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공염불' 대한민국 여자축구는 위기다
입력 : 2019.10.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한국 여자 축구의 역사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자 축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 김화집(1909.5~2006.7) 선생님이 중앙여고 교사로 재직시, 중앙여중 축구팀을 창단 한국축구에 여자축구가 최초로 선을 보였다. 이후 1949년 6월 개최된 전국여자체육대회에 참가한 서울의 명성여중, 무학여중, 중앙여중(전국 4개팀 존재:서울여중 포함) 등 3개팀이 첫 여자축구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여자축구는 6.25 발발로 더 이상 유지, 육성되지 못한 채 자취를 감추며 다시 긴 침묵의 터널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1985년 김화집 선생님의 요청으로 대한축구협회(KFA) 직할팀으로 여자축구대표팀을 발족시켜 본격적인 여자축구 시대를 예고했다. 그렇지만 대한축구협회 직할의 여자축구대표팀은 협회의 소극적인 태도로 결국 1년 6개월 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한국의 여자축구가 본격적으로 활성화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은 1990년이다. 세계 여자축구의 활성화로 한국축구에도 여자축구 필요성이 대두됐고, 마침내 그해 이화여자대학교(5월)와 숙명여자대학교(6월)가 팀을 창단했고, 이를 발판으로 대한축구협회는 인천전문대 선수 등을 주축으로 한 한국 여자축구대표팀(감독 박경화)을 출범시켰다.

대한축구협회의 여자대표팀 출범은 곧 여자축구 활성화의 신호탄이었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는 여자축구 장. 단기적인 계획 수립에 나섰고, 문화관광부에서도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여자축구 창단 팀에 연간 5,000만원씩을 3년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 여자축구 활성화에 불을 댕겼다. 결국 이 같은 육성 정책으로 여자축구는 초, 중, 고등학교, 대학, 실업 팀이 잇달아 창단되며 2006년 여자축구는 초등 25, 중등 22, 고등 17, 대학 6, 일반 4팀 등 총 74개 팀의 여자축구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르네상스 시대의 양적 결과물은 곧바로 2009년 한국여자축구에 하나의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실업축구 리그인 'WK-League'을 출범시켰고, 아울러 국제대회인 제1회 '2006년 피스퀸컵 국제여자축구대회'까지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여자축구의 양적 결과는 곧바로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며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FIFA(국제축구연맹) U-17 여자 월드컵 우승과 독일 FIFA U-20 여자 월드컵 3위를 차지했다. 여자축구의 이 같은 눈부신 발전은 세계 여자축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로 여자축구 활성화 20년만에 일궈낸 빛나는 업적이다.

하지만 여자축구는 이후 침체의 늪에 빠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 2015년 캐나다 FIFA 여자 월드컵 16강 진출을 끝으로, 2019년 프랑스 FIFA 여자 월드컵에서는 3전 3패로 추락했고 더불어 2020년 인도 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실패하는 참담한 현실에 처하게 됐다.

이런 여자축구의 잇단 몰락으로 대한축구협회는 위기감을 느끼고 지난달 25일 여자축구 발전 방안에 대하여 '여자축구 발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더 늦기 전에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심포지엄이었다. 하지만 이는 잇단 팀 해체와 전체 등록 선수가 반토막난 약 1,500여명에 불과하고 'WK-League' 평균관중이 300명도 채 안 되는 현실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으며 심포지엄에서 제시된 발전 방안 또한 뜬구름 잡기식 이야기는 물론 현실성 없는 이야기와 실행불가능한 이야기의 말잔치에 불과했다.

진정 대한축구협회가 여자축구에 관심을 갖고 발전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책임감을 갖고 여자축구 선진국과 같이 여자축구 전반을 직접 운영하며 관리 감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즉 현재와 같은 한국여자축구연맹 별도 단체로는 암울한 여자축구의 현실을 극복하는데 한계성을 띨 수밖에 없다. 이에 현 시점에서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가 여자축구 발전 방안의 주도적 역할자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만약 대한축구협회가 여자축구발전을 위한 에너지와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정책으로 잇단 팀 해체에 종지부를 찍고 팀과 등록 선수 수 증가에 의한 저변 확대를 위한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면 여자축구는 다시한번 활성화 시대를 되찾으며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가 2015년 야심차게 출범시켰던 여자축구 태스크포스팀의 전담조직 부활도 재가동시켜야 한다. 여기에 현실적인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물론 심포지엄에서 제기된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 개최도 침체기에 빠진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난 2020년 FIFA U-20 여자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상황에서 확실성이 없는 FIFA 여자 월드컵 개최를 제기하는 것은 막연한 발상이며 아울러 공염불에 불과할 뿐 그 이상의 것은 없다. 이에 우선은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가운데 치밀한 연구와 고민, 이해를 통하여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에 지난달 25일 개최됐던 '여자축구 발전 심포지엄'은 형식적인 심포지엄으로 받아들여 지기에 충분하다.

여자축구 발전 방안에 대하여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주인공은 현장의 여자축구지도자와 관계자들이다. 이런 지도자와 관계자를 배제하고 단지 전문가라고 해서 패널로 초청되어 여자축구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뜬구름잡기식 제언만을 쏟아낸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 심포지엄에 참가했던 패널 중에 여자축구를 제대로 관람하며 문제점을 파악하고 최고봉인 'WK-League'를 현장에서 경험해본 패널이 'WK-League' 지도자와 선수를 제외하고 과연 몇 명이나 됐을까.

그리고 여자축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의 의견은 제시 됐을까? 실로 여자축구에 대한 해결책은 대한축구협회, 한국여자축구연맹, 현장의 지도자와 관계자 그리고 축구 전문가, 축구팬 모두가 함께하여야만 현재의 한국 여자축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어느정도 도출해 낼 수 있다. 그동안 여자축구는 선진행정과 정책에 의한 활성화 보다는 FIFA월드컵 등과 같은 국제대회 성적에만 연연해 왔다. 하지만 FIFA월드컵 출전과 별개로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저변 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여자축구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으며 국제대회에 출전해서도 경쟁력 저하로 여전히 계란으로 바위 깨기일 뿐이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전임지도자)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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