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TO FACE] 정정용 감독, “서울E서 고생길요? 성취감 느끼고 있습니다”
입력 : 2020.04.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 가능성 있는 선수들은 발전 가능성 있다. 좋은 효과를 기대한다.”
“결과와 더불어 육성, 스포츠문화가 자리 잡도록 같이 가야 한다.”
“플레이오프에 나갈 4위는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스포탈코리아=청평] 김성진 기자= 지난해 U-20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정정용 감독. 그가 서울 이랜드 지휘봉을 잡자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컸다. 서울 이랜드가 2년 연속 K리그2 최하위에 그쳤을 만큼 부진한 탓이 컸다.

많은 이들은 서울 이랜드를 선택한 정정용 감독에게 “꽃길도 많은데 굳이 고생길을 사서 하냐”고 말했다. 주위의 그런 시선 속에서도 정정용 감독은 서울 이랜드 안에서 희망을 하나씩 발견했다. 물론 그 희망이 결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정용 감독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선수들의 발전 모습이 눈에 보이고 겨우내 자신이 그렸던 구상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모습에서 새로운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결과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정정용 감독은 취임 당시 언급한 대로 3년 안에 결과를 내기 위해 선수들을 조련하며 팀 체질을 바꿔나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서울 이랜드에서 보낸 3개월여의 시간을 “고생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정용 감독을 서울 이랜드 청평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K리그 개막이 연기되고 있지만, 그는 지금의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며 팀을 다지는 중이었다.



- 코로나19 확산으로 K리그 개막이 연기되면서 프로 감독 데뷔도 미뤄지고 있다.
시간이 더 주어지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자체 연습경기를 해보니까 이제는 상대 팀들과 붙어봐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선수들이) 우리가 원하고 하려는 축구 스타일을 어느 정도 인지한다. 기능적인 부분은 맞춰가고 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을 (선수들의) 몸이 움직이고 있다.

- 모든 팀이 똑같은 상황이지만 계획했던 스케줄이 모두 어그러졌다.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가 가장 어려울 것 같은데?
피지컬 주기를 개막전에 맞췄다. 어느 팀이나 같은 상황인데 위기가 기회다. 누구도 접하지 못한 상황이고 누가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 취임 당시 고생길을 간다는 우려가 있었다. 3개월을 지내보니 고생길인가?
고생길은 아니다. 대표팀과 프로팀은 전혀 다르다. 성취감이라고 해야 할까?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가고 팀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대표팀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결과까지 도출되면 좋다. 선수들이 자체 경기가 힘들다고 할 정도로 팀 컬러가 맞춰가고 있다. 시즌을 급하게 시작하면 생각도 바뀌고 정신도 없는데 (개막 연기로) 리스크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 겨울 동안 감독께서 바라던 대로 팀 구성은 이루어졌는지?
대표팀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선수를 뽑아봤다. 완벽한 선수를 뽑는 건 대표 선수를 뽑아야 하는 것이다. 가능성을 가진 선수를 뽑으면 변화가 보인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은 발전 가능성도 있다. 영상을 보면 선수가 발전하는 것이 보인다. 다 채워질지는 모르나 좋은 효과를 기대한다.

- K리그2는 외국인 공격수 활약에 성적이 좌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중이 크다. 실제 성적을 낸 팀들은 확실한 공격수들이 있었다. 수쿠타-파수, 레안드로는 기대를 걸 선수들인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있다. 레안드로는 적응이 다 됐다. 체력 문제가 없다. 다만 외국인 선수들은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개인 능력은 좋으나 그런 부분이 약하다. 수쿠투-파수는 아직 컨디션을 100%로 올리지 못했다. 잔 부상이 있어 회복 중이다. 시즌이 늦게 시작하게 돼 최상의 컨디션이 되리라 본다.

- 김태현이 U-20 대표팀 출신이긴 하나 U-20 월드컵을 함께 했던 제자들이 합류하지 못했다. 구단 간의 사정이 있겠지만 본인으로서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일 텐데?
농담으로라도 왔으면 했다. (웃음) 하지만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중요한 22세 이하 선수들이다. 지도자로서 선수들을 키워냈으니 성공한 것으로 생각한다.



- 대구 코치를 지냈지만 프로 감독은 올해가 처음이다. 대표팀과 프로팀의 지도 방법이 달라야 할 텐데?
연령별 대표팀은 육성을 하면서도 U-17, U-20은 월드컵이 있어 결과를 내야 한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목표가 뚜렷하기에 컨셉트를 맞게 선수를 뽑아 최대한 몰입해야 한다. 반면 프로팀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 첫 번째는 결과를 내야 해서 감독들은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그것도 맞지만 더불어 우리는 육성, 스포츠문화가 자리 잡도록 같이 가야 한다.

- 지난해 U-20 월드컵은 감독 정정용의 인생을 바꾼 시간이었다. U-20 월드컵 준우승이 어떻게 남아 있는가?
고향 친구들이 내게 “넌 변하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것이 내게는 조심스러운 점이다. 늘 그런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인생이) 바뀐 것은 맞다. 이걸 내가 잘 대처해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잘 이용하면 지금 내가 소속한 서울 이랜드에서 좀 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 U-20 월드컵을 보면 오류를 바로 수정해서 대처하고 보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실수,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았는데?
대회는 2~3일에 1번씩 경기하지만, 리그에서는 시간 여유가 있다. 보통 1주일 1번 경기를 하니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준비하고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대구 수석코치 시절에 감독님 결정에 따라 내 의견을 제시했을 때도 느꼈다. 준비하고 대처를 하니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반복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이해해야 한다. 이해가 안 되면 2번, 3번 말해서 이해하도록 할 것이다. 머리로 이해를 하면 몸이 반응하게 된다. 그러면 그 상황이 됐을 때 근육이 움직이게 된다.

- 서울 이랜드는 2년 연속 최하위를 했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는 동기부여가 있지만, 팀에는 패배 의식이 쌓여 있을 것 같다. 시즌 준비하면서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는지?
첫 경기가 중요하다. 첫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일으킬지 아니면 뚝 떨어질지 봐야 한다. U-20 월드컵을 치르면서 느낀 점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선수들의 자신감이 더 떨어지지 않았다. 내 목표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 나갈 4위는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 팬들은 U-20 월드컵 때의 축구를 기억하고 있다. 서울 이랜드에서 보여주고 싶은 축구는 무엇인가?
큰 틀에서 보면 템포가 빠르고 지루하지 않은 축구다. 선수들에게 누누이 얘기하고 있다. 팬들이 볼 때 역동적으로 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우리 팀은 총 31명이다. 1, 2군 구분이 없다. 모두 1군이다. 모든 선수가 1경기라도 뛰도록 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동기부여다. 프로 선수라면 1경기라도 뛰어야 한다. 선수 자신도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 서울 이랜드는 지난 5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 올해는 제2의 창단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정정용 감독 선임 후 달라지려는 분위기다. 그만큼 본인에게 기대는 부분도 클 텐데?
나로 인해 변화할 수 있다면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내가 이 자리에 있다. 대표팀에 있다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되니 압박이 와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다.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사진=서울 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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