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11m 승부차기‘ 승리 방정식
입력 : 2019.09.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축구 경기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극적으로 승패가 가려지는 플레이는 바로 승부차기다. 승부차기(Penalty shoot-out)는 90분 동안의 정규 시간과 연장전을 모두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때 양팀에서 각각 5명의 선수가 나와 페널티킥 마크에 공을 놓고 골키퍼와 1:1로 대결 한 번씩 번갈아 킥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팬들을 웃기고 울리며 선수와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극심한 압박감과 피말리는 긴장감을 안겨 주는 '잔혹한' 승부차기는 과연 어떻게 시작됐을까.

축구에서 승부차기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올림픽 등 토너먼트 경기 방식이 실행되는 대회 경기는, 전후반과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재경기나 동전 던지기, 추첨 등을 통해 승부를 가렸다. 그렇지만 이 같은 방식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고 판단해 승부차기 제도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결국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이스라엘이 추첨 끝에 8강에서 탈락한 것을 지켜본, 이스라엘 출신 축구 심판 요세프 다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승부차기 방식을 고안했다.

이에 훗날 이스라엘 축구협회 회장이 된 마이클 알모그는 요세프 다간의 아이디어를 FIFA에 제안했고 FIFA는 여러 테스트를 통해 보다 공정하게 승패를 결정짓기 위한 방안으로 승부차기 방식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승부차기는 처음으로 1976년 국제 대회인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유고슬라비아 제5회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실시됐고, 1978 아르헨티나 FIFA월드컵에서는 시범 실시되었으며, 1982 스페인 FIFA월드컵 때 공식적으로 경기에 적용됐다.

승부차기는 이론상 키커가 이기는 싸움이다. 승부차기 시 공을 차는 지점(페널티킥 마크)과 골대와의 거리는 11m다. 키커의 발을 떠난 공이 골라인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대략 0.4초다. 반면 골키퍼가 공을 보고 몸을 반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0.6초다. 이는 골문 구석으로만 차면 득점 성공률이 100%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FIFA월드컵에서 승부차기 성공률은 약 70%대에 불과하다. 이유는 키커의 실축도 뒤따르지만 그 보다는 키커와 골키퍼 간의 심리전 영향 때문이다.

따라서 이 때 선수에게 주어지는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승부차기 폐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FIFA는 승부차기 도입 47년 만인 2017년 과거의 양쪽 팀에서 각각 5명의 키커가 나와서 한 번씩 번갈아가며 차는 승부차기 승자 선정 기준의 형평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라 'ABAB' 방식에서 과거보다 공정한 방식의 명분을 내세워 FIFA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착안한 'ABBA' 방식으로 승부차기 방식을 변경 2017년 5월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17세 이하 선수권대회부터 공식 대회에 시범적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ABBA' 방식은 'ABAB' 방식보다 흥미가 반감될 뿐 아니라 'ABBA' 식으로 찼을 때 처음 A팀의 선수가 실패하고 B 팀의 선수가 연속 2번 성공하게 되면 다음 A팀의 선수는 2-0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야하기 때문에 선수에게 너무 극심한 부담감과 압감감을 안겨 준다는 회의론이 제기되어 한국축구도 2018년 세계적 추세에 따라 도입했던 'ABBA' 승부차기 방식에서 2019년 FA컵에 다시 두 팀이 번갈아 차는 과거의 'ABAB' 방식을 채택했다.

승부차기의 경우 먼저 차는 팀의 승률이 60%에 달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을 사용하여 승부차기를 실시하더라도 양팀이 공평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승부차기는 그동안 '팀 스포츠인 축구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선수 개인에게 지나치게 잔인한 방식이다' 등 여러 가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처음 도입된 이후 49년 동안 이어져 오며 변화속에 수많은 재미있는 기록을 함께 탄생시켰다.

그 중 하나는 지난 6월 한국 고등학교축구대회(제24회 무학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양팀 합쳐 무려 62명(최종 스코어 29-28)의 키커가 나오는 진풍경이 벌어지며 약 1시간 동안 승부차기 혈투를 벌여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는 사실이다. 승부차기에서 키커는 피말리는 긴장감에 휩싸이게 되고 또한 공을 향해 뛰어가는 단 몇 초 찰나의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순간 동안에도 수 없는 갈등에 시달린다.

이와 같은 승부차기는 한 번의 환희 또는 절망으로 끝난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승부차기도 훈련(연습 포함)의 일환으로 소화할 필요성이 있다. 아무리 승부차기가 심리적인 면을 동반하며 '운'을 논한다 해도 훈련과 승부차기 성공률은 비례한다. 많은 훈련과 연습은 자신감으로 승화되어 긴장감과 압박감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다면 승부차기도 그 예외는 될 수 없다.

물론 승부차기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이 제시되어 있지만, 그 중 이미지트레이닝을 빼놓을 수 없다. 아울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마음으로

첫 째: 훈련과 연습에서 자신의 킥방법에 이어 방향을 1번과 2번등으로 명확히 설정 할 것
둘 째: 경기에서 자신의 승부차기 방법과 방향을 바꾸지 말 것
셋 째: 자신이 없으면 인스텝킥으로 강하게 킥을 실시할 것
넷 째: 킥을 실시하기 전 시간을 지체하지 말 것
다섯째: 지도자는 불필요한 주문을 하지 말 것 등을 특별하지 않으면 이행하여야 한다. 이래저래 승부차기는 선수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훈련과 연습은 필수일 수밖에 없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전임지도자)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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