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의 비즈니스 풋볼]축구와 민주주의
입력 : 2022.11.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오늘날 민주주의는 세계를 이끌어 가는 명실상부한 정치이념이 되었고, 축구 역시 세상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운동이 되었다. 이 두 가지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동안 명멸했던 정치체제나 뭇 운동경기와는 달리 시대를 달리하며 이어져 오고 있음은 물론 변함이 없는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 까닭은 세기를 달리하며 정비한 규칙이 공정하고 두루 상식을 갖추고 있어서 다툴 여지도 없고 흥미진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되었다. 축구는 기원전에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보는 축구로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4세기 영국에서부터다. 오프사이드(off-side)의 개념도 없었던-당시는 그것이 규칙이었지만-축구가 발전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축구로 변모했다. 미래를 점칠 수는 없어도 영국(Premier league), 스페인(La liga), 독일(Bundes Liga), 이태리(Serie A), 프랑스(Ligue 1) 등 소위 말하는 유럽의 빅리그(Big league)가 주도하는 축구는 당분간 세계 축구의 중심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천 년 된 서구 민주주의와는 달리 1945년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문구를 헌법전문에 넣은 것이 그 시작이다. 아직도 여기저기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은 민주주의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000년 역사에 4900년이 봉건왕조 시대였으니 어쩌면 우리의 핏속에는 그 정체성이 남아 흐르고 있다. 그렇지만 불과 80여 년밖에 안 된 짧은 기간에 그 길로 접어든 것은 스스로 대견해할 만하다.
우리나라에 축구가 소개된 것은 1900년 초다. 불과 100년밖에 되지 않는다. 종주국인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주위 국가들이 축구협회를 만들고 국가적 운동으로 끌어올리는 동안 우리는 그런 운동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냈다.
마침 24회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고 우리나라도 10번째 연속으로 참가하고 있다. 두 번째 경기에서 가나(Ghana)에 2대 3으로 패했다. 속이 상한다.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졌기 때문이다. 강호 우루과이와 비긴 터라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짧은 축구 역사 속에서 이룬 성과치고는 대단하다. 22회, 23회 월드컵을 볼 때는 예선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 지레짐작했고, 비기기도 어려운 터에 한 번 이기기라도 하면 한반도가 거꾸로 서는 희열을 맛보았다. 같은 조의 팀이 너무 강하다고 여겨 조 편성 운이 나쁘다거나, 아예 저 팀은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여긴 채 관전했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동등한 입장에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편안하게 관전한다. 운동경기에서 승패는 불가피하고,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모자라기는 했어도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에 편하게 보았다. 그것은 세계 강호 이탈리아가 이번 월드컵에 참가조차 못 한 것과 같은 이치다. 비로소 우리 축구도 변방에서 벗어나 축구 강국의 중심에 섰다.
더는 월드컵 참가가 희망도 소망도 아니다. 설사 다음 월드컵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섰듯이 언제건 월드컵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16강, 4강에 들었던 때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축구 경기를 보게 해 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최호택(S&P 대표)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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