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3 어벤져스' 강릉시청엔 남다른 철학이 있다
입력 : 2020.03.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강릉] 홍의택 기자= 오세응 감독은 강릉시청축구단 감독의 시선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승리하고 우승하는 것도 좋지만, 그 너머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강릉시청은 내셔널리그 마지막 챔피언이 됐다. 행보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정규리그 28라운드 중 22라운드, 그러니까 9월 초에 일찌감치 선두를 확정했다.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고도 챔피언결정전을 허무하게 날렸던 2016년과는 달랐다. 경주 한수원을 누르고 확실히 방점을 찍었다. 그뿐 아니다. 내셔널리그선수권 준우승, 전국체전 3위 등으로 아성을 과시했다.

축배를 너무 오래 들진 않았다. 오 감독은 연말부터 또 다른 구상에 돌입했다. 다년 계약자가 없는 현 실정상 선수단 개편이 불가피했다. 챔피언으로 올라서는 여정 중 알짜 노릇을 했던 신영준, 조우진 등이 팀을 떠났다. 대신 프로 물 좀 먹었다는 낯익은 선수들을 대거 들였다. 이승현, 한상운, 하태균, 서정진 등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들이 꽤 된다. 문기한, 류언재, 손무빈까지.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이름값으론 K3리그(3부리그) 톱클래스다.

"누릴 건 다 누렸다". 2019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오 감독. 이어 K3리그 원년 판도도 내다봤다. "작년에 우승을 하다 보니 시즌이 길어져 팀 구성도 조금 늦어졌다. 동계 전지훈련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는 완성한 상태"라고 현황을 전한 그는 "기존 내셔널리그 팀들에 몇몇 팀들이 추가되는 정도다. 경쟁 구도가 엄청나게 달라지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사실 승리, 우승 그 이상으로 탐하는 게 있다. 2014년부터 팀을 이끈 오 감독은 강릉시청이 어떻게 시민 속으로 스며들 수 있을까를 꾸준히 고민했다. 현 기세를 살려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지려는 장기적 목표가 뚜렷하다. "성적만 내서 될 일이 아니다. 엠블럼 위에 별 두 개를 단 업적도 자랑스럽지만, 축구가 축구인들만 위한 게 아니잖나. 강릉에서 축구란 도시 전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 감독은 "강릉시청이란 팀의 브랜드 가치"를 논했다. "강릉은 축구에 죽고 사는 구도(球都)다. 슬로건 '다이내믹 풋볼 시티' 현수막도 여러 곳에 걸었다. 운동장 안에서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시 전체를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자는 의미까지 담았다"고 역설했다. 실제 강릉에 축구란 상상 이상의 의미다. 강릉제일고와 강릉중앙고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단오 행사마다 정기전으로 격돌하고, 양교 출신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 이을용 전 제주 유나이티드 코치, 설기현 경남FC 감독 등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오 감독이 짚은 강릉시청의 역할이 여기 있다. 붐이 일어날 잠재력은 충만한데, 이를 일상으로까지 이어가자는 것이다. 작년에는 축구교실로 한 발 더 다가갔다. 강릉시 내 유소년 축구 현황을 파악하고, 총 17개 팀을 대상으로 클리닉을 꾸준히 진행했다. 특히 골키퍼 코치를 따로 두지 못한 팀들엔 단비 같은 재능 기부였다. "우리 시와 상생하는 동시에 다른 내셔널리그 팀들과 차별화하려는 시도였다"던 오 감독은 "어쩌면 축구로 시민들의 행복추구권을 충족하고 삶의 질까지 높인 것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강릉시청이 그리는 그림은 굉장히 크다. 축구는 당연히 잘해야 한다. 오 감독도 "새로운 리그의 원년인 만큼 시작을 잘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기고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구단의 존재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던 철학으로 울림을 줬다. "성적만 쫓다 보면 다 놓친다. 사람도, 팀도 잃는다"던 그는 "이런 접촉을 꾸준히 하다 보면 시민들에게 '내 팀'이란 인식이 은연중에 깔린다. 궁극적으로는 그게 가장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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