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광민 “한화는 인생에서 좋은 경험이 된 곳…방출 후 연락 온 팀 있어”
입력 : 2020.11.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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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김현서 기자= “한화 팬들 덕분에 진짜 행복했습니다. 실망감을 안겨드린 부분은 죄송했고, 어디서든 항상 후배들과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베테랑 내야수 송광민(37)이 한화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올해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한 한화는 지난 11월 6일 송광민을 포함해 총 11명의 선수를 방출했다. 명단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젊은 선수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다.

송광민은 현역 연장을 택했다. 2006년부터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화 유니폼만 입은 그에게는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어려운 결단 뒤에는 늘 깊은 고민의 시간이 자리한다. 송광민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스포탈코리아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한화를 떠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A. 12월 6일 예정인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지내고 있다. 청첩장이 지난주에 나와서 지인들에게 돌리기도 하고. 그런데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모바일로 청첩장을 보내야 한다더라. 그렇게 지내고 있다.

Q. 한화 선수들에게도 청첩장을 보냈나.

A. 톡으로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다. 이번에 결혼하는 김민하 선수나 김민우 선수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통화를 했는데 서로 축의금을 퉁치기로 했다.(웃음) 그리고 같은 날 바로 옆에서 한화 후배가 결혼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프로 데뷔 후, 15년간 한화에서만 뛰었다. 애정이 남달랐을 텐데 아쉬웠겠다.

A. 취미가 낚시다. 경기 없는 날에 낚시하면서 미리 생각을 정리했다. 15년 동안 팀에 있었으니까 아쉬운 건 당연한 거다. 그리고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나이를 먹다 보면 방출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선배들도 그렇게 해왔다. 마지막에 단장님과 면담하고 나오면서 사무실 한번 쳐다보고 야구장에 들어가서 그라운드 한 번 쳐다보고 그러고는 당당하게 나왔다.

Q. 눈물이 나오진 않았나.

A. 눈물까지는 아니지만, 라커룸에서 짐 정리할 때 정때문에 마음이 좀 그랬다. 또 우리 야구장이 오래됐으니까 매일 가던 길이나 루틴 때문에 생각에 잠기긴 했는데 괜찮았다.



Q. 앞서 낚시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쉬는 동안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2’에 출연해볼 생각은?

A. 출연하고 싶은데 섭외가 안 들어온다.(웃음) 예전에 회사 유튜브 채널 ‘이글스TV’에서 낚시 관련 방송을 찍은 적은 있다. ‘서산어부’ 라고.(웃음) ‘도시어부2’ 출연자 중에 대학 선배님이 두 분(이덕화, 이경규)이나 계신다. 출연하고 싶다.

Q. 이별 선물로 구단에 떡을 돌린 것이 화제였다. 보기 드문 일인데?

A. 구단에 의미있는 것을 남기고 싶었다. 과일도 생각해보고 와인도 생각해보고 다 해봤는데 떠나는 마당에 괜히 그렇게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고민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예전에 봉사활동 했을 때 팬들에게 돌린 떡이 생각이 나서 ‘아, 이거다’하고 떡을 보내게 된 거다. 구장을 관리해주시는 분들까지 인원을 파악해서 떡을 돌렸는데 그날 커뮤니티 사이트에 떡 사진이 퍼지면서 알려지게 된 거다. 소리소문 없이 하려다가 일이 커졌다.

한화에 있으면서 다사다난하게 선수 생활을 했다. 감독님과의 일부터 시작해서 (여러 일들에 대해) 반성도 많이 했고 인생에서 참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준 곳이 한화 이글스 아닌가!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게 해 주신 고마운 분들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의미 있는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다.



Q. 한화 시절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A. 데뷔 첫 안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엄청나게 떨렸다.

Q. 반면에 아쉬웠던 순간은.

A. 매년 아쉬웠다. 성적이 안 좋았으니까. 신인 때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선배들이 뛰는 것만 봐도 좋았다. 그런데 이후에는 성적이 계속 좋지 않다 보니까 1~2년 하다가 감독님이 경질 또는 자진 사퇴하시고 많은 코치님이 나가시고 선수들도 나가고… 우리가 잘했더라면 감독님도 오래 하시고 코치진도 바뀌지 않고 꾸준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매년 그렇게 되니까 그 부분이 제일 속상했다.

Q. 최근 2시즌 성적(2019년 타율 0.264/ 2020년 타율 0.235)이 아쉽다. 부진했던 이유가 있을까.

A. 타격폼이 많이 바뀌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다리를 벌리고 노스텝을 찍어서 쳤는데 공인구가 바뀐 후로는 반발력 때문에 공이 진짜 안 나가는 거다. 넘어가나 했는데 잡히고. 게다가 기존 타격폼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는 폼이라 나이를 먹을수록 힘들었다. 그러다가 타격 코치님이 ‘이제는 다리를 들고 편안하게 쳐 보면 어떻겠냐, 삼진을 당하더라도 한 번 도전해 보자’고 하셔서 변화를 줬는데 내 몸하고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원래 폼으로 돌아왔는데 시즌이 다 끝나가더라.

Q. 현역 연장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A.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인생의 3분의 1을 야구를 하면서 보냈다. 그런데 올 시즌 성적도 안 좋고 나이도 많다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은퇴와 현역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유학을 다녀와서 야구 관련 일을 해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장모님과 아내는 앞으로 후회가 없으면 그만두는 게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더 도전해보라고 하시더라.

아버지께도 말씀드렸다. 올해는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다고. 그런데 아버지가 “우리 아들, 45살까지는 해야지. 아직 괜찮은데”라고 하시는 거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그때까지 해요”’라고 말하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봤는데 괜히 이야기했나 싶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2군 코치님들도 몇 년 더 할 수 있는 몸 상태라고 말씀해 주셔서 고민 끝에 현역 연장을 택했다.

Q.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A. 좋다. 개인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몸 관리를 하고 있다. 1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벌크업을해 볼 생각이다.

Q. 수비에서 코너 내야뿐만 아니라 외야도 가능한 걸로 안다. 한때 외야수로 출장을 하기도 했는데 현재도 가능한가.

A. 외야요? 낮 경기는 볼 수 있죠.(웃음) 그래도 (구단에서) 불러 주신다면 1, 3루 내야 포지션이 아닐까.(웃음) 외야는 안 시킬 것 같다.

Q. 방출 통보를 받은 지 20여 일 정도가 지났다. 현재 이야기 중인 팀이 있나.

A. 연락 온 팀은 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

Q. 관심 보인 팀이 한 곳인가?

A. 관심 보인 곳은 두 팀이지만 안영명 선수나 이용규 선수처럼 계약을 해야 하는 거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Q: 재취업에 성공한 안영명, 이용규 선수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나.

A. 서로 조심스러워서 기사로만 확인했다.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한화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진짜 행복했고 항상 고마웠다. 마리한화, 마리한화 약속도 했는데…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팬에게 실망감을 드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응원해 주셨다. 팬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 팀 사정상 나가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남은 인생이 있으니까 괜찮다. 다른 팀에 가더라도 후배들 응원하고 한화 이글스 응원하겠다. 대전에서 지나가다 팬분들과 만나게 되면 따뜻하게 인사 한번 하고 싶다.

사진= 송광민 선수 제공, 뉴스1
영상= 김형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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