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 일본축구, 오만함의 결과는 패배였다
입력 : 2021.08.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일본 축구는 자국에서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에서 유럽파를 총동원하며 아시아 최초로 금메달 획득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준결승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만나 연장 후반 극장골을 얻어맞고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일본의 4강 진출과 스페인과의 연장 접전만을 놓고 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일본은 조별리그 3승을 챙기면서 프랑스전 대승(4-0)을 제외하고, 나머지 2경기에서 1골 차의 신승을 거두는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그중 가장 미흡한 부문은 바로 골 결정력 부족으로서 8강전에서 만난 뉴질랜드를 상대로 해서도, 일본은 그 같은 약점이 개선되지 않은 채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혈투를 벌이며 행운의 승부차기 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일본이 그토록 추켜세웠던, 쿠보 다케후사(20. 레알 마드리드)의 경쟁력 미흡이 자리 잡고 있다. 쿠보 다케후사는 조별리그(A조) 첫 경기부터 골 사냥에 성공하며 3경기 연속 득점포 가동으로 와일드카드(U-24세 이상) 선수들보다 더욱 주목을 받았지만, 8강 뉴질랜드전의 무기력한 경기력에 이어 스페인전에서는, 급기야 교체 수모를 당하는 신세로 전락 팀 패배를 벤치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의 금메달 획득에 대한 꿈은 오만이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해준 경기는 바로 스페인과의 한판 승부였다. 승리에 강한 열망을 보인 일본은 막상 뚜껑을 열고나니 선수 기량, 전술, 전략 등 모든 면이 스페인보다 한 수 아래였다. 이로 인하여 경기를 지배당하며 수세에 몰린 일본의 작전 카드는 단 하나 선 수비 후 공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본이 무기라고 자부하는 '스시축구'의 역습은 빠르지 않았고 이미 드러난 골 결정력 약점까지 더해져 스페인 수비에 전연 위협적이지 않은 단지 공격을 위한 단순한 공격에 그쳤다.

그나마 일본에게 한 가지 위안 거리가 있었다면 그것은 조별리그부터, 이어져온 진땀승과 승부차기 행운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탄탄한 수비력이었다. 이에 스페인에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버티며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결국 일본의 이런 버팀목도 스페인을 맞아 선수 기량에 의한 팀 전력 우위 앞에 한계성을 극복해 내지 못했다. 일본 축구는 1990년대 초반 일본 프로축구(J리그) 출범 이후부터 착실한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의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제도와 정책 및 시스템에 의한 한국 축구와는 비교되는 활성화다. 이 같은 요소들은 인체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하며 일본 축구 발전의 지렛대로서 한편으로 저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자신감을 가진 일본 축구는 이번 2020 도쿄 올림픽 무대를 통하여 금빛 피날레를 장식하며 일본 축구의 우월성을 과시하려 했다. 그러나 '무적함대'의 거대 항모를 만나 도쿄만에 침몰하며 꿈을 이루기도 전에 좌절에 직면하고 말았다.

분명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하여 선보인 일본 축구는 금메달을 목에 걸기에는 선수 기량과 전술, 전략적인 면에서 가진 것이 너무 없었다. 그렇다면 일본의 금메달 도전은 과욕을 넘어 오만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축구가 아무리 발전을 했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쿠보 다케후사와 같은 선수를 앞세워 올림픽에서 금메달 목표를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일본 축구가 올림픽에서 과거를 뛰어넘는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7골(득점왕)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동메달 획득을 가능케 한 가마모토 구니시게(77)에게 교훈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곧 일본 축구에 꿈을 실현하기 위해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분명 일본 축구는 발전하여 국제 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거듭나 있다. 그러나 해결하여야 할 과제 역시도 산재해 있는 것이 일본 축구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그 과제를 풀기 이전에 자국 개최라는 이점만을 믿고 오만함을 부린 일본 축구에게 돌아온 결과물인 뼈저린 패착은 당연하다. 이에 일본 축구는 각성과 함께 깨달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일본 축구의 미래는 2020 도쿄 올림픽보다 더욱 비참해지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김병윤(용인축구센터 코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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