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막내도 용병도 반한 홍명보 리더십, 확실히 다르다
입력 : 2021.05.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조급함이 우리 선수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것을 떨쳐내도록 돕는 게 내 임무다. 축구라는 게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다. 즐기면서 차분히 하나씩 만들어가는 발전적인 팀이 됐으면 한다.”

홍명보(52) 감독이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은 후 강조했던 말이다. K리그 개막 후 두 달이 흘렀다. 울산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순위는 2위다. 4월 말 3경기 무승(2무 1패)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5월 첫 경기에서 광주FC를 2-0으로 제압했다. 한 경기 덜 치른 전북 현대를 승점 3점 차로 추격하며 우승 경쟁에 서서히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울산 내부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이 화제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그는 카리스마의 상징이다. 풍기는 아우라가 있으니 다가가기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부드럽다. 무심한 듯 농담도 툭툭 던진다. 고참들에게는 동네 형, 막내급들에게는 다정한 삼촌이다. 울산 한 관계자는 “감독님은 늘 축구만 생각하고 연구하신다. 그런 와중에도 선수단뿐 아니라 사무국 직원들도 세심하게 챙긴다. 진심이 느껴진다. 겪어 보니 왜 홍명보, 홍명보라고 하는지 알겠다”며 리더십에 엄지를 세웠다.

선수들이 믿고 따른다. TV에서 봤고 익히 소문으로 들었던 레전드를 프로 첫 감독으로 모시게 된 막내 김민준의 경우가 그렇다. 홍명보 감독을 위한 세리머니를 준비했을 정도다. 함께한 시간이 반년도 안 됐는데 지난달 FC서울전에서 골을 넣고 홍명보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다섯 번째 키커로 방점을 찍고 팔을 돌렸던 세리머니를 재연했다. 김민준은 “감독님을 위해 미리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공격수로 갖춰야할 부분 중 하나다. 어린 선수가 세리머니까지 준비할 정도로 스타성을 지녔다”고 대견한 듯 웃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 루카스 힌터제어는 광주전에서 7경기 만에 데뷔골을 신고했다. 계속 침묵을 지키니 언론, 관계자, 팬들 대다수가 ‘힌터제어가 한국에서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골을 못 넣어 본인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나와 다른 선수들이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곧 터질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이에 힌터제어가 응답했다. 힌터제어는 광주를 상대로 득점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싸우고, 등지고 볼을 내주고 연계하고, 홍명보 감독의 미션을 100% 완수했다. 가장 문제였던 득점이 터졌고, 경기력 역시 향상된 걸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힌터제어 역시 홍명보 감독 리더십에 매료됐다. 그는 “홍명보 감독님의 리더십이 엄청나다. 빅 보스다. 감독님 말씀에 나를 포함한 모든 선수가 귀 기울인다. 레전드인 걸 안다.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려 하신다. 결정적으로 선수 개개인이 느끼는 압박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주신다”며 찬사를 보냈다.

선수들의 말 하나하나에서 홍명보 감독을 향한 진심이 느껴진다. 울산의 분위기가 확실히 좋다고 느껴진 장면은 힌터제어가 골을 넣었을 때다. 동료들이 달려와 얼싸안고 격려해주는 모습은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었다. 진정한 원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광주전이 끝난 뒤 “울산에 걸맞은 경기였다. 공격 전개나 수비 방식, 운영이 좋았다. 힌터제어는 훈련 때 자신감 없는 모습이 있었는데, 잘 이겨냈다. 다른 선수들도 힌터제어가 골을 넣길 바랐다. 득점 후 모든 선수가 축하해준 모습은 아주 보기 좋았다. 우리의 팀 전력과 팀 정신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더 나은 내일을 확신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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