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풋볼토크] 난민 출신의 등장… K리그는 ‘이주민 쿼터’ 준비할 때다
입력 : 2021.01.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지난해 말 포항 스틸러스가 2021년 신인 선수 영입을 발표했을 때 유독 한 선수가 화제를 모았다.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 선수에 대한 인터뷰나 관련 기사들도 여러 개 나왔다. 앙골라 난민 출신의 수비수 풍기 사무엘(20)이다.

사무엘은 6세 때 부친이 국내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체류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그는 국내에서 초중고를 모두 거쳤다. 국적만 앙골라일 뿐 생활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또래와 다를 것이 없다. 포항 관계자는 “오히려 그 연령대 어린 선수들보다 더 예의바르고 착실하게 행동한다”고 말할 정도다.

사무엘은 현재 한국 귀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서다. K리그는 국적 불문 3명의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 1명,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1명 등 총 5명을 보유할 수 있다. 현재 사무엘은 포항에 외국인 선수로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3명만 등록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아직은 즉시전력감이 아닌 사무엘로 등록하기는 부담이 크다.

사무엘도 정서적으로는 한국인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일찌감치 귀화를 준비했다. 귀화가 되면 사무엘은 신의손, 데니스, 이싸빅 등에 이은 귀화 선수 K리거가 된다.

▲ 불안정한 이주민 출신 유소년 선수들의 K리그 입성
그동안 K리그에는 강수일, 김로만처럼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인 다문화 가정 선수가 프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적 문제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과 상황이 다른 이주민 출신 선수의 K리그 입성은 국적이라는 벽에 맞닿았다.

사무엘은 귀화 과정이 마무리 단계다. 하지만 귀화에 실패하면 포항 입단도 차질을 빚게 된다. 포항이 외국인 선수 등록에 여유가 생기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외국인 선수 쿼터를 모두 채우면 사무엘은 등록하지 못한다. 프로 선수의 꿈, 앞으로 축구 선수로서의 생활에 장애가 된다.

포항도 그 점을 고려해 사무엘과 계약했다. 포항 관계자는 “귀화를 전제로 계약한 것이다. 귀화가 실패할 가능성은 작지만, 그렇게 된다면 (선수의 장래를 위해) 계약 파기를 조건으로 했다. 외국인 선수 등록도 할 수 없는데 붙잡아 둘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네팔 출신 이주민 선수인 당기 머니스(19)도 국내 이주 후 국내에서 중고교를 다니며 축구 선수가 됐다. K리그 팀 입단 테스트도 합격했다. 그러나 네팔 국적이 문제였다.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외국인 선수 쿼터를 쓰면서 영입하기에는 부담이 큰 탓이다. 머니스는 귀화도 실패해 국내에서 프로 선수가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 이주민 쿼터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
일본 J리그가 도입했던 규정은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다.

J리그는 2019년부터 외국인 선수 영입은 무제한으로 영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J1리그는 5명, J2리그는 4명으로 외국인 선수의 동시에 뛸 수 있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J리그만의 독특한 로컬 규정이 있다. J리그와 제휴한 아시아 8개국(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카타르) 출신 선수는 자국 선수로 대우해 외국인 선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즉, J1리그 팀은 11명의 선발 선수 중 외국인 선수 5명, 제휴 국가 선수 1명 등 총 6명의 외국인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일본 출생으로 일본에서 의무교육 중이거나 수료한 자, 일본의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자에 한해서는 팀별로 1명씩 외국인 선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북한 대표를 지낸 안영학, 정대세 등이 이러한 규정으로 J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했다.

일본이 시행했던 이 제도는 이주민 선수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국내에 참고할 부분이다. 국내 선수와 견주어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K리그 팀들이 영입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최소 국내에서 고교 3년을 보냈거나 중고교 6년을 지낸 이주민 선수에 한해서는 외국인 선수 등록 규정과 별도로 영입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 이는 이주민 선수의 진로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고, K리그는 더 나은 선수 확보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좋은 생각이다.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사진=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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