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벤투 감독, 점유율축구 이대로 좋은가
입력 : 2019.12.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어도 파울루 벤투호에 대한 의구심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벤투호는 부산에서 열린(12월10~18일)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목표로 했다. 결국 벤투호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며 그동안 제기됐던 따가운 비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벤투 감독의 지도철학에 의한 경기력이 홍콩, 중국, 일본과의 대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아쉬움을 던져줬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8월 말 취임 기자회견에서 빠른 공격 빌드업에 의한 점유율 축구를 주장하여 기대감을 갖게 했다. 현실적으로 벤투 감독의 이런 점유율 축구는 지난해 9월과 10월 국내에서 가졌던 남미의 강호 칠레(0-0 무), 우루과이(2-1 승)와의 평가전에서 1승1무 호성적을 거두는 성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진작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이번 '2019 동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이 주장했던 점유율 축구는 효율성이 떨어졌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높은 승률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점유율 축구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여전히 점유율 축구에 대한 '실험'과 '스타일'만을 주장하며 변화에 소극적이다. 대표팀은 개인의 축구철학을 '실험'하는 팀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도자의 축구철학이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이행되어 만족스러운 경기력에 의한 우수한 결과물을 얻는 것이 우선이다. 그 방법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방법에 있어서 융통성이 없고 시간 또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면 문제는 다르다. 솔직히 점유율 축구는 벤투 감독 개인만이 추구하는 특별한 축구가 아니다.

점유율 축구는 현대축구의 트렌드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자신만의 특별한 축구로 미화하며 '실험'과 '스타일'만을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다. 벤투 감독의 점유율 축구에 가장 큰 문제점은 전술의 한계성이다. 물론 양쪽 측면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가담 전술은 특징적인 요소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는 팀 전술의 단조로움에 그치며 경기력 저조를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궁극적으로 비효율적 축구로 인한 상대에게 대응 수단을 높여주는 데서 오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점유율 축구의 기본은 공 소유다. 그렇지만 공 소유 방법과 경기장의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점유율 축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공 소유권을 상대에게 넘겨준 시점에서 곧바로 압박을 가하여 다시 공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장 지역도 관건인데 상대 진영에서의 공 소유권 확보는 점유율 축구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주는 것은 물론, 특히 슈팅 가능지역에서의 공 소유권 확보는 상대방에게 대처 능력을 떨어뜨려 한편으로 공격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결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만큼 점유율 축구는 언제, 어떻게, 어느 지역에서의 공 소유권을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효율성 평가에 잣대가 된다. 이를 간과할 때 부임 이후 벤투 감독이 추구하고 있는 점유율 축구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 벤투 감독의 점유율 축구는 오직 공 소유권 유지만을 위한 수단으로서 자기 진영에서 백패스, 횡패스를 남발하고 있다. 결국 이는 벤투 감독이 주장하고 있는 빠른 공격 빌드업 과도 전연 부합되지 않는 축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의문점도 없지 않다. 그것은 점유율 축구 구현 과정에 있어서 모든 공격 플레이가 반드시 미드필더를 거쳐가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점이다.

벤투 감독이 아무리 자신의 축구철학 구현을 위한 점유율 축구를 고집한다해도 어디까지나 점유율 축구에서도 역습에 의한 속공 플레이는 필요하고 상황에 따른 선수들의 임기응변과 창조적인 플레이 역시 요구된다.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서 미드필더 플레이를 생략하는 공격 플레이도 필요하다. 지도자의 고집은 지도자의 생명을 단축시킨다. 특히 고집이 아집으로 받아들여 질때 돌이킬 수 없는 비수로 작용한다.

한 마디로 이를 쇄신시키려면 벤투 감독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점유율 축구에 대한 사고력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즉, 효율적인 점유율 축구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공 소유만을 위한 백, 패스, 횡패스의 남발 속에 공격 빌드업 스피드는 단지 희망 사항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팀 전술은 여전히 단순함에 그치는 가운데, 문제점인 밀집수비 파훼법과 심각한 결정력 부족 그리고 효과적인 용병술 플랜B 활용법의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으면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다. 현재 벤투 감독의 점유율 축구가 이와 유사하다. 분명 벤투호의 점유율 축구는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힘들고 보는 축구팬들에게는 답답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변화없는 스쿼드와 단순한 전술, 전략은 상대방에게 쉽게 간파당하여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벤투 감독이 동아시안컵 2차전 중국과의 대전 후 밝힌 "지금까지의 결과물도 썩 나쁘지 않았다"는 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2019 아랍에미리트 AFC 아시안컵'과 이번 '2019 동아시안컵'에서 결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고 올해 9월 FIFA 랭킹 94위였던 조지아와의 평가전(터키 이스탄불 파티흐테림 스타디움)에서는 현실적이지 못한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고 무승부를 기록(2-2) 실망감을 안겨줬다. 또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북한, 레바논 경기에서도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나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실은 '2019 동아시안컵' 중국전 후 벤투 감독이 처음으로 "개선할 점을 찾고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드러낸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어떻게, 얼마나 개선할지에 대한 부분은 설명하지 않았다. 진정 고집스러울만큼 점유율 축구에 '실험'과 '스타일'에 집착하는 벤투 감독이다. 결국 이로인하여 지금 축구팬들은 벤투 감독 부임 후 가졌던 공감대의 기대감 보다는 의구심만 점점 더 높아져 가고 있다.

김병윤(전 용인축구센터 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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