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 황선홍 감독 초심으로 돌아가라
입력 : 2021.09.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2020년 9월 대전 하나 시티즌에서 자진 사퇴로 날개를 접었던 '황새' 황선홍(53) 감독이 약 1년 만에 날아올라 한국 U-23세 이하 대표팀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15일 김학범(61) 감독의 계약 만료로 공석이 된 U-23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에 황선홍 감독을 선임했다. 사실 도쿄 올림픽 이후 U-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선임 건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U-23세 이하 연령대 선수들은 한국 축구 발전과 맞닿아 있는 세대들로서, U-20세 이하 연령대 선수들과 함께 세계 메이저대회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어느 연령대 지도자보다 U-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요구되는 직책으로 간주된다. 이에 그동안 몇몇 지도자가 하마평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KFA는 결국 황선홍 감독을 낙점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 육성에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는 프로축구(K리그)와 대표팀 외국인 감독 선임에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외국인 감독 대다수는 지도능력 부족으로 불명예 퇴진하며 기대와는 다르게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물론 K리그 무대에서 패스 축구를 정착시킨 전 부천 SK 발레리 니폼니쉬(78.러시아), 철저한 계획에 의한 백패스 금지로 공격축구를 구현한 전 포항 스틸러스 세르지오 파리아스(54.브라질), 어린 선수 육성과 경기 분석 개념을 도입시킨 전 FC 서울 세뇰 귀네슈(69.터키) 감독 등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거스 히딩크(75.네덜란드) 감독은, 체력 강화를 위한 셔틀런(Shuttle run) 훈련 방법을 정착시켜 한국축구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이 같은 외국인 지도자의 지도력 영향을 선수와 지도자로서 가장 많이 받은 지도자 중 한 명이 바로 황선홍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선홍 감독은 홍명보(52.울산 현대) 감독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 축구 레전드뿐만 아니라 2003년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에 입문, 수석코치에 이어 감독의 과정을 거치며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이었지만 한편으로 잇달아 좌절을 맛보기도 한 양면성이 존재하는 지도자다. 그렇다면 이번 황선홍 감독의 U-23세 이하 대표팀 감독 선임은 명예 회복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황선홍 감독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바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즉 좌절을 경험한 지도자로서 '무'에서 '유'를 찾는 노력에 자신을 매몰차게 내몰지 않으면 안 된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지도자로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선수 시절 명성에 의한 자기 주관적인 사고방식의 지도력을 앞세우며 강한 자존심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지도자로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통 부재 악재의 화살이 될 수 있다. KFA는 황선홍 감독 선임 배경에 풍부한 지도 경험과 합리적인 팀 운영 및 젊은 선수 육성에도 잘 준비된 감독임을 내세웠다.

분명 황선홍 감독은 K리그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성과 그리고 젊은 선수 육성을 위한 지도력은 높게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프로팀이 아닌 순수 U-23세 이하로 구성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23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도 프로에 소속된 선수들이지만 프로팀과 대표팀 분위기는 엄연한 차이점이 있고, 또한 팀 성장의 지렛대인 동기부여 문제에 있어서도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이에 황선홍 감독의 프로팀과는 다른 소통에 의한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쩌면 황선홍 감독에게는 U-23세 이하 대표팀 운영이 프로팀보다는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을는지 모른다.

이는 U-23세 이하 연령대 선수들이 프로팀 선수들보다 받아들이지는 자세가 근본적으로 더 높게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황선홍 감독 개인에게 자신만의 색깔 있는 축구 구현을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실로 감독이 설 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비극이다. 이를 경험한 황선홍 감독은 마음고생을 접고 소중한 기회를 잡았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스타플레이어로서 화려한 커리어와 지도자로서의 성공적이었던 행보는 잊어야 한다. 그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분명한 이유다.

황선홍 감독에게 이제 여기서 더 내려갈 곳은 없다. 여러 사항을 고려해 볼 때 U-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볼 수 있다. 결국 황선홍 감독에게는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하는 지도력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관건으로 서, 이는 국내 지도자의 우월성과 더불어 육성 필요성을 깨우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황선홍 감독의 그 첫 번째 미션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세 이하 아시안컵이며, 이어 중국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와 계약 만료 해인 2024년 파리 올림픽이다. 한때 K리그를 넘어 한국 최고의 지도자로서 인정받았던 황선홍 감독이,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편견을 뛰어넘으며 과연 또다시 한국 최고의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될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병윤(용인축구센터 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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