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토프 현장프리뷰] '궁지 몰린' 신태용호, 멕시코 물어뜯을 '이빨' 드러내라
입력 : 2018.06.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조용운 기자= 궁지에 몰린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신태용호가 이빨을 드러낼 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자정(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난 1차전에서 스웨덴에 패하며 F조 최하위로 밀렸다. 멕시코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탈락이 유력해진다. 신태용 감독도 멕시코전에 배수의 진을 치겠다고 다짐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 듯, 벼랑 끝 신태용호가 이빨을 드러내야 한다.

▲ 트릭에 갇힌 스웨덴전, 벼랑 끝 몰린 신태용호



한국은 궁지에 몰렸다. 스웨덴과 1차전에 맞춰 모든 것을 쏟았지만 결과는 0-1 패배였다. 트릭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꽁꽁 감췄던 전술과 전략은 무용지물이었다. 가장 해볼 만하다고 평가받던 스웨덴을 상대로 한국은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무릎을 꿇었다.

스웨덴전 결과는 한국에 치명타였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보였는데 또 다시 이탈자가 발생했다. 박주호였다. 그는 스웨덴전 전반 26분 만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남은 경기 출전은 불가능하다. 왼쪽 수비는 물론이고 중원까지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었기에 손실은 두 배로 느껴졌다.

가장 크게 잃은 건 축구팬들의 신뢰였다. 트릭에 갇혀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몇 차례 실수를 범한 김신욱, 장현수, 김민우 등은 분노의 대상이 됐다. 한국에서의 성난 여론이 러시아까지 전해지면서 선수단 분위기도 최악으로 흘렀다. 손흥민도 22일 FIFA와 인터뷰에서 "선수단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라고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떨어질 곳도 없다. 그래서 멕시코전이 중요해졌다. 신태용 감독도 멕시코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전에서는 배수의 진을 치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라며 “선수들이 침체돼 있다. 그러나 월드컵은 한 경기로 끝나지 않는다. 아직 2~3차전이 남아있고, 멕시코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반전될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선수 대표로 나선 이재성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1차전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해 실망도 했지만 선수단 미팅으로 의지를 다잡았다. 멕시코전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온 힘을 다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 변수로 떠오른 날씨+관중, 그래도 신태용은 멕시코를 안다



신태용호가 제 아무리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지만 멕시코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이미 지난 1차전에서 증명됐다. 멕시코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FIFA랭킹 1위 독일을 격파했다. 빠른 스피드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독일의 발을 묶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멕시코가 한국을 압도한다는 평가다.

대다수의 유럽 주요 매체들도 멕시코의 완승을 예상하고 있다. 영국 ‘BBC’의 축구 전문가 마크 로렌스는 멕시코의 1-0 승리를 점찍었다. 영국 ‘후스코어드닷컴’은 멕시코의 2-0 승리를 예상하며 “한국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올 것이다. 하지만 독일전 멕시코의 경기력을 보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경기장 분위기 역시 멕시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멕시코 관중의 압도적 응원이 예상된다. 22일 기준 FIFA가 예상한 멕시코 관중수는 8600명이다. 순수하게 FAN ID로 예측된 멕시코 국적 관중수다. 그러나 미국 등 다른 국적을 가진 멕시칸들도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돼 실제 관중은 3~4만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응원단은 대략 900명으로 추정된다.

날씨 역시 변수로 떠올랐다. 폭염으로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까지 치솟았다. 베이스캠프를 차린 상트 페테르부르크와 비교해 10도 이상 차이가 난다. 경기 당일 킥오프 시간에도 기온은 30도 다다를 것으로 예보됐다. 더위에 익숙한 멕시코에 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신태용 감독도 “생각보다 많이 덥다. 상트 베이스캠프와 최대 15도 차이가 난다. 선수들의 적응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두가 멕시코의 승리를 예상하고, 모든 조건에서 불리한 상황. 그러나 포기하기는 이르다. 신태용 감독에게도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멕시코를 잘 아는 자다. 2년 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멕시코를 1-0으로 잡았다.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는 비슷한 스타일의 아르헨티나를 꺾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도 올림픽과 U-20 월드컵에서의 경험을 되새겼다. 그는 “두 경기가 (멕시코전을 준비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중남미 팀을 이길 수 있는 노하우가 쌓였다. 맥을 잡 짚으면 멕시코전도 해볼 만하다. 리우올림픽에서 뛴 선수들이 지금 멕시코 대표팀에 있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얘기하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 누구나 인정하는 에이스 손흥민...결국 그가 해내야



2년 전 멕시코전을 재현하고자 하는 신태용 감독.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도 그와 같은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손흥민은 황희찬과 함께 선발 출전해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때와 장소는 달라졌지만, 한국이 다시 한 번 멕시코를 꺾기 위해선 손흥민의 활약이 절실하다. 결국 그가 한국의 이빨이 돼야 한다.

손흥민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나는 팀의 공격수 중 한 명이고, 골을 넣어야 할 책임이 있다. 내가 해야 한다. 팀 전체의 자신감을 위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만약 팀이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논했다.

스웨덴전에서는 단 1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팬들의 우리의 경기력에 큰 실망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고,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라며 “부담이 되는 경기다. 멕시코가 독일을 꺾을 정도로 강한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기다”라고 멕시코전을 통해 반전을 약속했다.

신태용 감독도 손흥민의 활약을 믿었다. 손흥민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그는 “손흥민은 아시아 최고 선수다. 지난 경기는 공격 기량을 못 보여줘 아쉬운 평가를 받았지만 많이 헌신하는 선수다. 멕시코전에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이재성 역시 “손흥민은 아시아 최고의 선수다. 그와 함께 뛰는 것이 영광이고 그가 잘 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같이 희생하면서 잘 맞춰나가는 것이 손흥민과 함게하는 길”이라고 손흥민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픽= 박대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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