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한국축구 FIFA 랭킹 관리 얼마나 신경 쓰나
입력 : 2022.12.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1998년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이어 2022 카타르 FIFA월드컵에서도 FIFA 랭킹 하위팀이 상위팀을 꺾는 '언더독의 반란'이이어지며 여전히 FIFA 랭킹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에 FIFA 공신력 제고가 요구되고 있다. FIFA 랭킹 시스템은 1992년 12월 FIFA가 처음 도입하여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 하위 팀이 상위팀을 잡는 승부 결과가 빈번하게 나타나 결국 FIFA는 랭킹 산정 기준에 변화를 시도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축구는 신체의 가장 부자연스러운 발로 볼을 다뤄 승부를 결정짓는 스포츠여서 경기 종료 시까지 승부를 예단하기 힘들다.

이와 같은 특수성 외에 축구는 승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를 직시할 때 FIFA 랭킹은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산정 방식을 적용한다 해도 현실과는 차이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FIFA 랭킹은 FIFA 주관 메이저 대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FIFA월드컵 본선 및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같이 각 대륙별로 개최되는 대회에 FIFA 랭킹 상위 순위 팀에게 톱시드 배정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이번 카타르 FIFA월드컵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조별 리그에서부터 FIFA 랭킹을 무색케 하는 이변이 연출됐다는 사실이다.

FIFA 랭킹 51위인 사우디아라비아가 3위 남미 아르헨티나(2-1)를 잡았고, 24위 일본 또한 11위 독일(2-1)을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언더독의 반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독일전 승리로 기세가 등등했던 일본은 31위 코스타리카(1-0)에 희생양이 되었으며, 또한 43위 카메룬은 1위 브라질(1-0)을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고, 22위 모로코는 2위 벨기에(2-0)는 물론 16강전에서는 7위 스페인(0 3TK0 0)을 돌려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28위 한국도 61위 가나(2-3)에게 발목이 잡히는 이변을 피할 수 없었지만 9위 포르투갈(2-1)을 꺾었으며, 30위 튀니지는 강력한 우승후보 4위 프랑스(1-0)를 37위 호주 또한 10위 덴마크(1-0)에 신승하며 FIFA 랭킹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분명 FIFA 랭킹은 각 국가의 축구 수준의 현주소와 함께 자존심과 긍지까지도 가질 수 있는 지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FIFA 랭킹은 어디까지나 숫자에 불과하다. '언더독의 반란' 주인공 국가는 자국 축구 발전의 기폭제 마련 계기와 더불어 활성화 및 인프라 구축은 물론 축구 여건과 환경 구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2002년 한일 FIFA월드컵에서 강호 포르투갈(1-0), 이탈리아(2-1), 스페인(0 5TK3 0) 등을 제압하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4강을 성취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곧바로 축구 발전을 가속화 시켜 FIFA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세계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당시 FIFA 랭킹 1위의 '전차군단' 독일을 완파(2-0) 세계를 놀라게 했다.

현재 세계 축구는 변방으로 평가받던 대륙 국가의 축구 발전으로 평준화 현상이 두드러지며, FIFA 랭킹과 관계없이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그 연장 선상에 카타르 FIFA월드컵이 있다. 이에 변방 국가는 더 이상 FIFA 랭킹 상위팀의 승점 자판기가 아니다. 그동안 FIFA 랭킹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륙 국가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유럽과 남미 대륙 국가와 같이 FIFA 주관 국가 대항 경기 출전 횟수가 많지 않은 데서 오는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이점은 FIFA가 카타르 FIFA 월드컵 이후 FIFA 랭킹 산정 방식에 대한 정확성을 전제로 한 개정을 예고했지만 그 불이익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한국 축구는 앞으로 FIFA가 인정하는 A매치 기간 동안 FIFA 랭킹 상위권 국가와의 국내 평가전 등을 통한 FIFA 랭킹 상승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

만약 그렇지 않고 이를 소홀히 한다면 한국 축구는 FIFA 랭킹 저하로 200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AFC 아시안컵과, 2015년 호주 AFA 아시안컵 때와 같이 톱시드 배정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하게 될는지 모른다. 실로 세계 축구에서 FIFA가 발표하는 랭킹은 단순히 순위에만 가치가 부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한 국가 축구의 권위 척도로 서도 자리매김해 있는 상태다. 따라서 한국 축구는 FIFA 랭킹 관리에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FIFA 랭킹 상승에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지난 2013년 대한축구협회(KFA)가 '창립 8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공약한 2033년까지, FIFA 랭킹 10위권 진입의 지름길이기도 해서 이래저래 이의 목표 달성은 한국 축구에게 과제가 아닌 숙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카타르 FIFA월드컵에서 우승에 도전했던 FIFA랭킹 2위 벨기에(1승1무1패 F조 3위), 10위 덴마크(1무2패 D조 최하위), 11위 독일(1승1무1패 E조 3위) 등은, '언더독의 반란'으로 16강 진출은 고사하고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맛봤다. 그야말로 자국에게는 참사의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축구에게 카타르 FIFA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은 이의 연장 선상에서 이룬 업적이다. 따라서 한국 축구는 이를 지렛대 삼아 앞으로 FIFA 랭킹 상승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 우리의 옛 속담에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라'라는 말이 있다. 지금 한국 축구에 딱 맞는 말이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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