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도르트문트도 푹 빠진 29연승 팀, 32세 수장이 빚어낸 신흥 강호
입력 : 2021.11.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부산] 두 달 뒤면 창단 7년째다.

해운대FC는 최근 부산 지역을 넘어 전국 유소년 축구팀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팀이다.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전국을 주름 잡고 있다. K리그 산하 유소년 팀들이 우수 자원을 서로 데려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올해로 32세, 여원혁 감독이 해운대FC U-12팀의 수장이다. 아이들을 지도하기 시작한 지 13년차다. 내공이 어마어마하다. 경상남도 남해 출신인 그는 해체 위기의 축구팀(해운대초등학교)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타지로 건너왔다. 맨땅에 헤딩식으로 시작했다. 편견과 텃세로 꽤 설움도 받았다. 역경을 딛고 이제 실력에 명성까지 갖춘 최고의 팀을 만들었다.

이런 해운대FC를 보기 위해 K리그 유소년팀 스카우트, K리그 유스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 명성을 떨쳤던 축구팀(학교 축구부), 최근에는 독일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찾았을 정도다.

올해 해운대FC는 4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경기 수가 적었고, 훈련도 제약이 따랐다. 악조건 속에 성적을 냈다.

2021 전국초등축구리그 부산 동백권역에서 14전 14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21 전국 초등 축구리그 꿈자람 페스티벌(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우승, 2021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 대회 4전 4승, 2021 영덕 춘계 전국유소년 축구대회 6전 6승을 거뒀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주관한 모든 대회에서 29연승을 질주하며 강자의 위용을 뽐냈다.



성적은 물론 중학교 진학률도 엄청나다. 해운대FC는 1기부터 6기(현재 초등학교 6학년, 2022년 졸업 예정자 포함)까지 총 66명을 배출했다. 대표적으로 K리그 부산 아이파크(낙동중학교) 9명, 경남FC(군북중학교) 7명, 수원 삼성(매탄중학교) 6명, 안산 그리너스 U-15 4명, 울산 현대(현대중학교) 2명, 포항 스틸러스(포철중학교) 2명, 전북 현대(금산중학교), 김천 상무(문성중학교), 성남FC U-15, 부천FC U-15에 각 1명씩 보냈다. 이 밖에 다양한 팀에서 선수를 공급하며 풀뿌리 축구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졸업생들 중 프로 산하 유소년팀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도 있다. 부산 U-18 개성고에 재학 중인 2004년생 미드필더 조민호가 있다. 2016년 해운대FC 1기 주장을 맡았고, 2016, 2017, 2018년 3년 연속 영남권역 동계 영재에 선정됐다. 지난해 U-16 국가대표, 올해 U-17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다.

2006년생으로 수원 매탄중에 재학 중인 미드필더 김성주도 있다. 해운대FC 3기 주장 출신으로 2019년 U-13 대표로 한일 교류전에 참가했고, 팀차붐 3기에도 선발됐다. 지난해 U-14 대표로 홍콩대회에 선발(코로나로 취소), 현재 진행 중인 U-15 골든에이지 영재센터에 참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원혁 감독의 축구 철학이 확실하다. “리버풀 위르겐 클롭 감독이 롤모델”이라고 밝힌 그는 스포탈코리아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드리블 스킬 훈련과 1대1 개인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황마다 압박하고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연령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는 비결을 전했다.

여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필수다. 기본기를 닦은 후 그 다음 스텝이 스킬, 1대1 능력 향상, 상황 인식, 전술 이해, 부가적인 훈련(팀 훈련, 개인 훈련) 등으로 이어진다. 골든 에이지를 뜻하는 10세(축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부터 잘 다져져야 한다.

해운대FC가 다른 팀, 학원 축구팀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상대와 맞섰을 때 상황 대처다. 어린 나이에도 한두 명쯤은 가볍게 제치고, 머리를 잘 써서 축구를 한다. 이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이 정도로 경기를 풀어 가고, 성인 못지않은 기술을 구사할까. 실제로 본 이들이 놀랄 정도다.

일반적인 지도자들은 축구라는 팀 스포츠를 역설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확실한 자아와 축구 스타일이 형성되기 전 구속하고, 너는 ‘내가 시키는 것만 하면 돼’라고 강요한다. 때문에 플레이가 수동적이고, 창의성, 자신감이 부족하다. 이미 아이들 머릿속에는 ‘선생님이 이렇게 하라고 했지’라는 강박이 있다. 이로 인해 플레이가 위축된다.

모든 축구인이 공통점으로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잘 차는 애는 어디 놓아도 잘 차’라고 한다. 선수를 기계처럼 만들 수 있지만, 창의성이나 축구 지능을 강제로 심을 수 없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예전부터 뿌리박히고, 오로지 감독님 선생님만을 신격화하는 조력자들의 헛된 믿음으로 아이들을 망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런 악습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K리그 팬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레전드 출신 중 한 지도자는 부모들이 있는 가운데 선수들에게 욕설을 하고,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 한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믿고 그저 대우받기만을 바란다.

그런 점에서 해운대FC는 압박, 강요보다 즐기면서 축구를 한다. 여원혁 감독의 깨어있는 모습이 유소년 축구판을 흔들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해운대FC를 보며 “해운대FC 애들은 어떤 상대를 만나든, 경기 중에 변수가 생겨도 흔들리지 않는다. 일부 학원 축구에서 성적을 위해 무조건 뛰라며 소리치고, 압박을 주고, 면전에서 누군가와 비교를 하는 등 아직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해운대FC는 지도자가 자신의 철학을 입히고 아이들을 즐겁게 해준다”고 엄지를 세웠다.

여원혁 감독은 주변의 숱한 칭찬에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면서,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좋은 전력만 갖췄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한다. 아이들이 힘든 상황에서 서로 믿고 의지해준 게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올해를 되돌아 봤다.

이어 “지금까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내 육성 방법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대회를 준비하고 그것을 대회에 나가서 쏟아내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한국 축구 문화에 걸맞은 ‘한국형 유스 시스템’을 체계화시켜 나가는 것이 지도자로서 목표이자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U-12 연령대 아이들을 지도한지 13년이 흘렀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한 단계 위인 U-15 연령 팀도 지도해보고 싶다. 더 나아가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에 도전해볼 생각도 있다”고 더 큰 미래를 그렸다.



사진=해운대FC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