단 몇 분을 뛰더라도 득점을 기록해야 하는 숙명적인 포지션이다. 아무리 현대축구 스트라이커의 활동 폭과 양이 골 결정력을 뛰어넘었다 해도 득점력 만큼은 숙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한국 축구도 선수가 신장의 우월성과 파워를 갖추고 있으면 전방을 책임질 수 있다는 과거의 스트라이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대 축구에 부합하는 스트라이커를 육성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진정 한국 축구에 세계적인 스트라이커가 아니더라도 아시아를 호령하던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스트라이커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걸까. 아쉬움과 함께 안타까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스포탈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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