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히딩크의 순수한 의도가 왜곡되고 있다
입력 : 2017.09.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잠시 잠잠해졌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이름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어떠한 형태로든 한국축구에 힘을 보태겠다”는 그 말 한마디로 얼마 전 이슈가 됐던 대표팀 재부임 의향도 논란을 증폭하는 요소가 되었다.

히딩크 감독이 자신의 매니저라 할 수 있는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을 통해 자신의 의향을 전달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노제호 총장은 지난 6월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히딩크 감독님이 한국 대표팀 감독에 관심이 있으니 남은 2번의 최종예선은 임시 감독으로 하고 월드컵 본선은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게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히딩크 감독과 노제호 총장은 근 20년을 함께 한 사이다. 히딩크 감독의 확인 없이 이러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낼 수 없다.

메신저 내용은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일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감독을 원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기여하고 싶은 역할 중 가장 큰 역할이 감독이기 때문에 하나의 예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 절차가 문제다
먼저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어떤 비즈니스가 문자 하나로 제안을 할 수 있을까? 노제호 총장은 직접 협회 인사를 만나 히딩크 감독의 의향이 담긴 공식적인 문서를 전달했어야 했다. 하다못해 대면을 하거나 전화통화라도 이루어졌어야 한다.

노제호 총장은 김호곤 부회장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메시지를 하나 보냈을 뿐이다. 또한 당시 협회는 신임 감독은 국내 지도자로 가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김호곤 부회장은 히딩크 감독 복귀설이 불거진 뒤에 노제호 총장과 처음 전화통화를 했다. 메시지 하나로 의향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부회장님~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대감독을 히딩크 감독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진출 시킬 감독 선임하는게 좋을듯합니다.월드컵 본선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후 좀더 많은 지원자중에서 찾는게 맞을 듯 해서요~~~ㅎ”

노제호 총장이 보낸 메시지다. 누가 이걸 보고 제안이라고 생각할까?



▲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에 욕심 없다
히딩크 감독이 처음 의향을 드러냈던 6월은 분명 대표팀 감독에 대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한국 선수들과 함께 월드컵 무대를 누비고, 좋은 성과를 내 15년 전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노(老)감독의 마음은 모두가 공감하고 박수 보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형식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듯하다. 취재 결과 히딩크 감독은 이미 여러 팀에서 감독 제안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다 거부했다. 당분간은 지도자로 컴백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아무리 감독에 욕심이 있더라도 히딩크는 매너를 안다. 기존 감독을 억지로 내려 앉히고 자신이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가 대표팀 감독을 원했다면 이미 6월에 협회에 적극적인 의사 타진을 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 왜 히딩크 ‘감독’만 생각하나
사실 논란이 될 필요가 없는 문제다. 그런데 포커스가 히딩크 ‘감독’으로 맞춰지면서 얽히고 또 얽히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을 위해 일하고 싶어한다. 올해 71세의 나이를 고려할 때 내년 월드컵은 히딩크 감독이 현장을 찾는 사실상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말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명장이다. 그가 가진 네트워크도 엄청나다. 월드컵을 개최하는 러시아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총감독, 기술고문, 대표팀 총괄 비상근 협회 부회장 등 다양한 방식의 역할을 맡길 수 있다. 그것이 히딩크 감독이 가진 자산을 한국 축구가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히딩크 감독은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감독이 아닌 고문 역할이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현재 내가 하기로 한 일(월드컵 기간에 방송 해설)이 있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은 어려울 수 있다.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말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여기서 히딩크 감독의 “하지만”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이 대표팀 감독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독특한 화법을 생각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은 항상 여지를 두는 식으로 말한다. 상황이 언제 바뀔 지 모르기 때문에 확정적인 발언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 히딩크 감독만의 노련한 화법인 셈이다.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봐도 현재 히딩크 감독이 직접적으로 감독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한국 축구에 힘을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것이 와전과 왜곡을 겹쳐 지금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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