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벤투,'외인 감독 잔혹사' 피해갈 수 있을까
입력 : 2021.08.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10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9월 2일 이라크를 상대(서울월드컵경기장)로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2021.9.2~2022.3.29) 첫 여정을 시작한다. 한국은 지난 7월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된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 추첨식에서, 2포트에 배정되어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5개국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사실 한국의 이와 같은 중동 국가와의 조 편성은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여정에 불안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 일정 변수 발생으로 한국에게 청신호가 밝혀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2차전 상대인 레바논과의 경기 장소가 변경된 것이다. 예정대로의 경기 일정이라면 한국의 경기는 원정 경기였지만, 홈에서 개최하고 7차전에 원정 경기를 소화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1, 2, 3차전 이라크, 레바논(9월7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시리아(10월7일 장소 미정)와의 경기 모두를 홈에서 개최하게 됐다.

따라서 홈 3연전으로 인한 많은 승점과 골득실 확보를 위한 전술, 전략 수립과 더불어 경기에 대한 효과적인 플랜 수립 및 매 경기 선수들의 첫발을 내디디는 기분의 결연한 각오와 열정이 요망된다. 한국의 4차전 상대는 강호 이란(10월12일)과의 원정 경기로서, 선수들에게 충분히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만족스러운 경기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칫 승점과 골득실 관리에 실패하며 여정의 험난함을 맞을 수 있다.

한국 축구는 중동 국가와의 원정 경기에서 중동 특유의 건조 다습한 높은 기온과 장거리 이동 그리고 의도적인 '침대축구'로 인하여 경기를 소화하는데 체력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힘들어 고전하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약체 레바논,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를 상대로 5승 1무로 무패 가도를 달렸지만 중동 국가인 레바논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무승부를 기록할 만큼 저조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는 아시아 최종 예선을 앞둔 한국에게는 분명 경계해야만 할 사항이고 한편으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2018년 8월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 체제의 대표팀은 국내 평가전을 제외하고, 국제 대회와 해외 친선 및 평가전에서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전연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앞두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아직까지 확실한 정체성이 확보되지 않은, 자신의 볼 점유에 의한 경기 지배 축구 철학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치밀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맞대결을 펼칠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는 벤투 감독 앞에서 쉽게 희생양으로 전락할 만큼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란(FIFA 랭킹 26위)은 굳이 논할 필요성도 없이 현재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며 8월 FIFA랭킹에서도 한국(FIFA 랭킹 36위)보다 우위에 있고, 이라크는 비록 FIFA 랭킹이 한국보다 34계단 아래인 70위을 기록하고 있지만 한때 아시아 왕자로 군림한 난적으로, 지난 1일 2006 독일 FIFA월드컵에서 태극전사를 지휘했던 딕 아드보카트(74.네덜란드) 감독을 선임, 유럽 등 해외 전지훈련으로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본선 진출에 강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UAE는 2019 UAE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 오른 신흥 강호로서, FIFA 랭킹에서도 이라크보다 앞선 68위에 위치해 있어 이 역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더불어 시리아는 80위, 레바논은 98위로서 한국보다 훨씬 뒤지는 FIFA 랭킹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축구는 랭킹이 승. 패를 결정하는 절대적 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때 까다로운 상대임이 틀림없다. 솔직히 2020 도쿄 올림픽 도전에서 높은 곳을 바라봤던 한국 축구는 8강으로 마침표를 찍어 현재 분위기와 상황은 그 어느 때 보다 좋지 않다.

이에 이런 분위기와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의 홈 3연승으로 조기에 본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다. 한국에게 주어진 홈 3연전 이점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해외파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의한 경기력 극대화와 더불어 철저한 상대 분석이다. 아울러 원정 및 중립지역 중동 국가에서의 경기 시 예상되는 축구 외적인 문제점 해결책 모색 역시 필요하다. 이는 현지 적응을 위한 일정 관리부터 코로나19에 대한 전문 의료진 및 식단을 위한 요리사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부분이 포함된다.

이 같은 사항은 궁극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 결과를 얻기 위한 최상의 지원 방안으로, 변화가 뒤따르고 있는 이번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이라크는 코로나19 여파로 홈경기를 포기 중립국인 카타르로 대체하기로 했고, 레바논도 정세 불안과 코로나19 여파로 홈경기 개최를 중립국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래저래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은 경기전부터 정상적인 일정 소화는 안개 국면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이 1~3차전까지 3연속 홈경기 개최권을 획득했다는 사실은 분명 호재다. 그러나 그 호재 끝에 또다시 중동의 '모래바람' '침대축구'에 당했다는 변명과 핑계를 내세운다면,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앞두고 전술, 전략적으로 최정예 선수를 선발(24일 발표)했다고 자부하는 벤투 감독은 자유스러울 수 없고, 한국 축구 또한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또 한 번 맛보는 쓰라림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논하기 힘들다.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일정

날 짜 대 전 팀 경 기 장 소

9월 2일 이 라 크 한 국(홈)
9월 7일 레 바 논 한 국(홈)
10월 7일 시 리 아 한 국(홈)
10월 12일 이 란 이 란(원 정)
11월 11일 (UAE 한 국(홈)
11월 16일 이 라 크 원 정(장소 미정)
1월 27일 레 바 논 원 정(장소 미정)
2월 1일 시 리 아 시 리 아(원 정)
3월 24일 이 란 한 국(홈)
3월 29일 UAE UAE (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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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윤(전 용인축구센터 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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