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부활 박주호, 부활 중인 홍철... 김도훈의 행복한 고민
입력 : 2020.08.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부산] 이현민 기자= 같은 포지션에 국가대표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완벽히 부활했고, 다른 한 명은 부활 중이다. 울산 현대 왼쪽 풀백 박주호(33)와 홍철(29) 이야기다.

울산은 지난 2일 오후 7시 구덕운동장에서 펼쳐진 부산 아이파크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서 후반 37분 주니오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7월부터 공식 7연승(K리그1 5경기, FA컵 2경기)을 질주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북 현대에 승점 3점 앞선 리그 선두를 유지했다.

이날 울산은 윤빛가람이 지난달 29일 강원FC와 FA컵 8강(멀티골)에 이어 또 골 맛을 봤다. 윤빛가람 골을 도운 비욘존슨의 활용법을 찾았고, 후반 교체로 들어온 주니오(18골)가 결승골로 리그 5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는 등 얻은 게 많은 경기였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왼쪽 수비였다. 김도훈 감독은 최근 확실히 자신감을 찾은 박주호 대신 부상 회복 후 경기력을 끌어 올리고 있는 홍철 카드를 꺼냈다. 홍철은 7월 15일 경주한수원과 FA컵 16강 이후 모처럼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홍철은 정승현, 김기희, 김태환과 포백으로 호흡을 맞췄다. 울산은 전반 초반부터 이동준과 호물로를 앞세운 부산 공격에 고전했다. 특히 빠른 발이 장기인 이동준이 홍철 쪽을 계속 공략했다. 공간 뒤에 지속적으로 볼이 투입되다 보니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홍철이 전진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수세에 몰린다고 수비만 하지 않았다. 일단 막고 올라갈 타이밍을 봤다. 간헐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전반 22분 상대 터치라인 부근에서 전진 패스를 연결해 이상헌과 윤빛가람의 연계 플레이로 이어지는데 기여했다.

흐름 상 위기도 있었다. 전반 27분 부산 호물로가 울산 진영에 긴 볼을 투입했고, 이동준이 문전을 파고들어 가슴 트래핑 후 슈팅했다. 홍철이 따라붙었지만, 한 발 늦은 상황. 이동준의 슈팅이 하늘로 솟구쳐 한숨 돌렸다. 32분 자기 진영 페널티박스 라인에서 이동준을 막다가 신체 접촉이 있었다.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다행히 박스 안이 아닌 바깥이었다. 상대 프리킥이 무위에 그쳤다. 계속된 위기를 넘기자 울산에 기회가 왔다. 전반 45분 비욘존슨의 패스를 윤빛가람이 아크 정면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분위기를 가져왔다.

전반, 냉정히 상대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경기 중 흔히 있는 일이다. 몰아칠 수도, 몰릴 수도 있다. 이날 흐름은 후자였는데 결국, 선제골은 울산이 넣었다. 경기 후 김도훈 감독이 밝혔지만, “전반에 상대 맹공을 예상했다. 팀 전체적으로 잘 뭉쳤고, 선수 개인도 전술적 임무를 잘 수행했다”고 언급했다. 지나치게 라인을 올릴 필요 없이 침착히 기다렸다가 한 방을 노렸다.

후반 들어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렀다. 부산이 몰아치고 울산이 수비 안정을 뒀다. 상대 힘이 떨어지자 울산이 조금씩 전진했다. 홍철도 올라갔다. 후반 16분 전매특허인 왼발 크로스가 비욘존슨에게 배달됐다. 헤딩슛이 간발의 차로 골문을 벗어났다. 부산은 작정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동준이 줄기차게 홍철을 공략했다. 스피드는 홍철이 열세였다. 그렇지만 한 번에 벗겨지지 않는 침착함과 기질을 발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련함이 빛났다. 보통 일반적인 선수였다면 흔히 말하는 ‘멘붕(멘탈 붕괴)’이 오는 게 당연했다. 안 되면 몸을 던져 막았다. 2선에 위치한 김인성과 수비형 미드필더인 원두재가 협력 수비로 홍철을 돕는 모습도 포착됐다. 서로 커버하고 보완해가며 위기를 넘겼다. 후반 33분 실점했으나 37분 주니오가 결승골을 뽑아낸 울산이 값진 승리를 챙겼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홍철은 녹초였다. 김학범호의 강력한 무기이자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이동준에게 혼쭐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몸과 경기 감각이 100%였다면 해볼 만했을 텐데, 스스로 많이 느꼈을 판이었다.



현재 울산은 왼쪽 수비는 박주호가 부동의 주전이다. 최근 리그 4경기에서 모두 박주호가 선발로 출전했다. 홍철은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7월 4일), 대구FC 원정(7월 12일), 강원FC과 홈경기(7월 19일)에서 후반에 교체로 나섰다. 상주 상무 원정(7월 25일)은 명단에서 빠졌다. 핵심은 두 선수의 맞교대가 아니다. 홍철이 왼쪽 수비로 가면 박주호가 자연스레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중원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상대 에이스를 꽁꽁 묶는 전술적 변화다. 애초 홍철은 울산으로 올 때 부상을 안고 왔다. 현재 털어냈지만, 풀타임을 뛸 체력과 경기력이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차츰 출전 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부산전에서 몸 상태와 경기력을 어느 정도 검증했다.

김도훈 감독은 홍철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는 “홍철이 많이 고생(공격수 막느라)했다”고 웃으며, “이런 어려운 시기를 거쳐야 자신감이 붙고 몸이 확실히 만들어진다. 분명 힘들었지만, 수비 조직이 기여했던 것과 멘탈적인 면에서 국가대표답게 좋았다. 경기력이 올라오면 좋은 카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주호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김도훈 감독은 “박주호는 부상을 완벽히 회복했고, 컨디션이 확실히 올라갔다. 어느 임무든 척척 해낸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능력 이상으로 좋은 선수”라고 극찬했다.

시즌 초반 흔들렸던 울산의 왼쪽이 단단해졌다. 7연승의 비결 중 하나다. ‘박주호에 홍철까지 확실히 살아난다’면, 김도훈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 벌써 시작됐다.

사진=울산 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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