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 대회로 본 2020년 고교축구 판도변화
입력 : 2020.09.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가 취소됐던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가 전국 각 지역에서 개최되어, 8월26일 '2020 K리그 U-18 챔피언십'과 9월13일 제41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를 끝으로 전국 대회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선수들에게는 7월까지 정상적인 훈련과 연습을 통한 팀전력 향상과 개인기량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에서, 실로 오랜만에 대회 개최에 의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러나 선수들은 이런 부담감 속에서도 팀 목표를 향한 과정과 개인적인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며, 자칫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전면 대회 개최 불가에 의한 팀 성적과 개인 경기력 검증 위기를 벗어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 8월 개최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현황

대 회 명 기 간 대 회 성 적
제56회 추계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전 08.02~13 우승:경기 골 클럽, 준우승:전남 영광 FC
제57회 청룡기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08.02~13 우승:서울 중대부고, 준우승:경기 덕영 FC
2020 금석배전국고등학교학생축구대회 08.02~.13 우승:대전 유성생명과학고, 준우승:충남 천안제일고
제25회 무학기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 08.02~13 우승:경남 마산공고, 경기 과천고
제28회 백록기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08.02~14 우승:서울 중경고, 준우승: 서울 경희고
2020 K리그 U-18 챔피언십 08.14~.26 우승:경남 포항제철고, 준우승:울산 현대고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대회를 개최한 고교축구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학원축구 응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부모들의 최대한 '거리두기 관전'과 일반 관중입장 불허, 그리고 장마와 태풍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경기장 분위기와 여건 및 환경은 정상적이지 않았지만, 자가 격리에 의한 장기간 홈 트레이닝으로 인한 실전 경기 경험 부족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경기력 저하 현상은 우려와는 다르게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변수를 제공하며 팀과 선수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그 중 8월 첫 대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변수는 침체기에 빠졌던 서울 고교 팀들의 약진이다. 그동안 서울 고교 팀들은 프로축구단(K리그) 연령별 육성 정책에 의한 팀 창단과 일반 U-18 클럽 팀 활성화 등으로 선수 스카우트의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교육부의 학원스포츠 '공부하는 축구 선수' 육성 제도 개선에 따라 2009년부터 실시된, 주말리그 제도 하에서 합숙금지 등 교육 방침이 바뀌면서 서울 고교 팀들의 침체는 더욱 가중됐다.

이에 서울 고교 팀들은 지방 고교 팀들에게 밀리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의 상위 입상은 단지 1~2개 팀의 특정 팀 전유물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올해 반전되어 8월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서울 고교 팀들은 제57회 청룡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경남 고성군) 중앙대학교부속고등학교의 우승과 제28회 백록기 전국고등학교축구(제주도 일원) 중경고등학교 우승 그리고 경희고등학교 준우승 등 2개 대회에서 우승,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로 서울 고교 팀의 약진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여파로 고교축구에 변수를 가져다 준 것은 일반 U-18 클럽 팀들의 도약이다. 일반 U-18 클럽 팀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반 U-18 클럽 팀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존재성은 미미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 일반 U-18 클럽 팀은 2019년 현재 70개 팀을 넘으며, 기존의 학원축구 틀에서 벗어나 한국축구의 저변을 넓히는데 일조하며 질과 양적인 면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그 결과 제56회 추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전(경남 합천군)에서 사상 처음으로 2개 일반 U-18 클럽 팀이 결승전에 동반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경기 골 클럽과 전남 영광 FC가 각 각 우승, 준우승을 나눠 가졌다. 이는 학원축구 중심의 고교축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같은 고교축구의 지각변동 현상은 코로나19 여파로 일어난 일시적인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일반 U-18 클럽 다수의 팀이 8월 첫 대회에서 받아든 16강 이상의 성적표가 이를 뒷받침 한다.

◇ 9월 개최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현황

대 회 명 기 간 대 회 성 적
제56회 춘계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전 08.30~.09.10 우승:경기 부천 FC, 준우승:제주 서귀포고
제4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08.30~.09.10 우승:충남 천안제일고, 준우승:부산 개성고
제4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 08.30~.09.10 우승:울산 현대고, 준우승:인천 대건고
제51회 부산 MBC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08.30~.09.10 우승:경북 포항제철고, 준우승:경북 영덕고
2020 금강대기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08.30~.09.10 우승:경기 덕영 FC, 준우승:서울 동북고
제53회 대통령금배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08.30~.09.10 우승:전북 영생고, 준우승:경기 계명고
제41회 대한축구협회장배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09.02~09.13 우승:경기 매탄고, 준우승:경기 YG FC

그렇다면 두 번째 개최된 9월 대회에서의 서울 고교 팀과 일반 U-18 클럽 팀들의 대회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났을까.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변수에 승부가 좌우되기 보다는 선수들의 기량에 의한 팀 전력의 우위에 의하여 승부 결과가 결정났다. 즉, 8월 대회와는 다르게 9월 대회는 K리그 산하 U-18 팀의 대회 자유 참가로 7개 대회중 5개 대회에서 K리그 산하 팀들이 우승을 독차지 했다. 사실 9월 대회는 체육특기자의 대학입시 관련 마지막 대회여서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태도는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기량에 의한 팀 전력우위를 극복하지 못하며 일반 고교팀과 U-18 클럽 팀은 K리그 산하 팀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지만 제4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경남 김천시)의 천안제일고등학교와 2020 금강대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강원 강를시)에서 용인시축구센터 소속 U-18 덕영 FC가 K리그 산하 U-18 팀들의 강세를 잠재우고 정상에 올라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어 제53회 대통령금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충북 제천시)에서는 K리그1 전북 현대 산하 영생고등학교가 닥공을 앞세워 단 1실점 만을 허용하며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여기에 제51회 부산 MBC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경남 양산시)에서 우승을 차지한 K리그1 포항 스틸러스 산하 포항제철고등학교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결승전에서 3골차 승리를 거두며 확실한 기량 우위를 입증했다.

한편 9월 대회에서 나타난 특징으로는 K리그2 부천 FC 산하 U-18 팀이 제56회 춘계 한국고등학교축구 연맹전(경남 합천군)에서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하여 그동안 K리그1 산하 U-18 팀이 주도한 강세에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30. 감바 오사카)이 2017년 창단한 경기 U-18 YG FC도 8월 개최됐던 2020금석배 전국고등학교학생축구대회(전북 군산시) 16강 진출에 성공한데 이어 제41회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경북 경주시)에서는 '일취월장' 결승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울러 2019년 11월 창단 1, 2학년 주축으로 2020 금강대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 4강에 오른 홍천 U-18 안정환 FC의 역시 신생팀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팀은 바로 무명의 반란을 일으킨 경기 계명고등학교와 만년 하위팀으로 평가받던 경북 영덕고등학교의 제53회 대통령금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와 제51회 부산 MBC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의 준우승 쾌거다. 올해 고교축구는 선수들에게는 처음으로 경험하게 됐던 낯선 환경과 상황으로 예년과 같이 다관왕 팀 수는 많지 않았고 오직 K리그1 산하 포항제철고등학교 만이 유일하게 8월 2020 K리그 U-18 챔피언십(경북 포항시)과 9월 제51회 부산 MBC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라 명성을 드높였다.

한편 K리그1 울산 현대 산하 현대고등학교는 제4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경남 고성군) 우승과 2020 K리그 U-18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고, 천안제일고등학교 및 덕영 FC 또한 우승, 준우승의 각 각 한 차례씩 거둬 K리그 산하 팀들에 뒤지지 않는 고교축구 강호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고교축구는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진 뿌리다. 따라서 대회 성적과 유망주 등장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2020년 고교축구는 코로나19 여파속에서 서울 고교팀들의 약진과 일반 U-18 클럽 팀들의 돌풍 그리고 K리그 산하 팀들의 강세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대형 유망주 탄생은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을 던져줬다. 이래저래 2020년 한 해는 고교팀들에게는 팀 발전의 정체가 심화되며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크고 자란 한 해로 받아들여진다.

김병윤 (전 용인시축구센터 코치)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