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포커스] '최다실점+강등→최소실점+승격 눈앞'...'산증인' 권한진이 말하는 제주의 반전 드라마
입력 : 2020.10.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 이보다 좋은 반전 드라마가 있을까.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가 1년 만에 다시 K리그1 무대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주는 K리그2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올 시즌 개막 후 3라운드까지 1무 2패의 부진에 빠졌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및 퇴장 등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며 쉽사리 승수를 쌓지 못했다. 하지만 제주는 이후 4연승으로 물음표를 지우며 서서히 강팀의 면모를 되찾았다. 그리고 최근 14경기 연속 무패(10승 4무)라는 압도적인 성적과 함께 사실상 K리그2 우승을 예약했다.

2019시즌 최다 실점(72골)과 함께 2부리그로 강등됐던 제주가 빠르게 재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2016년 제주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희노애락'을 모두 겪었던 부주장 권한진은 이렇게 답했다. "제주는 하나다!" 실제 제주는 지난해와 비교해 베스트 멤버의 절반 이상이 새 얼굴이지만 호흡에 전혀 문제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조직력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은 약하다. 그러나 팀은 강하다'라는 제주의 철학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훈련 및 경기 시작 전 구호가 ‘제주는 하나다’일 정도로 똘똘 뭉쳐있다. 여기에 모기업 SK에너지의 변함없는 신뢰와 물심양면 지원하는 구단 프런트가 제주발 돌풍을 뒷받침했다. 제주는 올 시즌 K리그에서 '팀 스피릿'(team sprit)의 미학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권한진은 "2부리그는 쉽지 않은 무대다. 시작이 좋지 않아서 자칫 흔들릴 수 있었지만 위기에서 더욱 뭉쳤다. 남기일 감독님이 선수단에 원하는 것은 '하나 같이'라는 마음가짐이다. 남기일 감독님은 '제주는 하나다'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하자고 한다. 실제 선수단 구호도 '제주는 하나다'이다. 여기에 구단 프런트의 헌신까지 더해졌다.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가 모두 원팀으로 뛴 결과 이제 우승을 눈앞에 두게 됐다"라고 말했다.

기록지에서 보이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수비다. 지난해 제주는 리그 최다 실점(72골)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올 시즌 리그 최소 실점(21골)과 함께 K리그2 정상을 넘보고 있다. 강력한 전방 압박과 유기적인 조직력을 강조하는 남기일 감독의 축구 스타일에 '베테랑 수비트리오' 정운-권한진-김오규의 풍부한 경험이 더해지면서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사실상 결승전이었던 25일 수원FC와의 맞대결(2-0 승)에서 압도적인 수비력으로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그 진가를 재확인시켰다.

"누구 혼자 만의 성과가 아니다"라고 운을 뗀 권한진은 "각종 수비 지표를 보면 눈에 띄는 수비수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비는 스탯으로 설명할 수 없다. 현재 제주는 유기적인 움직임과 함께 강력한 전방위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 전개를 사전에 차단한다. 현재 호흡을 맞추는 선수들의 경험도 풍부하다. 항상 경기 전 선수들의 목표는 무실점 승리다. 그만큼 수비에 대한 중요성을 모든 선수들이 잘 인지하고 있다. 수원FC전에서도 이러한 제주의 강점이 잘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팀 플레이어'다운 대답이다. 권한진은 K리그 무대의 대표적인 '저평가 우량주'다. 지난 2016년 일본 J2리그 로아소 구마모토에서 제주로 이적한 권한진은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수비라인의 키플레이어로 활약해왔다. 2017시즌 제주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K리그 대상 시상식 베스트 11 수비수 부문 후보에도 두 차례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K리그2 대상 시상식 베스트 11 수비수 무문에 후보로 올랐다.

K리그 입성 후 첫 개인상 수상을 노리고 있지만 "내겐 팀이 우선"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올 시즌 서울이랜드와의 개막전에서 고뼈 골절 부상을 당했지만 팀을 위해 수술날짜를 미루고 그라운드를 지켰던 그였다. 권한진은 지난해 기나긴 부상과 부침으로 제주의 강등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부주장이었기에 죄책감이 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남은 두 경기만 생각하겠다"라는 그의 말과 표정에서 더 이상 좌절감이 아닌 자신감이 묻어났다.

권한진은 "지난해 아픔을 겪으면서 간절함이 더욱 커졌다. 다쳤을 때도 몸이 아닌 마음이 더 움직인 것 같다. 누가 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지난해 그라운드 밖에서 제주의 아픔을 지켜보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부상을 당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팀을 위한 마음이 더 커졌다. 팀 목표를 위해 온 힘을 다하다보면 개인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올해는 팀에 끝까지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다시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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