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축구공의 진화, 첨단 과학은 필수 (2)
입력 : 2019.02.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 공인구는 ‘트리콜로(Tricolore)’였다. ‘트리콜로'는 FIFA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컬러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디다스사는 프랑스 국기의 3색인 파랑색, 흰색, 빨강색으로 탱고 무늬를 구성하는 한편, 공의 문양 중앙마다 프랑스의 상징인 수탉을 형상화시켜 화려하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구현해냈다. '트리콜로'라는 이름 또한 ‘세 가지 색깔’이라는 의미다. '퀘스트라'와 마찬가지로 기포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으며, 미세한 고압력의 공기 방울들을 규칙적으로 배열하여 볼의 탄성 및 반발력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표면을 최대한 매끄럽게 하여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 했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그로 인해 공격하는 팀의 슈팅은 더욱 빠르고 날카로워진 반면, 골키퍼들은 상당한 고난을 겪어야 했다. 아디다스사의 신기술이 공격축구 흐름을 주도한 셈이다. 그리고 2002년 한. 일 FIFA월드컵은 점박이 전형을 처음 벗어난, 흰색 바탕에 황금색 삼각형 바람개비와 붉은색 불꽃 무늬를 새긴 ‘피버노바(Fevernova)’였다. '피버노바'는 1978년 아르헨티나 FIFA월드컵 이후 최초로 '탱고' 이미지를 벗어나 좀 더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연출한 아디다스사의 야심작이었다.

그러나 표면 디자인은 다르지만 기본 골격은 역시 1970년 멕시코 FIFA월드컵 공인구 '텔스타'와 같았다. ‘피버노바'의 디자인 및 색상은 열정(Fever)과 별(Nova)을 형상화시킨 것이었는데, 특히 4개의 바람개비 무늬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바람개비 바깥쪽의 황금색은 한.일 양 국이 FIFA월드컵 개최를 쏟아 부은 에너지를, 붉은색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상징하는 불꽃을, 그리고 카키색의 삼각무늬는 한국과 일본의 균등한 발전을 의미했다.

또한 '피버노바'는 기능 면에서도 탄성, 반발력, 회전력 등을 모두 '트리콜로'보다 한 층 향상시켜 제작되었다. 특히 뛰어난 반발력에 비해 회전력이 부족했던 '트리콜로'의 단점은 '피버노바'에 이르러 효과적으로 보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 '피버노바'는 지나치게 화려한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로 인해 팬들의 선호도에 있어서는 크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어 2006년 독일 FIFA월드컵에서는 32개였던 가죽 조각을 14개로 줄이고 손으로 꿰매는 수작업까지 없앤 뒤, 고열 고압에서 조각을 붙이는 특수공법으로 더욱 완벽한 원형구조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팀 가이스트(Teamgeist) ’가 등장했다.

‘팀 가이스트'는 독일어로 팀의 정신이란 뜻이며, 이는 독일 대표팀 전통의 패기와 승부근성을 상징했다. 이 공은 '피버노바'에 비해서도 더욱 혁신적인 디자인을 채택하여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20개의 정육각형과 12개의 정오각형으로 구성된 ‘깎은 정이십면체’에서 8개의 정육각형과 6개의 정사각형으로 구성된 ‘깎은 정팔면체’ 모양으로 변화됐다는 점이 '트리콜로나' '피버노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이처럼 가죽 면수가 크게 줄어듦에 따라 '팀가이스트'는 이전 공인구들보다 구형(球刑)에 좀 더 가까운 모양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가죽 간의 접착에도 열접착 방식이 새롭게 도입됐으며, 최대한 원형에 가까워진 공의 모양 덕분에 슈팅 시 힘 전달이나 공기 저항력 등이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그 외에 방수력과 내구력 부문에서도 피버노바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1C 들어 처음으로 개최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FIFA월드컵 공인구는 '자블라니'(Jabulani)였다. '자블라니'는 아디다스가 만든 역대 공인구 중 최고의 역작으로 역사상 가장 원형에 가깝게 평가받고 있다.

독일 바에이른주 샤인펠트 연구소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2년여 작업을 거쳐 탄생한 ‘자블라니’는 새롭게 개발된 미세 특수 돌기의 공 표면과, 3D 곡선 형태의 가죽 조각 8개를 붙여 이전 공보다 더욱 완벽한 구에 가까운 형태를 띠는 것이 특징이었다. 특히 ‘자블라니’의 표면에는 특수 돌기가 전체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골키퍼가 잡을 때 미끄러짐 현상을 방지하고, 발과 공 사이의 환상적인 그립 감을 제공해 주도록 하여 공인구 역사상 최초로 골키퍼를 배려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아울러 돌기들은 필드 플레이어들이 공을 트래핑 할 때에도 한 층 안정감을 제공해 주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기역학을 이용해 공이 날아가는 궤적의 안정성을 높여, 선수들이 어떤 날씨와 환경 속에서도 공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최첨단 공법으로 제작됐다. 2014년 브라질 FIFA월드컵 공인구는 ‘브라주카(brazuca)’였다. ‘브라주카'는 브라질 사람과 낙천적인 브라질 사람들의 특성을 담고 있는데, 이는 브라질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포르투갈어로 ‘브라질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컬러도 화려했다. 초록, 파랑, 빨강 등 원색이 더해졌고, 구불구불한 공의 문양은 브라질을 대표하는 아마존 강과 브라질 원주민이 사용하는 전통 팔찌인 소원 팔찌를 형상화했다. 역대 공인구 중 가장 적은 6조각으로 만들어졌고, 공을 컨트롤 할 때 보다 정확한 패스와 슈팅을 만들어낼 수 있게 제작되었다. '브라주카'는 유로 2012년 공인구와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 공인구, 유럽 챔피언스리그 공인구에 적용된 테크놀로지의 집합체로 최첨단 기술이 사용되었다.

또한 '브라주카'는 공인구의 완전체로, 날씨, 고도, 습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역대 가장 많은 테스트를 거쳐 완성되었으며, 공기를 넣는 부분이 라텍스로 만들어져 불규칙한 리바운드를 줄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어 2018년 러시아 FIFA월드컵 공인구는 ‘텔스타 18’와 '텔스타 메치타(Mechta)' 두 종류였다. ‘텔스타 18'은 공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초창기 공인구인 오리지널 '텔스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1970년 멕시코 FIFA월드컵 공인구인 "텔스타"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재탄생된 이 모델은 48년 만에 뉴 버전의 '텔스타 18'와 ' '텔스타 메치타'로 등장했다.

현대적 스타일로 디자인한 '텔스타 18 '는 무척 깔끔하고 클래식했다. 컬러도 흰색과 검정, 회색등 적은 색상으로 간단하게 구성했다. 검정-회색으로 이뤄지는 그라데이션 픽셀 디자인은 오늘날의 디지털 세상을 반영했다. '텔스타 18'은 또한 패널 개수가 단 6개밖에 되지 않지만 과거보다 더 완벽한 구(球)의 형태를 구현하여 공기저항을 덜 받게 했고, 아울러 이음새가 적어 불규칙하게 튀어오르는 것을 방지했으며 조그마한 힘에도 멀리 날아가도록 하는 신기술로 제작되었다. 또한 표면을 돌기로 처리해 공의 회전력도 강해지도록 했다.

특히 공인구 최초로 사용자가 공에 대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NFC(근거리무선통신) 칩을 내장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여 공의 혁신적인 진화를 이끌어 냈다. 한편으로 16강부터 사용된 공인구 '텔스타 메치타'는 '텔스타18'에 러시아의 국기에서 영감을 얻어 붉은색이 입혀졌다. '텔스타 메치타'의 붉은색은 열정을 의미하며, '메치타'는 러시아어로 꿈, 숙원, 염원을 의미한다. FIFA월드컵에서 결승전 전용구를 제외하면 대회 기간 중 공인구가 변경된 것은 러시아 FIFA월드컵이 처음이다.

공인구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공의 둘레의 일정성, 지름의 오차, 무게, 방수율 등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다. 내구성과 일정한 반발력을 갖추기 위해서 일정한 규정을 통과(예:시속 50km로 2000번 충돌)한 후 형태와 성능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에 2014 브라질 FIFA월드컵의 공인구였던 '브라주카'는 개발 기간만 약 2년 6개월이 소요됐다. '축구공은 둥글다' 이에 이변도 많고 승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는 거꾸로 축구가 그만큼 '예측 불가능성'이 큰 스포츠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서, 한편으로 축구가 비과학적 스포츠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둥근 축구공은 새로운 패널 디자인과 함께 최첨단 폴리우레탄(PU) 신소재까지 기술적인 발전과 더불어 스마트 도입의 첨단 과학까지 접목되며 축구 역사속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 과연 공 외주 68cm(27인치)이상~70cm(28인치) 이하, 무게 410g(14온스) 이상~450g(16온스) 이하, 공기 압력은 해면에서 0.6 기압 이상~1.1기압 이하의 축구공이, 디자인은 물론 기술과 과학적으로 어떻게 더 진화할지 지구촌 70억 명 인구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전임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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