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주대은 기자= 손흥민이 부진을 끝낸 동료를 배려했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지난 16일(한국 시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 상대로 2-1 승리했다. 토트넘은 4연승과 함께 리그 2위 자리를 지켰다.
토트넘은 지난 4라운드 번리전(5-2 승리)과 같은 라인업을 선택했다. 4-2-3-1 전형이었다. 최전방에 손흥민이 출격했다. 2선에는 마노르 솔로몬-제임스 매디슨-데얀 쿨루셉스키가 손흥민을 지원했다.
중원에는 이브 비수마와 파페 사르가 선발 출전했다. 포백엔 테스티니 우도지-미키 판더벤-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가 호흡을 맞췄다. 골키퍼 장갑은 굴리엘로 비카리오가 꼈다.
경기 내내 토트넘이 셰필드를 밀어 붙였지만 골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골을 넣은 쪽은 셰필드였다. 후반 28분 구스타보 하머가 긴 스로인을 그대로 슈팅으로 이어갔고,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고 들어갔다.
토트넘은 승리를 위해 교체를 가져갔다. 후반 35분 손흥민-파페 사르-마노 솔로몬을 빼고 브레넌 존슨-히샬리송-이반 페리시치를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경기를 뒤집은 주인공은 히샬리송이었다. 히샬리송은 후반 추가 시간 7분 페리시치의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10분엔 클루셉스키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했다.
최근 부진을 이어가던 히샬리송이 만점 활약을 펼치며 토트넘을 승리로 이끌었다. 히샬리송은 국가대표 경기 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난 9일(한국 시간) 브라질 국가대표팀은 2026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볼리비아를 만나 5-1 대승을 거뒀다.
브라질은 승리를 즐겼으나, 히샬리송은 아니었다. 최근 토트넘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히샬리송에게 볼리비아전은 약팀을 상대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부진했다.
선발 출전한 히샬리송은 슈팅 4번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문을 외면했다. 게다가 골 찬스 2번을 날리며 부진했다. 경기 후 축구 통계 업체 ‘풋몹’은 히샬리송에서 평점 6.4를 부여했다. 브라질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낮은 평점이었다.
히샬리송의 속상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후반 26분 교체 아웃된 뒤 벤치에 앉아 눈물을 글썽거렸다. 히샬리송의 눈물은 경기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히샬리송은 브라질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난 5개월 동안 그라운드 밖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안정됐다. 내 돈만 노리던 사람들이 더 이상 내 옆에 없다”라며 그동안 있었던 개인사를 털어놨다.
히샬리송은 에버튼 시절 프리미어리그(PL) 수준급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에버튼 유니폼을 입고 152경기 53골 14도움을 올렸다. 토트넘은 히샬리송 영입에 6,000만 파운드(한화 약 988억 원)를 투자하며 기대했다.
그러나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 시즌 35경기 출전 3골 4도움에 그쳤다. 이번 시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번 경기 직전까지 5경기에 나서 1골을 넣었다. 한 골 마저 리그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는 카라바오 컵 득점이었다.
개인사의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히샬리송이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에이전트 헤나투 벨라스코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에이전트를 교체했다.
히샬리송은 “이제 영국에서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다. 토트넘에서 다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며 부활을 예고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문제가 사라지자마자 좋은 활약을 펼쳤다. 히샬리송은 이번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경기 후 축구 통계 업체 ‘풋몹’은 히샬리송에게 평점 7.9를 부여했다.
경기 후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은 히샬리송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기뻐했다. 팬들을 향해 히샬리송을 가리키며 승리의 일등 공신임을 알리기도 했다.
주장의 면모가 돋보였다. 손흥민과 히샬리송은 포지션 경쟁자다. 원래 손흥민은 측면 공격수, 히샬리송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주로 뛰었지만 이번 시즌 손흥민이 최전방에 기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히샬리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손흥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 경기에서 손흥민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경쟁자 히샬리송은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보다 경쟁자가 더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오로지 팀 승리에만 집중했고 히샬리송 득점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경기 후 손흥민의 이야기를 ‘클러치 포인트’가 전했다. 손흥민은 “히샬리송이 지난주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 지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히샬리송의 골을 보는 것이 내가 넣는 것보다 더 좋았다”라며 주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클러치 포인트’는 손흥민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토트넘의 강한 유대감과 팀원의 성공에 대한 진정한 행복을 조명한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풋볼 런던은 “선수들은 모두 나란히 서서 승리를 축구하기 위해 남쪽 스탠드로 갔다. 손흥민은 히샬리송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고 싶어했다”라며 손흥민의 행동을 주목했다.
손흥민의 리더십에 대해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칭찬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은 새로운 주장을 찾아야 했다. 토트넘의 상징이던 해리 케인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고, 골키퍼 요리스는 팀 내 입지가 확 줄었다.
그렇게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토트넘 감독 포스테코글루는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새로운 주장으로 이상적이다. 손흥민이 세계적인 선수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는 선수단 내에서 그룹을 초월해 존경을 받는다"라며 손흥민 주장 임명에 대해서 말했다.
영국 현지도 포스테코글루 감독 선택에 놀란 눈치였다. 영국 ‘풋볼 런던’은 “손흥민 주장 선임은 토트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요리스와 케인이 떠난 상황에서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준 것은 토트넘이 좋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이기도 하다. 또 그는 현재 토트넘 최장기 1군 선수이자 구단 내 가장 핫한 스타”라면서도 “사실 토트넘 내부에서 손흥민이 주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 의아함을 가지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구단에서 존경받는 선수이지만 토트넘 리더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팀의 연장자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31세인 그가 그동안 토트넘의 리더 그룹의 일부는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팀 내에서 입지가 좋은 것과 라커룸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다소 다르다. ‘풋볼 런던’은 “요리스, 케인, 에릭 다이어,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가 리더 그룹에 속해있었다. 그래서 손흥민이 주장으로 임명될 때 클럽 안팎에서 놀라움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손흥민의 리더십에 힘입어 토트넘은 리그 개막 이후 5경기 4승 1무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4연승이다. 시즌 초반 해리 케인의 이탈로 어려운 시즌이 예상됐으나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순항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클러치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