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진화를 위한 '빌드업 축구' 핵심은 무엇인가
입력 : 2020.11.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국제 축구연맹(FIFA)의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2년 동안의 시험을 통해 2019년 3월 크게 몇 가지 경기 규칙을 개정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골킥에 관한 경기규칙이다. IFAB가 골킥 경기 규칙을 개정하지기 전까지의 골킥 경기규칙은 공이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나가야 인플레이가 성립됐다. 하지만 개정된 규정은 공이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킥을 하고 공이 이동하게 되면 플레이가 성립되며 수비 측이 플레이에 대한 도전을 할 수 있게 했다.

즉, 골킥이나 페널티 에어리어 내 프리킥을 할 때 플레이가 전개되어 공이 이동한 순간부터 인플레이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 경기 규칙이 개정되기 전까지 골킥을 받는 선수는 무조건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골키퍼의 패스를 (킥 포함) 받아야 했다. 그러나 경기 규칙이 개정된 이후부터는 골킥을 받는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와 골키퍼의 짧은 패스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던 축구 흐름도 골킥 상황에서 더 다양한 선수 배치를 시도할 수 있게 변화되어 있다.

이는 곧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간의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후방 빌드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후방 빌드업 플레이가 전개되지 않는다면 전방 압박에 의한, 게겐 프레싱이 일반화 되어 있는 현대축구 스타일에서 만족스러운 공격 빌드업 플레이 구사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 라인의 개인적인 기술 능력이다.

이제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 라인의 개인적인 기술 능력이 단지 수비 능력에만 국한되어 있는 시대는 지났다. 어디까지나 수비 선수 역시 공격수와 같은 개인적인 기술 능력 보유는 필수 사항으로서, 만약 이 같은 기술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개인과 팀은 경쟁력에서 더더욱 뒤지는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분명 골킥 개정으로 인한 현대축구 스타일은 변화되어 있다. 그 변화는 더욱 전진된 상대의 강력하고 조직적인 압박에서 부터 출발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골키퍼와 수비 선수들이 탈압박을 위한 무기로 공격선수와 같은 패스와 드리블 그리고 킥 능력 등을 갖추고 있다면, 아무리 상대의 강하고 조직적인 압박이 전개된다 해도 안정적인 공 소유에 의한 원활한 후방 빌드업과 함께 조직적이고 빠른 플레이 구사로 상대를 쉽게 공략할 수 있다. 여기에서 후방 빌드업을 위한 핵심 조건에 선수 개인의 기술 능력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 플레이의 속도와 정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울러 후방 빌드업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측면 수비수들의 빠른 스피드도 필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공격력 강화를 위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앙 수비 조합은 수비력과 패스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골키퍼는 상황에 따라서 선방 능력과 발기술 능력을 갖춘 선수를 기용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후방 빌드업은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라인 선수만이 전개하는 플레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2선의 미드필더도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후방 빌드업은 골키퍼와 수비 그리고 미드필더 상호간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아울러 플레이 구사 과정에서는 원터치 위주의 간결한 패스와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빌드업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후방 빌드업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현대축구의 트렌드인 점유율 축구의 성공도 장담하기 어렵다.

사실 후방 빌드업에 기반을 둔 플레이가 구상대로만 이루어진다면 가장 '이상적인' 축구를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빌드업 축구가 최고의 능사는 아니다. 이는 빌드업 축구를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틀에 박힌' 한 가지 색깔에만 축구를 끼워 맞추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고, 더불어 플레이 역시 실수를 남발하는 가운데 무리하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방 빌드업 구사에 우선 선수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나친 빌드업 축구 추구는 팀 방향성 재정립이라는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

축구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게 아니다. 상대팀의 수준이나 팀 상황에 따라 때로는 빌드업 축구와는 상반되는 전술, 전략의 축구를 구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축구이기에 아무리 훌륭한 계획이나 섬세한 전술, 전략도 이를 수행해야 할 선수들의 능력이나 체력 그리고 환경, 여건과 맞지 않는다면 빌드업 축구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후방 빌드업에 의한 무조건적인 빌드업 축구 추구는 한 가지 정답 위주로만 풀어가야 한다는 발상으로 위험한 고정관념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현대축구 트렌드인 후방에서의 빌드업을 통한 점유율 축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이에 후방 빌드업에 기반을 둔 빌드업 축구 구사에 유연함이 요구되며 아울러 안정감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결론적으로 선수의 기술 능력과 전술, 전략적으로 진화하지 못하는 빌드업 축구로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김병윤(전 용인축구센터 코치)
사진=스포탈코리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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