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위해 서포터도 '하나'로 뭉쳤다...''축구특별시 영광을 다시 한 번''
입력 : 2020.04.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대전] 서재원 기자= '대전'을 위해 '하나'로 뭉쳤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서포터즈가 '대전러버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대전시티즌 서포터즈 연합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지난 2월 공식적인 해체를 선언했다. 두 단체는 기업구단으로 다시 태어난 대전하나를 응원하기 위해 8333일간 응원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하나의 단체로 발족할 것을 결의했다.

서포터즈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대전시티즌 서포터즈 연합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해체를 선언한다. 대전시티즌이 새로운 이름과 얼굴로 바뀌게 되면서 저희도 변화가 필요한 시간이라 느꼈다"며 "퍼플크루와 대저니스타는 대전시티즌의 서포터즈 연합이 아닌 대전하나시티즌을 위해 노래하며 응원하는 사람들이 되고자 한다. 대전이라는 팀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을 위해 하나로 뭉친 서포터즈는 공동준비위원회를 통해 새 시즌 응원을 위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강성으로 비춰지던 서포터즈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보다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대전러버스'라는 공식명칭도 만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새 시즌 개막이 잠정 연기되면서 다소 김이 빠지긴 했지만, 온·오프라인을 통해 머리를 맞대며 누구보다 열심히 개막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31일 대전 유성의 한 카페에서 대전러버스 임시위원장인 김무권씨, 현장팀의 최해문, 김선웅씨등 3명의 회원을 만나 현재 준비 상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통합의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김무권씨는 "우선 통합이라는 단어는 아닌 것 같다. 기존 서포터즈가 해체되고 새롭게 만들어졌다고 표현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저희도 대전하나시티즌처럼 재창단됐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새 서포터즈 단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대전 서포터즈의 역사를 이해해야 했다. 창단 때부터 대전을 응원했던 김무권씨는 "처음에는 사커레전드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그 단체가 퍼플크루가 됐다. 2003년이 대전 축구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는데, 서포터즈 인원도 가장 많았다. 규모가 크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2003년 퍼플크루 내에서 성향상의 문제로 UFST라는 단체가 독립했고 UFST는 이후 대저니스타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저니스타 출신 최해문씨는 "응원의 방식이 달랐던 것 같다. 사실 여느 서포터즈와 마찬가지로 안에서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라고 말하며 과거 서로 다른 노선을 걷던 시기를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퍼플크루 출신의 김무권씨와 약간의 논쟁(?)이 있었지만 이들의 관계는 상당히 화목해 보였다. 오히려 이렇게 친한데 왜 그동안 떨어져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최해문씨는 "사실 과거에도 통합의 움직임은 있었다. 아무래도 두 단체로 나뉘어져 응원하는 모습이 좋아보이진 않지 않은가. 그런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팀 성적도 계속 안 좋았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보니 뜻을 모으기 힘들었다. 사건도 계속해서 터졌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김선웅씨는 "한 테이블에 같이 앉는 게 가장 힘들었다. 합치고 나니 '이렇게 쉬운 일이었구나'고 다들 말한다"라며 웃었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재창단이 두 단체가 손을 잡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무권씨는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 되면서 관심이 많아졌다.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뭉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존 단체의 통합은 무의미하다고 뜻을 모았다. 기존 단체를 해체하고 새로운 단체로 다시 태어나자고 했다. 저희들도 공동준비위원회의 역할이 끝나면 물러날 것이다. 새로운 얼굴이 대표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새로운 단체의 탄생을 두고 고민했던 부분도 있었다. 구단 자체의 정통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최해문씨는 "기업구단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 매각 이야기가 나왔을 때, '누구를 응원해야하는가'라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 하나은행에서 인수하면서 기존 대전시티즌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약속을 했다. 기대했던 100%는 아니었지만, 구단 색깔, 직원 승계 등 전통성을 유지해줬기에 한 목소리로 응원하자는 뜻을 모았다"라고 했다. 김선웅씨도 "만약 대전시티즌의 정통성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응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태어난 대전의 축구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시즌권 역시 지난 시즌보다 3배 이상 판매됐다. 김무권씨는 "곧 축구특별시라는 이름을 되찾지 않을까 기대한다. 지금은 경기장에 자주 안 오지만 오래 전 응원석에서 함께 뛰었던 친구들도 대전하나의 재창단을 보며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뜨거운 열정이 다시 불타오른다고 하더라. 대전러버스가 떠나간 팬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모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됐으면 한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대전하나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대전러버스도 많은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서포터즈의 권위의식을 버리고 대전을 사랑하는 모두가 대전러버스로 불릴 수 있도록 전 관중이 함께하는 응원 구호와 응원가도 제작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의 과격한 응원과 퍼포먼스는 최대한 자제할 예정이다.

김선웅씨는 "서포터즈 내 소모임의 성향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대전러버스라는 전체의 색깔은 대중적이 돼야 한다. 만약 기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경고 조치 등 강력한 회칙도 정하고 있다. 물론 회칙은 차후에 선임될 대표와 운영진을 위해 기본적인 부분만 정해놓을 예정이다. W석과 E석 등 일반석에 앉는 팬들과 최대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대전러버스가 꿈꾸는 대중적인 응원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구단과 소통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대전하나는 새 시즌부터 치어리더 응원을 도입할 예정인데, 현장팀을 맡고 있는 최해문씨가 치어리더단과 계속해서 소통하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최해문씨는 "일반 관중과 소통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서포터즈만 이해할 수 있는 응원가가 많았다. 대중적인 노래를 응원가에 안 쓰려고도 했던 게 사실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7~8년 전부터 전 관중이 함께할 수 있는 '대전 박수'를 도입했다. 앞으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응원 문화를 주도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현장에서 목소리를 낼 일만 남았다. 김무권씨는 "상당수의 회원을 모집했다. 홍보팀, 현장팀 등 구성도 다 짜졌다. 홈페이지(http://djlovers.kr/)도 새로 개설했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서포팅 준비도 끝났다"라고 자신했다. 최해문씨와 김선웅씨 역시 "응원 물품 제작도 마무리 작업이다. 디자인과 앰블럼도 나왔다. 개막일만 정해지면 바로 준비시킬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 가장 멋있는 퍼포먼스를 기대하셔도 될 것"이라고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대전러버스는 시즌 중에도 회원 모집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멋진 응원과 퍼포먼스,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회원이 늘어날 거라 자신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과거 '축구특별시'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던 장본인들이었기에 근거 있는 자신감이 묻어나 있었다. "대전 시민들이 경기장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응원을 보여주겠다. 선수들은 열심히만 뛰어줬으면 좋겠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구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만 된다면 저희는 언제든지 골대 뒤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인터뷰 중 최해문씨가 의미 있는 이벤트도 제안했다. "하나은행이 우리의 모기업이 된 만큼,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벤트를 했으면 좋겠다. 대전러버스 구성원들이 SNS을 통해 하나은행 통장 및 카드 개설 및 주거래 은행 변경 등 릴레이 이벤트를 하면 좋겠다"라고 하니, 김무권씨와 김선웅씨 모두 동의했다. 선수들도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했다. 이외에도 구단과 팬들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할 것을 약속했다.

또 하나의 이색 제안도 있었다. 여러 아이디어가 공유되는 과정에서 세 사람 모두 한목소리로 "박인혁 선수가 올 시즌 경고 누적 등으로 결장하지 않겠다는 약속한 인터뷰를 봤다. 사실 선수들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첫 번째로 징계를 받는 선수가 벌칙의 개념으로 응원석에서 대전러버스 홍보도 도와주고, 응원가도 선창해줬으면 좋겠다. 황선홍 감독님과 주장 황재훈 선수가 저희들의 제안을 허락해주신다면, 재밌는 스토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인터뷰를 주선한 대전구단 관계자는 "경기 승리 시에 선수가 서포터즈석으로 올라가 함께 세리머니를 하는 방안 등도 구상 중이다"라며 "향후에도 대전러버스를 비롯한 팬 여러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감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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