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관전평] 벤투 감독 말 축구 한일전 참패 불렀다
입력 : 2021.03.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변명이 허용되지 않는 경기가 한. 일전이다. 그만큼 한. 일전은 국민 정서는 물론 국가 간의 자존심 대결의 의미를 띠고 있어 무조건 승리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한. 일전은 1954년 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아시아 예선(5-1 승)에서 처음 맞붙은 이후 역대 전적은 이번 한.일전 전까지 79전 42승 23무 14패로 기록으로는 한국이 절대적으로 우위였다. 하지만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맞대결을 펼친 운명의 한. 일전에서 한국은 0-3의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2011년 이후 6전 2승 2무 2패로 팽팽하게 유지되던 균형의 무게 중심도 일본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그동안 한일전은 1990년대까지 한국의 기술과 전술, 정신력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일본의 기술과 전술, 조직력으로 승부의 흐름에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승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말이 필요 없는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이었다. 이는 곧 국민 정서와 국가 간의 자존심 대결 의식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번 한. 일전 벤투호의 대패는 국민과 국가에게 뼈아픈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 모두 4-2-3-1 전형을 꺼내들고 경기에 임했지만 그러나 공격과 수비력의 차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강인(20.발렌시아)이 최전방을 책임진 한국의 공격력은 이탈리아 세리에A 듀오 도미야스 다케히로(23.볼로냐), 요시다 마야(33.삼프도리아)가 이끄는 일본의 개인과 라인간 이루어 지는 탄탄한 수비력 앞에 전반 37분에서야 나상호(25.FC 서울)가 첫 슈팅을 기록할 만큼 답답했다. 반면 정우영(32.알 사드), 김영권(31.감바 오사카)과 홍철(31.울산 현대), 박지수(27.수원 FC) 포백 수비 라인은 전반 5, 10분 잇달아 실점 위기를 넘기는 수비 불안을 노출한 후, 급기야 전반 16분 A매치 데뷔전을 가진 야마네 미키(28.쇼난 벨마레)에 이어 26분 가마다 다이치(25.프랑크프르트)에게 추가골까지 얻어 맞으며 최악의 수비력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전반전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고 할 수도 없었던 실로 평가 그 자체가 무의미한 참담한 한.일전 45분이었다. 여기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납득할 수 없는 선발 선수 기용에 의한 포지션 변경과 전술, 전략 부재의 원인이 컸다. 반전을 기대했던 후반전은 한.일전에서의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일깨워 주며 한국은 전반과는 양상이 다른 분위기로 활기찬 플레이를 구사했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 전략 부족이 여전히 드러나며 후반 19분 홍철의 프리킥 세트피스 만이 위력을 과시했을 뿐 후반 37분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엔도 와타루(28.슈투트가르트)에게 헤더 쐐기골을 허용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이번 대패는 경기전 이미 예견되었다는 점에서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선수 선발에 대한 소통을 논하지 않더라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합류 확실성이 없는 해외파는 물론 손흥민을 비롯한 부상 중인 선수를 선발 출국 전까지 최적의 스쿼드 구성에 실패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점은 결국 경기에서 고스란히 나타나며 2011년 8월 '삿포로 참사'를 재현(0-3)하는 무기력한 경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 정점에는 파울루 감독의 전술, 전략, 그리고 경기운영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기술과 스피드, 그리고 조직력에서 뒤질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정신력에서 비롯되는 투지와 기동력의 체력 이전에, 효과적인 전술과 전략 그리고 경기 운영이 뒷받침되는 효율적인 축구가 먼저다. 만약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선수는 긍정의 힘으로 플레이에 집중하기 힘들며, 또한 정신력 약화로 인한 경기력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게 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점유율에 의한 후방 빌드업 축구 철학을 강조해 왔다. 이는 부임 초 국내에서 가진 평가전에서 어느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진작 해외에서의 평가전 및 한국 축구의 '59년 만에 정상 도전' 숙원이었던,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는 우승을 '호언장담'하고도 카타르에 패하면서(0-1) 8강에 주저앉고 말아 자신의 축구철학에 전연 부합하지 못하는 축구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우리 팀만의 정체성과 전술을 만들겠다"는 말만을 되풀이 했다. 단조로운 전술, 보수적인 선수 선발과 선수 기용의 단조로움, 속도가 실종된 비효율적인 빌드업축구, 플랜B 부재, 이는 그동안 파울루 벤투 감독이 드러낸 축구철학의 민낯이다. 이는 이번 한.일전에서도 90분 경기 동안 단 1개의 유효 슈팅으로 그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때문에 파울루 벤투 감독은 스스로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축구가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것은 단지 평가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함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대표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준 높은 지도력을 발휘하여, 한국축구 전체적으로 질적, 체계적으로 발전을 기할 수 있도록록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파울루 벤투 감독은 고집에 가까운 자신의 축구철학 구현 의지보다 한국축구에 도움이 되는 지도력에 대한 '사고의 유연성'을 갖도록 하지 않으면 외국인 지도자로서 '독이 든' 성배'를 피할 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한.일전 참패는 파울루 감독에게 비난에 자유로울 수 없으며 한편으로 위기로 받아들여 진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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