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에이징 커브와 평균의 함정
입력 : 2018.05.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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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지난 스토브 리그의 화두는 ‘베테랑 한파’였다. 이종욱, 정성훈, 채태인, 최준석 등과 같은 ‘노장’ 선수들에겐 추운 겨울이었다.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었지만, 적잖은 진통 끝에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3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 FA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엔 선수의 성장과 노화를 객관적인 수치로 제시한 ‘에이징 커브’가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세이버메트리션은 타자의 경우 만 26세에서 27세 사이에 전성기를 맞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에는 그 시기가 만 25세까지 앞당겨졌다는 의견까지 등장하며 30대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는 더욱 물음표가 달렸다. 그에 따라 30대 선수들의 계약 규모나 기간은 대폭 줄어들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나는 과연 한국의 에이징 커브가 미국과 비슷할지, 혹은 한국만의 특수성이 있을지다. 만약 한국만의 특징이 있다면, 우리는 무턱대고 선수의 노화에 대해 단언할 수 없다. 두 번째 질문은 과연 에이징 커브가 절대적인지에 대한 의심이다. 일반인 가운데에서도 건강을 일찍 잃는 사람이 있지만 오랫동안 체력을 유지하는 사람 또한 있기 때문이다. 에이징 커브에 대해 더욱 면밀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에이징 커브



KBO리그의 에이징 커브-1 (*가로축: 나이, 세로축: wRC+)


위 그래프는 KBO리그의 에이징 커브를 구한 것이다. 리그와 구장에 따른 차이를 고려해 조정 타격 생산력을 나타내는 wRC+를 기준으로 했다. ‘생존자 편향(Survivor Bias)’을 배제하기 위해 선수 경력의 마지막 연도는 계산에서 제외했다.

그래프에 따르면 KBO리그 타자들의 전성기는 만 27세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전성기가 26~27세라는 기존 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다. 에이징 커브에 따르면, 타자는 23세까지 성장한 후 전성기급 활약을 이어간다. 그리고 31세 전후를 기점으로 공격력이 하락하는데, 36세부터는 이 폭이 눈에 띄게 커진다. 하지만 이 그래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획일적인 에이징 커브의 한계

통계에는 ‘평균의 함정’이라는 개념이 있다. 평균이라는 단일한 값만으론 자료 전체를 파악할 수 없으며, 그 분포를 함께 살펴봐야 함을 지적하는 말이다. 아래의 예시를 보자.

0, 1, 2, 3, 4, 996, 997, 998, 999, 1000

위 숫자들의 평균은 500이다. 그러나 10개의 숫자 중 어떤 것도 평균에 가깝지 않다. 과연 500이란 숫자가 위의 숫자들을 대표할 수 있을까?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과연 야구 기록이 저런 양상을 띠고 있지 않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하나의 선만으로 나타낸 에이징 커브가 평균만을 보여주고, 분포는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KBO리그의 에이징 커브-2(*가로축: 나이, 세로축: wRC+)


상위 25%와 하위 25%의 기록을 제외하고 분포를 나타낸 에이징 커브는 위와 같다. 나이별 구간을 살펴보면 분포가 넓게 퍼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동 나잇대 선수 간의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기존의 에이징 커브는 선수들 전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이 선수는 젊으니까 발전할 것이다’라거나 ‘저 선수는 나이가 많으니 성적이 나빠질 것이다’라고 섣불리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그래프 없이도, 우리는 단편적인 에이징 커브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겨울, 어렵게 새로운 기회를 쥔 베테랑 타자들은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채태인(롯데 자이언츠)은 1루 대수비 및 대타 요원으로 활약하며 ‘채천재’라는 별명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정성훈(KIA 타이거즈)은 이범호의 부상을 공수 양면에서 메꿨다. 최준석(NC 다이노스) 또한 장타력을 과시하며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평균이 모든 현상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이와 같은 평균의 함정은 그동안 사회 전반에서 지적돼왔다. 혹시 우리가 그런 함정에 빠져서 나이가 있는 타자들에 대해 섣부른 단정을 했던 것은 아닐까.


기록 출처: STATIZ

야구공작소
박광영 칼럼니스트 / 에디터=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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