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 물음표가 더 많았던 벤투호 유럽 원정 평가전
입력 : 2020.11.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평가전은 말 그대로 평가전이다. 따라서 승부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팀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만약 평가전의 의미를 승부 결과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팀의 단점을 향상할 수 없으며, 또한 장점도 극대화시킬 수 없다. 이는 곧 팀 전력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야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지난해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이후, 약 1년여 만에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 그리고 아시아 신흥 강자로 급부상한 카타르와 평가전을 가진 벤투호다.

벤투호는 이번 오스트리아 유럽 원정 2연전 평가전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벤투호는 이번 유럽 원정 평가전 전부터 이용(전북 현대), 홍철(30.울산 현대), 김진수(26.알 나스르) 등, 주전급 수비 자원 선수들의 부상과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합류가 불발되며 스쿼드 구성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여기에 해외파 김영권(30·감바 오사카)과 김승규(30.가시와 레이솔) 그리고 박지수(26.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김민재(24·베이징 궈안)까지, 코로나19 영향과 소속팀 차출 거부로 합류하지 못해 벤투호는 최상의 스쿼드 구성에 의한 완전체가 아니었다.

더구나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실시된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권창훈(26.프라이부르크), 조현우(29.울산 현대), 황인범(24.루빈 카잔) 등 무려 6명의 무더기 양성 판정자가 나와, 벤투호는 그야말로 미드필더와 수비의 핵심 자원이 모두 빠진 최악의 스쿼드로 멕시코와 카타르를 상대해야 했다. 이 같은 악재와 돌발상황을 고려한다면 1승1패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렇지만 약 1년여 만에 A매치를 소화한 벤투호는 아직까지 파울루 벤투감독의 빌드업 축구 철학과, 여전히 실험을 위한 경기 소화에만 집착하는 듯한 전술과 전략으로 일관 실망감을 안겨줬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만의 정체성과 전술을 만들겠다"라고 공언했다. 이와 같은 벤투 감독 말의 핵심은 '빌드업 축구'였다. 하지만 15일 10월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랭킹 11위에 올라있는 멕시코와의 대전(비너 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서는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는, 그 실체를 의심케 할 정도로 후반에만 4분 동안 무려 3골을 허용하는 수비 붕괴로 결국 2-3으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와 같은 경기 결과는 전적으로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 대한 고집과 평가전에 대한 의미성 상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은 멕시코를 상대로 끝나지 않은 실험으로도 좌충수를 뒀다. 그것은 부임 이후 주 수비 전술이었던 포백 대신 스리백을 선택하는 3-4-3 포메이션으로 수비 상황 시 파이브백을 형성하며 패하지 않기 위한 수비 지향적인 축구로 멕시코를 상대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벤투호는 90분 경기 내내 공격에서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 황의조(지롱댕 더 보르도)의 단순한 패턴만 빛을 발했을 뿐, 멕시코의 강한 전방 압박에 후방 빌드업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2019년 9월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선택했던 변형 스리백 수비 전술(3-5-2)의 실패를 답습하는데 그쳤다. 아울러 멕시코전 벤투 감독의 전략도 패인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기에 충분하다.

멕시코 선수들은 해발고도 2,200m가 넘는 고산 지형에서 자연적으로 심폐 기능이 강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산소포화도가 높은 저지대 오스트리아에서의 경기 체력은 한국보다는 멕시코 선수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따라서 벤투 감독의 대응 전략도 이에 초점을 맞춰야 했던 경기였다. 즉, 강한 전방 압박을 극복하기 위한 전술 변화는 물론 선수 교체 등과 같은 전략으로 멕시코를 상대했어야 했다. 그러나 벤투호는 이 같은 점에 소홀한 면을 드러내 보이며 과거 역대 전적과, 멕시코축구 스타일만을 염두에 둔듯한 객관적인 전략으로 대응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에 멕시코전은 아무것도 되는 것 없이 최악의 경기력으로 멕시코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경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17일 카타르와 가진 2차 평가전(마리아 엔처스도르프 BSFZ 아레나)을 앞두고 벤투 감독은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계획 중이다."라고 밝혔다. 벤투 감독의 이 같은 다짐은 멕시코전의 부진한 경기력에 의한 패배를 의식한 발언으로서, 카타르전 역시 패배할 경우 쏟아질 비난을 염두에 둔 계산된 발언이기도 했다. 벤투호는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목표로 했지만 FIFA 랭킹 57위 카타르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0-1) 8강에 그치는 아픔을 맛봤다.

따라서 벤투호에게 카타르전은 평가전 의미를 넘어서 설욕전이라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 특별한 의미성에 벤투 감독은 포백으로 회귀하며 4-3-3포메이션으로 공격축구에 초점을 맞췄다. 카타르와의 한판 승부는 멕시코전 빌드업 축구와 더불어 변형 스리백 실패에 의한 패배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에서 그 무엇보다 요구됐던 것은 집중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의 멕시코전과는 남다른 승부욕을 앞세워 멕시코전에 이어 또 다시 위력을 발휘한 손흥민, 황의조 합작 카드로 카타르를 2-1로 꺾고 설욕에는 성공했지만 포백 중앙 수비를 비롯한 수비진의 불안한 수비력으로 수차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맞았다.

특히 중원에서 팀의 공수를 조율할 리더 역할의 부재로 인하여 원활한 공격 빌드업이 전개되지 못해, 공격적인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24.라이프치히) 삼각편대의 효과가 반감된 점은 '옥에 티'가 아닐 수 없었다. 분명 벤투호의 유럽 원정 멕시코,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벤투 감독의 철학인 빌드업 축구는 느낌표 보다 물음표가 더 많았다. 그래서 벤투호가 완성도 높은 빌드업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개인적인 기술 능력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플레이의 속도와 정확성과 함께, 상황에 따라 주전 선수 기용에 대한 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아울러 벤투 감독의 전술, 전략적인 플랜B도 확실히 준비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명백히 드러났다. 이제 코로나19 여파로 벤투호에게 실전 담금질을 할 수 있는 공식전 기회는 아직 예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벤투 감독은 유럽 원정 멕시코,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만족스러운 빌드업 축구 구사를 위해 드러난 문제점과 과제를 효율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방법 모색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빌드업 축구의 완성에 의한 팀 조직력도 끌어올릴 수 없으며 또한 실험에도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 벤투호의 최종 목표는 2022년 카타르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앞으로 벤투 감독은 평가전과 같은 팀 전력 향상을 위한 경기의 결과를 더 이상 의식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벤투호는 강팀에도 강하고 약팀에도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고 벤투 감독도 한국 축구의 영웅인 거스 히딩크감독과 같은 인물이 될 수 있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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