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벤투호 북한전에서의 '득실'은?
입력 : 2019.10.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지난 15일 북한 원정에 나섰던 한국이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0년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우여곡절 끝에 북한과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2승1무(승점 7점 +10)로 레바논과 스리랑카를 연거푸 꺾고 한국까지 잡고 파죽의 3연승을 기대했던 북한을 승점 7점(+3)에 묶으며 여전히 조 선두를 유지했다. 이로서 한국은 역대 A매치 북한과의 대결에서도 7승9무1패로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2000년대 들어서 북한에게 쉽게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징크스를 이어갔다.

사실 이번 북한과의 대결은 정치와 이념을 떠나 한국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이는 북한 징크스를 깨는 것은 물론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까지 좋은 분위기 유지와 더불어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의 변화와 개선의 지도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북한도 한국과의 3차전 경기에 한국 못지않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홈 팀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조건들에 사활을 걸고 배수진을 쳤다. 이는 북한이 그 만큼 2022년 카타르 FIFA 월드컵 본선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북한은 그동안 남자축구 A매치에서 만큼은 한국에게 1990년 10월 11일 남북통일 축구대회 1차전 이후 안방 경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은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2008년 3월)과 최종예선 1차전(2008년 9월) 한국과의 홈경기를 포기, 중립지역인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했다. 이는 FIFA의 스포츠와 정치를 엄격하게 분리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나는 태도로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2022년 카타르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29년 만에 홈경기를 개최했다.

결국 이와 같은 태도 변화로 H조에 북한과 함께 포함된 한국, 스리랑카,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 4개국 중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는 바로 한국이다. H조에서 객관적인 전력과 선수 기량 등이 월등이 우위에 있는 국가는 한국이다. 사실 북한을 제외하고 나머지 스리랑카,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은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북한 역시도 객관적인 선수 기량과 경험, 전력면에서 한국의 비교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은 강한 정신력에 의한 투지를 앞세워 한국의 천적으로 매번 한국과의 경기에서 한국을 괴롭혔고 급기야 이번 2022년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홈경기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승점 1점을 따내는 선전을 펼쳤다. 북한은 한국을 잡기위해 경기 하루 전에 입국을 허용하는 치밀함을 보이며 평양 순안공항에서의 입국 수속도, 이런저런 이유로 트집을 잡으며 3시간 이상 선수들의 발목을 묶었고, 심지어 숙소에서조차 많은 제약과 경기장 이동시에도 시간을 지체,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악영향을 줬다.

또한 경기장도 천연잔디구장인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이 아닌 인조잔디 구장인 평양 김일성경기장을 선택하여 경기를 진행했다. 이는 북한이 인조잔디 구장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과 그 밖의 국가들에게서 누릴 수 있는 홈 이점을 최대로 누리겠다는 의도된 계산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한국의 미디어 취재진, 방송 중계진, 응원단 입국을 불허하며 깜깜히 축구로 한국의 심리적인 압박감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북한은 홈 팀으로 누릴 수 있는 관중의 응원을 포기 무관중 경기로 경기를 진행 한편으로 의아심과 함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낯선 경기장 여건과 환경을 극복해야 했던 한국으로서는 또 하나의 적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선수 기량과 경험이 북한보다 우위에 있었던 한국은 급기야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결국 정신력에 의한 투지를 앞세운 북한과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치고 말았다. 이번 북한 원정 경기는 4가지 핵심적인 포인트가 존재했다. 첫 번째는 인조잔디와 낯선 환경 적응이었고 두 번째는 컨디션 관리였으며 세 번째는 강한 정신력을 앞세운 투지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 찾기였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의외의 무관중 경기로 인한 심리적 안정감에 의한 집중력 향상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은 이 4가지 키워드 중 그 어느 것 하나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특히 북한의 강한 정신력을 앞세운 투지 있는 플레이로 신경전까지 펼치며 무득점 무승부 경기로 북한 원정의 종지부를 찍었다. 사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지만 험난한 북한 원정을 패배 없이 마친 점에서 위안이 될 만하다. 이는 북한 원정이 선수기량과 경험, 팀 전력 우위를 입증하는 경기를 펼치기에 많은 변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경기는 그동안 이런 조건들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정신력에 의한 투지에 의하여 경기 결과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번 북한과의 무득점 무승부 경기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스리랑카전을 제외하고 A매치 19경기에서 12승 6무 1패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답답한 플레이의 공수 문제점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특히 골 결정력 문제점은 북한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줄곧 경기지배에 의한 빌드업축구와 공격축구를 지향해 왔다. 하지만 현재 벤투호의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전술, 전략적인 축구는 엿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벤투 감독 축구철학이 효율성과 융통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안방에서의 평가전과 2019년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등에서 약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데 기인한다. 벤투호는 결정적인 순간 2019년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카타르에 덜미를 잡혔고 이어 2022년 카타르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3차전 북한과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북한전 무승부는 그 중요성으로 볼 때 그 어느 경기보다 아쉬움이 남는 일전이었다. 물론 북한과의 원정 경기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벤투호가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했지만 벤투 감독은 경기전 북한이 선 수비, 후 역습에 의한 유럽파 한광성(21.유벤투스)과 정일관(27)을 앞세운 빠른 역습 전략으로 한국과 맞대결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북한은 한국과 치열한 접전을 펼칠만큼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정면 승부를 펼쳤다. 이는 분명 벤투 감독의 예상을 빗나간 전술,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무승부 경기는 이런 북한의 예기치 않은 전술, 전략에 벤투호가 허를 찔린 결과로 받아들여 진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벤투 감독의 단조롭고 현실적이지 못한 전술, 전략 구사가 드러난 북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이 시점에서 벤투 감독이 직시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전 무승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어떠한 조건과 여건하에서도 전력을 극대하여 진정한 강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변화와 개선의 지도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기 전체 수의 승률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직시할 필요성이 있다. 문제는 단 한 경기라도 경기가 갖는 가치의 중요성에 의한 승률이 문제다. 여기에 북한과의 경기는 이에 포함됐던 중요한 경기여서 국민과 축구팬들은 무승부에 대한 아쉬움과 궁금증은 크고 벤투 감독에 대한 믿음과 신뢰 역시 아직도 현재진행 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FIFA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자부심과 긍지는 국민과 축구인, 선수, 축구팬 모두 한결 같다.

벤투 감독은 지난 12일 스리랑카전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전 질문을 받고 “관중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모르고 어디까지나 지도자로서 객관성만으로 밝힌 개인적 입장이어서 한편으로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철학 구현 이전에 남북 관계의 특수성은 물론 한국의 국민성과 문화, 정서까지 아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약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벤투 감독은 더 큰 비난을 극복하지 못한 채 한국축구에 또 다시 외국인 감독으로서 '독이든 성배'의 쓴잔을 마신 지도자의 뒤를 이을지 모른다.

분명 한국은 북한과의 무득점, 무승부 경기로 '득' 보다는 '실'이 더 컸다. 그 중 주전 중앙 수비수 김영권(29. 감바 오사카 후반 10분)과 김민재(23. 베이징 권안 후반 17분)의 경고는 최종 예선전까지의 경기에서 한국에게 결정적인 순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뼈아프다. '우여곡절'의 북한과의 원정 경기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경기는 11월14일 레바논(승점 6점) 원정 4차전이다. 가뜩이나 원정에서 고전하고 있는 벤투호가 원정 2승2무1패(통산전적 9승2무1패)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고 보기 어려운 레바논 고비를 만났다. 실로 높은 승률을 기록하면서도 내용 면에서는 아직 의문부호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벤투호가 만약 레바논전에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벤투호의 조 1위 사수도 힘들어 지며 벤투 감독 또한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요구된다.

김병윤(전 용인축구센터 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