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전 ''류현진 선배 만나다니 꿈 같다''던 21세 타자, 첫 만남부터 결승 득점+쐐기 타점으로 울렸다
입력 : 2024.05.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어린 시절 TV와 야구게임에서만 봤던 대선배를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그리고 결승 득점과 쐐기 타점으로 제대로 공략했다. 윤동희(21·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전 바람을 드디어 이뤘다.

윤동희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 4타석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윤동희는 류현진(37)과 타석에서 맞붙게 됐다. 류현진은 이날 2012년 개막전(4월 7일) 이후 4414일 만에 정규시즌 사직구장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롯데와 맞붙는 것도 같은 해 9월 6일 대전 경기 이후 처음이었다. 2022년 프로에 데뷔한 윤동희는 당연히 상대할 일도 없었다.

그나마 다른 팀 동료들은 지난 3월 17일 사직에서 열린 시범경기에서 류현진과 상대했던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윤동희는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와 평가전을 치른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면서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한화 류현진이 8일 사직 롯데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한화 류현진이 8일 사직 롯데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1회 말 첫 타석에 등장한 윤동희는 스트라이크 2개를 지켜보며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이윽고 류현진이 던진 3구째 몸쪽 패스트볼을 한 손을 놓고 공략했다. 타구는 2루수 키를 절묘하게 넘어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톱타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다.

윤동희는 다음 타자 고승민의 중전 안타 때 2루로 진루하며 득점권에 나갔다. 빅터 레이예스의 투수 앞 땅볼 때 3루까지 간 그는 4번 전준우가 유격수 땅볼을 쳤을 때 홈을 밟아 선취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3회 말에는 류현진의 주 무기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고 만 윤동희. 하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다시 한번 팀의 득점에 기여했다. 5회 말 롯데는 1사 후 이주찬과 박승욱의 연속 안타, 그리고 중견수 정은원의 포구 실책으로 2, 3루 상황을 맞이했다.

이때 타석에 들어온 윤동희를 상대로 류현진은 전 타석에서 재미를 봤던 체인지업을 연거푸 던졌다. 하지만 초구 헛스윙 후, 볼 2개를 잘 골라낸 그는 4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공략했다. 타구는 중견수 쪽 깊은 곳으로 가면서 2루 주자와 3루 주자 모두 진루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윤동희의 희생플라이로 롯데는 2-0으로 앞서나갔다.

롯데 윤동희가 8일 사직 한화전에서 5회 말 류현진에게 희생플라이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윤동희가 8일 사직 한화전에서 5회 말 류현진에게 희생플라이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후 롯데는 고승민(2루타)과 레이예스, 전준우(3루타)가 3연속 안타를 터트리며 3점을 더 올렸다. 결국 류현진은 5이닝 8피안타 7탈삼진 5실점이라는 그답지 않은 기록을 남기고 6회 시작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이 6-1로 이기면서 윤동희의 1회 득점은 그대로 결승점이 됐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4연승을 달리게 됐다.

경기 후 윤동희는 "5회 득점권에서 타석에 들어갔을 때 안타 욕심보다는 타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집중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고, 안타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동희는 이미 스프링캠프 기간부터 류현진과 만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 3월 초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났던 그는 "류현진 선배님하고는 악수하고 싶을 것 같다. 정말 꿈 같다. 항상 TV에서 보던 분이다. 만약 칠 수 있다면 정말 재밌게 하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과 실제로 맞대결은 해보지 않았지만, 윤동희는 이미 학습 아닌 학습을 한 상태였다. 그는 "(류현진의) 구종을 알고 있다. 게임으로 나름의 대비를 했다. 항상 카드가 너무 좋아서 저는 영입할 수도 없었다. 고전을 했다"며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만큼 류현진은 본인에게 커다란 존재와도 같았다.

롯데 윤동희가 8일 사직 한화전에서 1회 말 안타를 기록한 후 2루로 진루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윤동희가 8일 사직 한화전에서 1회 말 안타를 기록한 후 2루로 진루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윤동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작년에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도 김광현(SSG) 선배님이나 양현종(KIA) 선배님을 상대할 때 압박감도 있고 '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김)민석이랑 얘기하다가 '모바일 게임에서나 나오던 분들을 상대하는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다'고 했다. 못 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즐기고 재밌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동희는 두 베테랑 투수를 상대로 선전했다. 지난해 윤동희는 김광현을 상대로 8타수 4안타(타율 0.500)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양현종에게도 안타를 뽑아냈다(5타수 1안타). 올 시즌에는 김광현을 만나 3타석에서 볼넷 2개를 골라 나갔다.

이제 윤동희의 시선은 어린 시절 우상이 아닌 현재 팀 성적으로 가고 있다. 그는 "팀이 연패 기간에 있을 때를 돌이켜보면, 득점을 올려야 할 때 못 냈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반면 연승했을 때를 보면 오늘 경기와 같이 점수를 낼 때 낸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앞으로도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에 더 집중해서 팀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윤동희.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윤동희.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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