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신태용의 무모한 실험, 한국 축구에 상처만 남겼다
입력 : 2017.10.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씁쓸했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다. 완벽한 구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러시아, 모로코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스페인 같은 유럽 최강팀을 상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대비한 신태용호의 유럽 원정은 최악의 결과로 막을 내렸다. 흔치 않은 유럽 원정이기에 소기의 성과를 냈어야 했다. 그러나 가능성, 희망은 고사하고 문제점만 드러났다.

유럽 원정에 나선 A대표팀에 몇몇 포지션의 자원은 부족했다. K리거가 배제된 채 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로만 구성하다 보니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좌우 윙백은 유럽 원정 시작 전 윤석영의 부상으로 오재석, 임창우만 선발했기 때문에 2경기를 치르기에는 선수 부족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선수 부족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상황에 맞게 대응을 하지 못한 탓이 크기 때문이다.



▲ 변형 스리백 실험은 무리수였다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 모로코를 상대로 변형 스리백을 가동했다.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전술 준비였다. 의도는 충분히 공감한다. 또한 그래야 한다. 다양한 전술 준비는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무리수였다. 변형 스리백을 가동하려면 그에 따른 준비 단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표팀은 며칠의 훈련을 통해 변형 스리백을 훈련했다. 난이도가 높은 고급 전술인데 단 며칠로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선수들은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은 이해하지 못했다. 숙지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러시아, 모로코전 대량 실점의 가장 큰 원인은 변형 스리백에 있었다. 두 경기의 수비수 구성이 달랐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수비수 간에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 스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며 경기를 어렵게 가져갔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모로코전 전반 27분 만에 포백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미 대표팀은 러시아에 2-4로 패했고, 모로코에도 0-2로 끌려가던 상황이었다. 실전에서 실험을 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완전하지 않은 선수 구성에서 실험은 무모한 선택일 뿐이었다. 오히려 선수들의 자신감만 꺾게 하는 요인이었다.



▲ 포지션 전환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 모로코전을 통해 두 선수의 포지션 변화를 주었다. 이청용과 김영권의 윙백 전환이다. 전문 윙백(혹은 풀백)이 오재석, 임창우 뿐이기 때문에 두 선수의 포지션을 바꾼 것은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의미가 없는 포지션 전환이었다.

김영권은 중앙 수비수다.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 당시 왼쪽 측면 수비수를 맡은 적이 있지만 이미 6~7년 전이다. 중앙 수비수 중에는 측면 수비수 역할도 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렇지만 김영권이 두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는 선수는 아니다. 더구나 포백의 측면 수비수도 아닌 스리백 전술의 윙백은 더욱 생소할 수밖에 없다.

어색한 위치에서 뛴 김영권이 러시아전에서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스리백의 한 축을 맡았다면 안정감 있는 수비라인을 이뤘을 지도 모른다.

이청용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윙백 위치에서도 특유의 공격 전개와 측면 돌파는 살아있었다. 러시아전의 2골 모두 이청용의 발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청용의 그러한 역할은 자신의 본래 위치인 측면 공격수에서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윙백에서 뛰다 보니 포지션의 이해가 부족해 구멍으로 전락했다. 러시아전에서 김주영의 2번째 자책골 상황은 이청용이 사전에 차단했다면 벌어지지 않았다. 모로코전에서도 경기 내내 상대 공격수의 돌파를 막지 못했다. 전반 10분 모로코의 2번째 골의 시발점이 된 크로스 상황도 이청용이 압박 수비를 했다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청용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측면 공격수의 수비 전환은 대표팀, 프로팀에서 곧잘 있었다. 차두리처럼 포지션 전환을 위한 훈련도 아닌 이상은 모두 실패했다.

신태용 감독의 이청용, 김영권 포지션 전환은 대표팀이 유럽 원정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게 한 원인이 됐다.



▲ 유럽 원정에서 얻은 것이 있는가
공격 과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정을 짓지 못했다. 손흥민이 370일 만에 A매치 골을 터뜨렸지만 토트넘에서 보여주는 파괴력 넘치는 플레이와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기성용이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도 발견했으나 마땅한 파트너가 보이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유럽 원정을 통해 선수들의 현재 경기력, 월드컵에서 만날 수도 있는 상대와의 경쟁력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것들이 실제 어떻게 구현되는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두 경기에서 상대에게 쉽게 읽히는 단조로운 움직임, 마음만 앞설 뿐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는 경기력 등 한계만 노출했을 뿐이다. 얻은 것은 하나도 없었고, 호기롭게 떠난 유럽 원정은 큰 상처만 남겼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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