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관전평]일본 열도를 휩쓴 4-1 대승 쓰나미 보다 강력했다
입력 : 2017.12.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국축구가 일본을 상대로 하여 7년동안 짓눌려 있던 자존심과 명예의 무승 징크스를 2017년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 벗는데 성공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것도 4-1 대승이었다. 이 같은 스코어는 일본에게는 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인 패배다. 한국은 1차전 중국과의 1차전에서 전반 초반 선제골을 허용한 후 전후반 전혀 다른 경기력으로 2-2로 비긴 뒤 2차전 북한과의 대결에서는 행운의 자책골로 1-0으로 승리하여 1승1무(승점 4)를 기록 2위였고, 일본은 1차전에서 졸전 끝에 경기종료 추가시간 터진 극적인 골로 북한을 1-0으로 꺾고 2차전에서도 중국을 힘겹게 2-1로 제압하며 2연승(승점 6)을 거둬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에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만큼은 양팀 모두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같은 전력 불안정의 모습을 보여줘 경기전 승부의 무게 중심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한국과 일본 경기는 역사적인 상황과 맞물려 숙명적인 라이벌전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에 한일전은 과정보다 오직 승리뿐이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사실 한국은 2017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출전한 일본을 꺾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 이유는 2017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한 우라와 레즈 멤버와 부상자들이 빠진 순수 J리거로만 '급조된 최약체 팀'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런 일본을 만나 전반 2분 고바야시 유(30, 가와사키 프론탈레)에게 허를 찔리는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며 일말의 불안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한국은 자칫 경기 분위기를 일본에 넘겨줄 수 있는 상황에서, 전반 12분 김신욱(30, 전북 현대)이 그림 같은 헤더 동점골을 터뜨리며 일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고 한국은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전반 22분 정우영(28, 충칭 리판)의 환상적인 프리킥 역전골과 35분 김신욱의 추가골로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으며 후반 24분에는 염기훈(34, 수원 삼성)의 프리킥에 의한 고바야시 유의 자책골까지 이끌어 내는 경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서 한국은 신태용(48) 감독이 대회 전 공언한 결과와 내용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싸늘한 축구 팬들의 시선은 물론 신태용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까지 '시시비비'를 가릴 정도의 여론에서도 일단 자유스러워 질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일본 축구의 특징인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플레이와 측면 활용 패턴 공격을 차단하기 위하여 고요한(29, FC 서울), 윤영선(29, 상주 상무), 장현수(27, FC 도쿄), 김진수(25, 전북 현대) 포백 조합으로 일본과 맞섰다.

누가 뭐라해도 일본전의 키워드는 중국과 북한전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한 전술과 경기력 개선에 의한 변화였다. 그 개선과 변화는 신태용 감독의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 선택에 의한 경기력 극대화로 나타났고 선수들의 필승의지와 좋은 컨디션이 이를 뒷받침 했다. 축구에서 중원 플레이가 실종되면 경기를 지배할 수 없고 더불어 공수 밸런스가 무너져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플레이를 전개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기초 상식에 해당한다. 이는 곧 수비에게 수비력을 배가시키며 엄청난 체력소모와 공격 역시 활발한 움직임과 유기적인 플레이를 제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한국은 중원에 정우영과 주세종(27, FC 서울)을 포진시켜 일본의 조직적인 미드필더 플레이에 족쇄를 채웠다.

여기서 두드러진 부분은 바로 중원의 수적 우위와 압박의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격진이 상황에 따라서 중원 수비에 가담하며 우월성은 물론 경기 리듬을 조절하는 경기운영을 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같은 선수들의 효율적인 수비 가담으로 한국은 한국 축구의 병폐로 자리잡은 무의미한 휭백스 남발을 벗어나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빌드업에서 까지 효과적인 직진 패스를 구사하며 대표팀이 펼친 경기력 중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일본전 최고의 히어로는 단연 최전방 김신욱이었다. 경기전 한편으로는 일본의 바히드 할릴호지치(66, 유고슬라비아) 감독에게 읽혀 플랜B 가치성에 대하여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투톱으로 포진한 이근호(34, 강원 FC)와 상호 유효적절한 보완 플레이로 일본이 꿰뚫고 있었던 김신욱 카드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일등 공신이 됐으며 이근호도 많은 활동량으로 포지션 체인지에 의한 효과적인 플레이는 물론 수비 1선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성실성을 보여줬다.

축구에서 양쪽 측면을 활용하는 공격에서 최대의 효과를 가져 오기 위한 플레이 방법은 네 가지가 대표적이다. 즉, 개인의 드리블 돌파와 상대 수비 배후의 공간을 이용하는 지능적인 움직임, 그리고 공격 및 미드필더와의 빠른 2:1 패스, 아울러 중앙 미드필더와 풀백 및 윙백의 오버래핑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네 가지 조건의 플레이를 펼치게 되면 플레이에 여유로움을 가지게 되어 빠르고 정확한 크로스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김진수의 공격력을 배가 시키는 적극적인 공격가담에 의한 김진수의 크로스 김신욱의 헤더골은 한국이 안고 있는 비효과적인 측면 공격과 부정확한 크로스 구사에 대한 모범 답안으로 집약된다. 그것은 크로스에 빠르기와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라운드 볼이냐 로빙볼이냐 아니면 선수냐의 '선택'이 우선 전제된 크로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진수의 김신욱 '선택'을 위한 크로스는 적절했다.

승리는 결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정신력에 의한 각오로 얻어질 수 있는 결과물의 전부는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지속적인 훈련으로서 개인의 기량과 팀 전력을 향상시켰을 때 성취할 수 있는 결과물일 뿐이다. 따라서 이번 한일전에서의 대승은 좋은 경험이며 단 한 경기로 끝나서는 안 될 소중한 경기다. '옥에 티'였던 1실점도 결코 선수 개인의 집중력 부족과 실수를 논하기 이전에 커버플레이와 같은 조직력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반해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대두됐던 세트피스 득점은 의미가 있어 더욱 갈고 닦아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 결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이 같은 현실은 한국이 모든 면에서 발전할 수 있다는 지표다.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한국과 맞상대할 스웨덴, 멕시코, 독일은 한국보다 가진 것이 훨씬 많은 강자다. 반면에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 한국이 보여준 성과는 솔직히 절반의 성취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러시아 FIFA월드컵 개막을 약 6개월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이 스웨덴, 멕시코, 독일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실로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 한국이 보여준 모습을 벗어나기 위한, 변화의 몸부림은 하루가 급하고 해결해야 할 심각성 또한 높다.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발전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경기 종료 후 일본 열도를 휩쓴 쓰나미에 피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그 주인공이 있었다. 그는 바로 일본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바히드 할릴호지치감독이었다. 그는 "힘, 순발력, 기술, 개인 운영 능력, 모든 면에서 일본을 크게 앞섰다. 한국을 칭찬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이번 대회에 소집을 하지 못했던 선수가 11명 정도인데, 그들이 있었다고 해도 한국을 이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진정한 명장다운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자세고 평가였다. 여기에 덧붙어 한국은 포메이션 선택, 작전, 전술, 압박, 세트피스, 경기운영, 필승의 지향점이 돋보여 더 이상 논할 필요성도 없이 박수 받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김병윤(전 전주공고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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