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결정력 부족 벤투호, 변화만이 답
입력 : 2019.11.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북한(10월15일 평양) 4차전 레바논(11월14일 베이루트), 그리고 브라질과의 평가전(11월1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등 최근 원정 3경기에서 무득점 3실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득실 결과는 2018년 8월 부임 이후 파울루 벤투(50. 포르투갈) 감독이 A매치 데뷔전인 남미의 강호 코스타리카(2-0 승)를 비롯, 칠레(0-0 무)와 우루과이(2-1 승)를 상대로 거둔 2승 1무의 성과와 함께 3경기 평균 1.3골 득점과 0.3골 실점의 좋은 분위기와는 전연 다른 결과로 벤투호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대표팀 감독 선임 후 잡음과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이는 벤투 감독이 2014년 이후 지휘봉을 잡았던 각 팀에서 한 시즌(약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 및 사임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프로축구(K리그) 보다도 수준이 낮은 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에서는 불과 7개월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이를 의식한듯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는 실패가 아니라고 항변하며 세계축구의 핵심 키워드인 공 소유에 의한 경기지배와 전방압박, 또한 빠른 공격 빌드업 축구를 강조하며 한국축구에 대한 변화에 의한 발전 강조했다. 이 같은 벤투 감독의 주장은 코스타리카, 칠레, 우루과이와 가진 홈 평가전에서 실효성을 입증하며 잡음과 비판을 잠재우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다.

하지만 진작 실전이었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은 '호언장담'했던 우승과는 거리가 먼 16강에 그치며 점유율에 의한 빌드업 축구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한편으로 아직까지는 한국축구가 전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축구를 구사하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 교훈이기도 했다. 그동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역대 외국인 감독 중 2002년 한일 FIFA월드컵의 신화를 창조한 거스 히딩크(73.네덜란드, 2001년 1월~2002년 6월)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감독은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그들 외국인 감독 역시 부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과 다를 바 없는 장밋빛 청사진을 밝히며 국민과 축구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적부진으로 인하여 경질을 피해가지 못하며 짐을 쌌다. 물론 대표팀에 전술 구사를 우선으로 하는 유럽축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점유율에 의한 빌드업 축구의 전술구사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벤투 감독이 부임 이후 구사해온 4-1-3-1, 4-4-2, 4-2-3-2 등 포메이션에서 여전히 전술 및 전략적인 변화 없이 자신의 축구 철학에 의한 고집스러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에서 전술 운용폭도 제한적이다 보니 상대방은 벤투호의 플레이 예측이 가능하고, 이에 벤투호는 상대의 밀집 수비에 대한 공략 해법 등을 찾지 못하는 답답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전술 중심의 축구라기보다 한국의 보수적인 국민성에 비롯되는, 선수들의 심리까지 아우르는 사람중심의 축구에 체력을 덧씌웠기 때문이다. 만약 벤투 감독이 이 점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벤투 감독 역시 '독이든 성배'를 피해갈 수는 없다. 전술 중심의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임기응변과 창의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좁은 전술 운용폭에서 전략은 물론 아직까지 선수들의 창의성과 임기응변 플레이는 만족스럽게 펼쳐지고 있지 못하다.

현재 벤투호의 문제점으로 손꼽히고 있는 또 하나의 약점은 바로 안방 경기에서만 강한 면모를 보여주며 원정 경기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벤투 감독의 효율적이지 못한 점유율에 의한 빌드업 축구의 대표팀 운영은 아쉽다. 그 아쉬움의 한 부분은 현실성 없는 스리백 전술 운용도 포함된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2018.12.31, 0-0 무), 호주(2019.6.7, 승1-0), 조지아(2019.9.5, 2-2 무) 등 총 3번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고 평가전을 가졌다.

그렇지만 진작 공식 경기에서는 스리백 카드를 단 한 번도 구사하지 않아 지도자로서 비현실적인 지도력을 보여줬다. 궁극적으로 벤투 감독의 이 같은 면은 공식 경기에서 '독'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고스란히 저조한 경기력으로 나타나며 약 15개월 동안 12승 8무 2패 54.5%의 승률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득실은 수치상으로 경기당 총 1.5골의 결정력과 한편으로 실점율은 0.45골로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는 수준이다.

그것도 벤투호가 22경기를 소화하며 터뜨린 총 34골 중 2019년 10월 10일 2020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차전 약체 스리랑카전에 뽑아낸 8골을 제외하면 경기당 평균 득점은 1.18골로 떨어진다. 따라서 벤투호는 올해 1월 2019 AFC 아시안컵에서 중국(2-0 승)을 제외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바레인에 힘겨운 1골차 승리를 거뒀고 급기야 8강 전에서 카타르에 0-1로 충격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현재까지 경기를 앞두고 '우리의 스타일'대로 경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벤투 감독의 점유율에 의한 빌드업 축구 전술 운용은 답답한 경기력에서 나타나는 결정력부족 현상으로 볼 때 달라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국민과 축구팬들이 가졌던 희망은 큰 실망감으로 퇴색 될 우려가 있다. 지도자가 자기 자신만의 전술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전술 운용에 있어서 지나치게 자기방식 대로의 고집스러움을 추구한다면 이는 바람직 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전술 운용은 상대의 포메이션, 전술, 전략, 선수기용, 날씨, 기온, 운동장 여건과 환경 등등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전략과 용병술도 탁월하여야 한다. 이에 지도자는 항상 팀과 선수의 발전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연구와 노력에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이를 소홀히 한다면 팀과 선수는 물론 지도자 스스로의 발전도 성취될 수 없고 궁극적으로 지도자 수명은 단축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도자는 자신의 축구철학을 맹신해서는 안되며 필요하다면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가운데 타 팀의 장점도 받아들여 비록 모방일지라도 팀과 선수의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지도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15개월 동안 드러난 벤투 감독의 점유율에 의한 빌드업 축구는 전술은 존재하되 탄력적이지 못하며 아울러 전략과 용병술 등도 미흡한 말과 현실이 부합하지 않는 나 홀로 축구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에 벤투 감독이 이 같은 평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의한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점유율에 의한 빌드업 축구의 전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만 벤투호의 결정력은 높아질 수 있고 팀 경쟁력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역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외국인 감독 중 조 본프레레(73.네덜란드, 2004년 6월~2005년 8월)와 핌 베어벡(63.네덜란드, 2006년 7월~2007년 8월) 감독은 전술 및 전략적으로 가장 무기력한 지도력을, 울리 슈틸리케(65.독일, 2014년 9월~2017년 6월) 감독은 벤투 감독과 같은 사람 중심이 아닌 자신의 축구철학 구현만을 앞세웠던 감독으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이들은 한국축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짐을 쌌다.

이로 인하여 한국축구에 필요한 외국인 감독은 보수적인 성향의 외국인 감독 보다는 사람 중심의 축구를 구현하며, 전술 및 전략적으로도 선진축구를 구현할 수 있는 진보적인 감독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외국인 감독의 아무리 좋은 축구철학과 비전도 한국의 국민성을 벗어날 수 없는 선수들의 특성을 외면한 전술에만 얽매인다면 한국축구에 제2의 히딩크가 될 수 없다. 벤투 감독이 주장하는 점유율에 의한 빌드업 축구의 전술 의미는 충분히 이해된다.

아울러 한국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며 축구선진국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분명 벤투 감독의 핵심인 점유율에 의한 빌드업 축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부임 이후 현재까지 벤투 감독 축구철학이 실제 경기장에서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편으로 벤투 감독은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자주 화를 내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는 지도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다. 그 같은 행동은 사람 중심의 축구 구현과는 거리가 멀고 또한 지도자로서 안정적인 팀 지도와 더불어 경기 분위기를 상승시키는데 저해 요인으로, 선수들이 갖게되는 경기에 대한 열정과 신뢰 부문에 있어서도 역행하는 지도력이어서 지도자로서 절대 취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한국축구는 10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기 위하여 벤투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그렇지만 벤투호는 기대와는 다르게 결정력 부족에 발목이 잡힌 채 답답한 경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자신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지 못하며 힘들어 하고 한편으로 기대와 희망을 가졌던 축구팬들은 확고한 점유율에 의한 빌드업 축구의 시험에 대한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벤투 감독 축구 철학에 대하여 갈수록 의구심만 증폭되고 있다.

어디까지나 벤투 감독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전술과 함께 전략 운용만이 현재 벤투호의 답답한 경기에 의한 결정력 부족을 극복하며 한국축구의 10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을 성취시킬 수 있다.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과 다음달 부산에서 개최(2019년 12월 10일~18일)되는 2019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2020년 9월 3일~2021년 10월 12일)이다. 진정 한국축구는 실패 후 다시 도전해야 할 가치를 느끼지 않을 만큼 성공 이후 종착점을 향해 도전해야 할 위치에 있다.

김병윤(전 용인축구센터 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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