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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번트, 야구의 숨겨진 맛을 찾아서
입력 : 20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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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기습번트는 발이 빠른 선수들에게만 주어진 출루 무기다. 수비수들이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기습번트는 손쉽게 안타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발 빠른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주로 번트 타구를 많이 수비하게 되는 1루수와 3루수는 정상적인 수비 위치보다 한 걸음, 혹은 그 이상 타자에게 다가간다.

기습번트는 정면승부를 하지 않고 안타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노히트를 진행 중인 투수에게는 기습번트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은 이런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양상문 전 LG 감독은 찰리에게 노히트 노런을 허용할 때, “정정당당하게 기록을 저지하고 싶었다.”고 하며 타자들에게 번트를 금지시켰다는 이야기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번트 안타를 자신의 주요 공격 수단으로 삼은 선수들이 있었다. 단일 시즌 가장 높은 번트 안타 성공률(46%)을 기록한 윌리 타베라스는 2007년 6.9타석당 하나 꼴로 번트를 시도하면서 시즌 전체 안타(119개)의 30% 가량인 38개의 번트 안타를 생산했다. 217개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번트 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후안 피에르는 2003년 8.4타석당 한번 번트를 시도하는 등 자신의 빠른 발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하였다.



2018 시즌 KBO 번트당 타석 수


KBO에도 빠른 발을 이용해 번트 안타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선수가 있다. 대표적으로 박해민이 그렇다. 박해민은 ‘14-’18 시즌 동안 59개의 번트 안타를 생산했다. 박해민이 기록한 번트안타는 같은 기간 2위인 강한울과 2배 정도 차이 나는 기록이다.

박해민은 번트 안타 개수만큼 번트 시도에도 적극적인 타자다. 박해민은 매 시즌마다 7~9타석당 한번 꼴로 번트를 시도하는 타자다. 번트당 타석이 10타석 미만인 타자는 ’14-’18 시즌 동안 5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에서는 박해민뿐이다.



최정민은 상당히 많은 타구를 번트로 만들어내고 있다.(사진=OSEN)


최정민은 다른 선수들과 상당하게 차이가 나는 번트시도 횟수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최정민은 3타석당 한번 꼴로 번트를 대고 있다.

최정민이 이렇게 번트를 자주 시도하는 모습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최정민은 ‘16시즌에도 177타석을 소화하면서 3.4타석당 한번 꼴로 번트를 시도했다. 이 기간 같은 수의 번트 안타를 기록한 오지환이 14개의 번트 안타를 만들기 위해 들어선 타석은 1892타석이다. 2016년에는 인터뷰를 통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주자의 진루를 우선시하여 기습번트, 희생번트를 우선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정민의 번트 시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이다.



번트 안타 상위 10명의 단타, 번트 안타 기대득점 비교


*REa(Run Expectancy Added): 타석에서 추가한 기대득점(RE)

번트 안타가 일반적인 안타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주자가 없는 경우뿐이다. 그러나 모든 타자가 그렇지는 않다. 몇몇 타자들은 휘둘러서 만든 안타보다 더 나은 결과를 번트를 통해 만들어냈다. 번트 안타를 많이 만든 상위 10명의 타자들은 번트 안타 하나당 평균 0.480을 생산했다. 이들이 번트 안타를 제외한 단타를 통해 생산한 기대득점은 평균 0.454점로 번트 안타의 기대득점이 더 높았다. 이들에게는 번트 안타가 오히려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10명 중에서도 정수빈과 박해민은 이 차이가 유독 크다. 정수빈은 번트 안타 하나당 평균 0.592점을 얻었으나 그 외의 단타로는 0.480점밖에 얻지 못했고 박해민도 번트 안타로 0.558점, 그 외의 단타로는 0.467점을 얻어 차이가 컸다. 반면 최정민을 포함한 다섯 명은 번트 안타가 안타보다 비효율적으로 나타났다. 최정민은 번트 안타 하나당 0.384점을 생산했으나 그 외 단타를 통해서는 0.573점을 생산했다.



번트의 달인 조동화 (사진=OSEN)


번트와 아티스트를 합해 ‘번티스트’라고 불렸던 조동화는 인터뷰에서 “기습번트를 해서 안타가 되면 그만의 스릴이 있다.”라고 말했다. 타자의 기지가 만들어낸 기습번트는 야구의 숨겨진 맛 중 하나이며, 타자에게 새로운 공격 루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듯이 과한 번트 안타 시도는 타자 스스로 자신의 기회를 소모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기습번트는 타자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타자가 자신의 강점을 살려 상대의 의표를 찌를 수 있다면 새로운 공격 방법이 되지만, 지나치면 타자 스스로 자신의 기회를 소모하는 결과를 낳는다. 둘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은 타자의 몫이다.


기록 출처: STATIZ

야구공작소
김우빈 칼럼니스트 / 에디터=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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