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돋보기] 협회는 감염 책임 없다? 오스트리아 원정 日 ‘확진자 0명’은 우연일까
입력 : 2020.11.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치른 두 차례 원정 평가전을 마쳤다.
한국은 1승1패(멕시코에 패, 카타르에 승)를 기록했는데, 사실 이번 평가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건 경기력 보다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다.

원정 기간 동안 한국대표팀에서는 선수 7명, 스태프 3명까지 총 10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먼저 지난 15일 멕시코전이 열리기 전 선수 4명과 스태프 1명이 코로나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진 재검에서 선수 2명이 추가 확진을 받았다.

그러나 확진자를 제외해도 경기 엔트리 숫자가 확보되고, 상대팀과 개최국의 동의를 얻었기에 멕시코전은 그대로 진행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마련한 코로나19 프로토콜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17일 카타르전 역시 예정대로 진행됐고, 이 경기 직후 실시한 검사에서 황희찬과 스태프 1명이 추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황희찬은 코로나 바이러스 잠복기 중에 경기를 소화한 것이다.

대표팀은 소집 기간 동안 빈의 호텔에서 지내면서 훈련 외에는 일체의 외출을 하지 않았고, 호텔 한 층을 통째로 빌려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선수들은 한국에서 동행한 조리사가 만든 식사를 각자 방에서 따로 먹었다.

현지에서 정확히 어떤 경로로 선수들과 스태프가 감염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나름대로 철저했다고 생각한 방역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은 분명 있다.



먼저 문제가 됐던 훈련장 개방 부분이다. 당초 예정된 훈련장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다른 훈련장으로 바꿨는데, 이곳을 원래 사용하고 있던 현지 육상 선수들이 한국대표팀이 피치에서 뛰는 동안 트랙을 돌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훈련장 외부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코로나19는 야외 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훈련장 문제로 선수들이 감염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처럼 대한축구협회가 버젓이 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브에 공개한 훈련 장면에서도 외부인들이 보이는 정도인데, 어쩌면 대표팀은 언제 생겼을지 모르는 또 다른 위기 상황들을 가볍게 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소집 기간 동안 선수들이 호텔 실내에서 ‘마피아게임’을 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팬들은 ‘선수들이 거리를 두지 않은 채 모여서 게임을 즐겨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카타르전에서는 경기 시작 16초 만에 황희찬이 골을 넣자 선수들이 달려와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한국 축구는 다른 축구 강국들에 비해 인프라가 작다 보니 대표팀 선수들의 소속팀은 모두 달라도 서로 친분이 두터운 경우가 굉장히 많다.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 평가전에 소집되는 것에 대해 ‘몸은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힐링되는 느낌’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로 분위기도 유난히 가족적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처럼 친밀도가 남다른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를 방역에서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같은 기간, 같은 나라인 오스트리아(지역은 빈이 아닌 그라츠)에서 원정 평가전을 했던 일본 축구대표팀은 멕시코, 파나마와 2경기를 치르는 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빈과 그라츠는 193km 떨어져 있고, 코로나19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 그러나 하루 수 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오스트리아에 완벽한 ‘청정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이 그저 운이 좋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대표팀의 이번 코로나 감염은 방역 실패일 수도 있고, 운이 없어서 였을 수도 있다. 과연 어느 쪽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점이 미흡했는지 협회는 반드시 자체 조사하고 향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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