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위기의 여자축구 이대로 지켜만 볼 것인가
입력 : 2021.04.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사상 최초로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했다가 중국의 벽에 막히면서 고개를 숙인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사글어들고 있다.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국과 플레이오프(PO) 1, 2차전의 높았던 관심과는 대조적이다. 여자축구대표팀은 중국과의 대전에서 선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올림픽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2차전 경기(4월 13일 쑤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는 고양 1차전(4월 8일 고양종합운동장) 경기 1-2 패배를 무색케 하는, 투혼의 수준 높은 경기로 2-0으로 앞서며 올림픽 본선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뒷심 부족으로 연장 전반 14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2-2로 비겨 끝내 합계 스코어 3-4로 밀려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고 말았다.

한국 여자축구 역사 시초는 1948년 중앙여중 축구팀 창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계기로 1949년 6월 서울운동장(구 동대문운동장)에서 개최된 제2회 전국 여자 체육대회에, 서울의 명성여중, 무학여중, 중앙여중(서울여중 포함) 등 4개 팀이 참가 여자축구 공식 첫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 대회는 6.25 발발로 중단되며 여자축구는 자취를 감추게 됐고, 이후 1973년과 1985년 일시적으로 선을 보이며 관심을 끌었지만 이 역시도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같은 여자축구의 잡초 같은 끈질긴 생명력 역사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여자축구 정식종목 채택으로 시작됐다. 급조된 여자대표팀 구성과 함께 활성화의 첫 삽을 뜨며 눈부신 발전을 거듭, 국민과 축구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 모으는 역사를 쓰며 한편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2009년 제25회 베오그라드 하계유니버시아드 금메달 획득과 더불어 2010년 트리니다드 토바고 U-17 여자축구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우승, 그리고 독일 U-20 FIFA월드컵 3위 성적으로 여자축구가 본격적으로 선을 보인 이후 불과 20여 년 만에 일군 한국 여자축구의 위대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자축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2009년 세계 최초로 세미프로 형식으로 출점한 WK리그에도 불구하고,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성장보다는 정체, 정체보다는 퇴보의 흐름을 이어가는 팀 해체가 잇달아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팀 창단도 뒤따랐지만 정체와 퇴보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팀 창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재까지도 지속되며 여자축구는 실질적으로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PO전은 2010년 U-17, U-20 여자축구 FIFA월드컵 등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며, 그동안 여자축구 발전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황금세대 지소연(30.첼시), 이민아(30.현대제철), 여민지(28.수원도시공사), 이금민(27.브라이턴)과 함께 조소현(33.토트넘)은, 이제 차기 올림픽과 FIFA월드컵 출전을 확신할 수 없는 나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여자축구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기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 여자축구는 하계유니버시아드 금메달 획득과 U-17 여자축구 FIFA월드컵 우승 및 U-20 FIFA월드컵 3위 성적 이후 팀과 선수의 저변 확대 소홀과 무관치 않다. 현재 세계 여자축구는 미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잉글랜드 등 유럽 국가들이 FIFA 랭킹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공통된 점은 활성화에 의한 인프라 구축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자축구의 경우 2021년 대한축구협회(KFA) 등록 선수는 1,4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하계유니버시아드 금메달 획득과 U-17 FIFA월드컵 우승 및 U-20 FIFA월드컵 3위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은 실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여자축구의 잠재력은 굳이 국제대회 성과를 논하지 않더라도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여자축구가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활성화에 의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도와 정책 시행에 각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여자축구는 2010년 성과로 문화체육관광부로 부터 창단지원금과 대회 출전비를 지급받고 있다. 이는 여자축구의 열악한 팀 운영 현실을 직시할 때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는 단지 3년이라는 단기간의 지원에 국한되어 이후 팀의 자생 능력을 확신할 수 없다. 이에 팀 활성화에 의한 인프라 구축에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 면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WK리그 소속 팀들의 연고지역 산하 U-15, U-18팀 육성을 남자 프로팀(K리그1, K리그2)과 같이 의무화하는 제도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즉, KFA의 스포츠토토 지원금 분배를 여자축구연맹에 까지 확대 활성화에 의한 인프라 구축의 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또한 신세계그룹이 5년 동안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후원한 100억원도 이의 연장 선상에 해당된다. 만약 이의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면 한편으로 남자 K리그1, K리그2 팀들의 여자 유소년(U-12) 팀 육성의 의무화 추진 모색이다. 이는 여자축구의 기본 바탕을 건실하게 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다.

이 점의 실행은 KFA와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리고 여자축구연맹 수뇌부의 의지가 관건이며, KFA 조직의 대회 기술본부 산하 여자축구 활성화 및 저변 확대 팀에게 부여된 임무이며 책임이기도 하다. 분명 여자축구는 발전을 저해하는 팀 활성화와 선수의 인프라 구축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팀 활성화에 의한 인프라 구축 즉, 피라미드형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여자축구는 선수 수급과 성장이 원활할 수 없는 불안정한, 항아리 형태를 띠어 결국 이로 인하여 불안감과 위기감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이 뒤따르는 가운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 시행이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유소년, 중학, 고등학교축구연맹이 해체되며 KFA에 흡수 통합된 점을 간과할 때, KFA는 여자축구연맹도 해체 흡수 통합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행정의 일원화로 팀 전반의 운영까지 직접 담당 팀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 활성화와 인프라 구축의 신속성을 기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그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협회가 한국의 여자축구연맹과 같은 별도 산하 단체를 두고 여자축구를 관장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설득력의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KFA는 여자축구연맹 존재로 관심과 이해도 부족한 가운데 여자축구 발전에 대한 고민과 연구에 무관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성장보다는 정체, 정체보다는 퇴보의 늪에 빠져있는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개선과 변화에 현실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자축구는 시스템적으로는 세계 여자축구 처음으로 프로 리그를 출범시켰을 만큼 안정적인 여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 리그도 발전의 근본인 팀 활성화에 의한 인프라 구축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프로에 걸맞는 능력 있는 선수 고갈로 팬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될것은 자명하고 리그는 결국 발전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지금 WK리그가 그렇다. 자체 수익 창출 사업은 전무하고 관중도 무료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스타 부족과 여자축구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에도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과제와 해결해야할 문제점의 말들은 수 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을 강구하지 못한 채 오직 '말의 유희'에 그쳤다. 이를 직시할 때 이제는 그럴 시기와 상황이 아니며 오직 발전을 위한 절박함과 시급함이 앞서는 가운데 실행과 실천만이 답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여자축구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하며 높은 관점의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병윤(전 용인축구센터 코치)
사진=스포탈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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