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클라시코] 무리뉴와 펩의 9번째 엘클라시코...히든 카드는?
입력 : 2012.01.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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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또 만났다. 코파 델레이 8강전에서 마주치는 두 팀은 지난 2년 동안 무려 열한 번이나 맞붙었다. 출전 가능한 모든 대회에서 상대한 셈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는 “이제 지겨울 정도”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한 시즌에 두 차례 정도 볼 수 있는 ‘세기의 전쟁’ 엘클라시코 더비는 이제 시리즈물처럼 느껴진다. 최근 스페인 라리가의 우승 경쟁의 둘만의 대결로 압축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잦은 엘클라시코는 필연...언제나 사실상 결승전
양 팀의 객관적 전력상 잦은 맞대결은 당연한 결과다. 바르사는 현존 세계 최고의 팀으로 불린다. 세계 챔피언이자 유럽 및 스페인 챔피언이다. 이런 바르사를 타도하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막대한 투자로 전력을 끌어올렸다. 사돈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법인데 원수의 승승장구에 복통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갈락티코 시대를 열었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의 복귀로 새로운 갈락티코가 구성됐다.

“다른 리그에 있었다면 우승컵을 늘리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라는 레알 마드리드 감독 주제 무리뉴의 말처럼 바르사 외에는 레알 마드리드를 꺾을 수 있는 전력을 갖춘 팀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두 팀이 나란히 승리해 나가다 보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날 수 밖에 없다. 두 팀의 만남은 필연이다. 엘클라시코의 결과가 우승 트로피의 향방을 결정한다. 언제, 어디서 만나느냐가 달라질 뿐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사는 지난 시즌 코파 델레이 결승전에서 격돌했다. 이번 코파 델레이 8강전도 사실상 결승전이다.

▲ 바르사 시대...엘클라시코 역대 전적 동률 눈 앞
잦은 만남이지만 승자는 계속 바르사였다. 2009/2010시즌에 인터 밀란을 이끌고 바르사를 격파하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감독 무리뉴를 영입한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사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코파 델레이에서 우승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엘클라시코 연패 행진을 끊어냈다. 올 시즌 라리가 우승 경쟁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5점이나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레알 마드리드는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1-3 완패를 당했다. 15연승 행진도 끝났다. 당시 스포츠 베팅업체는 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 확률을 더 높게 점쳤다. 그러나 이 패배로 인해 다가오는 코파 델레이 8강 1차전이 마드리드의 안방에서 열림에도 불구하고 바르사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둘의 대결이 워낙 잦았기 때문에 최근 전적이나 통계 설명은 두 팀의 맞대결 횟수 만큼이나 따분하다. 역대 상대전적에선 레알 마드리드가 86승 45무 85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에 패한다면 전적상 동률이 된다. 무리뉴 부임 이후에는 바르사가 4승 3무 1패로 앞선다. 과르디올라 부임 이후 8승 3무 1패로 바르사가 최근 전적에선 절대 우위다.



▲ 무리뉴, 페페 중원 카드 다시 쓸까?
두 팀의 대결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이 가장 큰 기대감을 갖고 주목하는 승부다. 중립 팬들에게도 최고의 관심사다. 세계 최고의 선수와 감독이 한 자리에 모여 벌이는 현대 축구의 기술과 전술의 정점을 음미할 수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최고의 카드를 가진 두 감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변화의 폭이 큰 쪽은 지난 맞대결에서 완패를 당한 레알 마드리드다. 무리뉴는 전술 계획에 대한 모든 정보 유출을 차단했다. 경기 전 훈련도 비공개로 치렀다. 하지만 경기 전 기자 회견에서 “3~4명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전술을 내세우리라 예고했다. 이어 “홈에서의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홈에서 져도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면 된다. 바르사전에서 가장 완벽한 결과는 4강 진출이다”라는 말로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할 것이라는 힌트를 줬다.

레알 마드리드 편향 언론들이 ‘무리뉴의 카드’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카탈루냐 지역 기반의 바르사 편향 일간지는 무리뉴가 페페의 미드필드 기용 카드를 예상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수비진에 공백이 생겼다. 말라가전 승리의 주역 자미 케디라가 부상으로 결장이 확정되었다. 풀백 알바로 아르벨로아는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 베테랑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는 부상자 명단에서 탈출했으나 아직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수비진 운용의 폭이 좁다.

지난 엘클라시코 더비에서 라이트백으로 깜짝 출전한 파비우 코엔트랑은 분투했지만 100%의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코엔트랑은 사비 알론소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라이트백 포지션에는 수시로 중원까지 커버할 수 있는 라스 디아라의 출전이 유력하다. 마르셀루는 부동의 레프트백이다. 문제는 세르히오 라모스의 센터백 파트너다. 부상에서 회복한 페페가 라모스와 중앙 수비 콤비를 이루거나 전진 배치되어 중원에 트리보테가 구성될 수 있다. 페페가 전진할 경우 라울 알비올이 라모스의 짝이 된다.

페페의 전진 배치는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 코파 델레이 우승컵을 안긴 ‘신의 한수’였다. 페페는 당시 미드필드진에서 가장 앞선 자리에 배치되어 강력한 전진압박을 구사했다. 바르사 패스 줄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차비 에르난데스 사이의 공간을 장악했다. 이 때문에 리오넬 메시는 볼을 전달 받지 못하고 표류했다. 볼을 받기 위해 2선으로 내려가면 페페의 터프한 수비에 가로막혔다. 페페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드필더로 나서든 수비수로 나서든 모두 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앙헬 디마리아의 부상 회복 경과가 좋지 않은 가운데 공격진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메주트 외칠의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페페가 트리보테(3인 미드필드 전술)의 일원으로 나설 경우 카림 벤제마가 이들과 스리톱을 구성할 것이다. 만약 페페를 후진 배치하고 보다 공격적인 자세로 나선다면 곤살로 이과인이 2선 공격수로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벤제마와 이과인은 최근 동시에 출격한 경기에서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 디마리아, 카카, 호세 카예혼 등은 조커로 활용될 수 있는 카드다.



▲ 과르디올라, 승리 방정식 고수할 듯
승승장구하고 있는 바르사는 새로운 전술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바르사 역시 공격 포지션에 많은 부상자로 인한 전력 누수가 있기 때문에 고민할 만큼 많은 카드를 보유한 것도 아니다. 바르사의 부주장 차비 에르난데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의 철학 대로 공격 축구를 시도할 것이다. 지배하길 바라고 골을 넣는 축구를 추구한다. 다른 방식은 모른다”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역시 “승리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볼을 소유하고 상대의 역습에 대비하는 것이다. 2차전을 생각하고 소극적으로 임하면 일격을 당할 것”이라며 평소처럼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과르디올라는 지난 해 12월 베르나베우 원정에서 성공을 거둔 ‘기존의 전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바르사는 4-3-3 포메이션을 내세웠는데, 과르디올라 감독이 코파 델레이에 줄곧 출전해온 호세 핀토가 선발로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것 외에 필드 플레이어는 모두 같은 선수들이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백 라인은 다니 아우베스, 제라르 피케, 카를라스 푸욜, 에릭 아비달이 자리한다. 아우베스와 푸욜은 레알 마드리드전을 위해 지난 주말 레알 베티스와의 라리가 경기에 휴식을 취했다. 미드필드진에는 ‘마법의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차비, 세르히오 부스케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나선다. 과르디올라는 베티스전 직후 부스케츠를 특별히 칭찬한 바 있다. 다비드 비야, 페드로 로드리게스, 이브라힘 아펠라이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가운데 공격진의 스리톱은 리오넬 메시, 세스크 파브레가스, 알렉시스 산체스로 구성될 전망이다.

전술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우베스와 파브레가스다. 아우베스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바르사가 4-3-3와 3-4-3을 자유롭게 혼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우베스의 존재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의 레프트백 마르셀루의 공격 가담이 제어된다. 이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 측면 공격이 약화되고 호날두는 고립된다.

페페가 전방으로 올라와 강한 전진 압박을 수행하더라도 산체스와 메시가 측면을 통해 중앙을 파고들기 때문에 견제에서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차비와 이니에스타의 공간을 잠식하더라도 파브레가스가 2선과 전방을 활발하게 오가며 여유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 라울 알비올은 산체스, 파브레가스, 메시의 돌진을 대처하기에 견고함이 떨어진다. 지난 엘클라시코에서 나란히 득점한 산체스와 파브레가스는 최근 경이로운 결정력을 보이고 있다. 메시는 역대 엘클라시코에서 13골(바르사 역대 2위)을 기록한 해결사다.

그렇다고 이들의 공세를 막기 위해 페페가 후진배치되면 중원 싸움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 레알 마드리드는 진퇴양난이다. 마르셀루의 부족한 수비력도 부담이다. 그는 최근 엘클라시코에서 고비 때마다 실수를 범해 실점의 빌미가 됐다.

▲ 레알 마드리드, 중원 헌신과 집중력이 관건
레알 마드리드는 결국 페페의 전진, 후진 배치 여부에 앞서 알론소와 코엔트랑이 중원에서 얼마나 능숙하게 공격 패스를 연결하고 수비 가담과 압박 수비를 잘 해주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두 선수와 페페의 전술적 역할이 중요하다. 무리뉴가 이들에게 어떤 주문을 내릴지 궁금하다.

그리고 찾아온 득점 기회를 허무하게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당시 바르사는 선제골을 내주고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정교한 마무리로 세 골을 넣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선제골을 넣고도 동점골 허용 이후 집중력이 크게 흔들리며 확실한 득점 기회를 허비하며 승리의 기회를 놓쳤다.

호날두는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득점력은 여전하다. 이과인과 벤제마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상태다. 문전에서 찾아올 제한적인 득점 기회를 살려야 한다.

무리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인터 밀란에서도 조별리그에서 바르사에 완패한 뒤 준결승전에서 뒤집었고, 지난 시즌 코파 델레이 결승전에서도 기어코 설욕에 성공했다. 지난 수페르코파 대결에서는 0-5 완패를 당한 선수들을 그대로 쓰고도 대등한 경기력을 이끌어 냈다. 과연 무리뉴는 베르나베우의 역전패를 어떻게 설욕할까? 바르사는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는 팀일까? 해답은 19일 새벽 6시에 공개된다.

※ 양 팀 예상 선발 라인업
레알 마드리드(4-3-3 또는 4-2-3-1): 카시야스(GK) - 라스, 알비올(페페), 라모스, 마르셀루 - 알론소, 페페(이과인), 코엔트랑 - 외칠, 벤제마, 호날두 /감독:무리뉴

바르셀로나(4-3-3): 핀토(GK) - 다니 아우베스, 피케, 푸욜, 아비달 - 차비, 부스케츠, 이니에스타 - 메시, 파브레가스, 알렉시스 /감독:과르디올라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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