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YG FC 유상수 감독, “올해 1승도 못했지만 내년에는 무시 못하게 해야죠”
입력 : 2019.10.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과거 K리그의 베테랑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유상수(46) 감독은 요즘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지휘봉을 잡은 서울 강서 YG FC의 재정비를 위해서다.

서울 강서 YG FC의 구단주는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29, 감바 오사카)이다. 김영권은 2년 전 자신의 이름을 딴 서울 강서 YG FC라는 18세 이하(U-18) 축구클럽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 팀의 대표는 김영권의 부친인 김성태 씨다.

고려대 여자축구부를 지휘하던 유상수 감독은 지난 3월 이 팀을 맡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팀을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팀은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역사가 짧아 선수 스카우트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처지는 전력, 스카우트의 어려움 등으로 서울 강서 YG FC는 올해 단 1승도 얻지 못했다. 항상 대패해서 유상수 감독은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패당할 때의 오대영이라 불린 것에 빗대어 오대영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유상수 감독도 스트레스 속에서 그만둘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적자를 보더라도 좋은 선수를 키워내고 싶다는 김영권과 서울 강서 YG FC의 방침까지 저버리지 못했다. 그는 마음을 잡고 하나씩 팀을 재정비했다.

유상수 감독은 “내년을 대비해서 나름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했다. 내년에는 우리 팀을 무시하고 나오는 팀은 한 번 당할 것이다. 우리 팀을 우습게 생각하지 못하게 보여줄 것이다”라고 웃으면서 서울 강서 YG FC의 장밋빛 미래를 바라봤다.

- 2008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한 것으로 안다. 서귀포고 코치를 시작으로 군산제일고 코치, 수원공고 코치, 울산현대미포조선 코치, 울산 현대 코치, 고려대 여자축구부 감독 등 다양한 팀을 거쳤는데?
처음에 은퇴하고 나서 프로팀만 하려고 했는데 조민국 감독님께서 밑에서부터 해야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고교에서 지도자를 시작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상위 팀으로 가려고 했는데 고교에서 재미를 느꼈다. 꼭 상위 팀에서 지도자를 해야 하는 건 아니고 어디서 하든지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뒤 고려대 여자축구부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뒤 여기로 왔다.

- 서울 강서 YG FC는 어떤 계기로 팀을 맡게 됐는가?
김영권의 에이전트가 제안했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난 3월에 왔다. 생각보다 쉽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팀이 창단한 지 얼마 안 됐고 잘 알려지지 않아서 홍보했는데 쉽지 않았다. 이 팀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았다. 선수 스카우트를 하는데도 선수의 부모님들이 원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도 (김성태) 대표님과 얘기하면서 힘들어도 해보자고 했다.

- 유상수 감독의 선수 시절에는 없던 클럽 18세 팀이다. 클럽팀은 처음일 텐데 기존 학원 축구 팀이나 프로 유스팀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주위에서 클럽팀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았다. 개인이 운영하는 클럽팀이 많은데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았다. 나도 이 정도로 안 좋을지 몰랐다. 그래서 일반 학원 축구보다 더 학원 축구 같은 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다 내보냈고 새롭게 선수를 데려와서 이제 안정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 힘들지만 지금 고교 1, 2학년 선수들은 많이 좋아졌다.

- 서울 강서 YG FC는 2017년에 창단한 신생 클럽팀이다. 현재 팀을 재정비하는 단계로 알고 있는데?
몇몇 클럽팀들은 지도자들이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다. 여기는 반대다. 영권이가 축구 선수로 성공하면서 돈도 많이 벌었다. 환원까지는 아니어도 이런 축구팀을 만들어서 좋은 선수를 배출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래서 매년 몇억 원씩 적자다. 그런데도 매년 투자를 하고 있다. 선수들 숙소 하려고 부천에 건물도 하나 매입했다. 선수만 잘 갖춰지면 팀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 부천SK, 안양LG, 전남에서 뛰었고 K리그 통산 297경기를 뛴 베테랑 선수로 기억한다. 선수 시절 자신은 어떤 선수였는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혼자 서울에 올라왔다. 나는 축구 경기를 하면서 늘 자신감이 차 있었고 축구 좀 한다고 생각하면서 했다. 하지만 프로에 가니까 나보다 나은 선수들이 많더라. 더 큰 선수가 됐으면 했는데 그게 좀 아쉬웠다.

- 프로에서 뛰면서 어떤 감독이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가?
프로팀 감독님들보다 어렸을 때 초등학교 때 한국전력에서 지원하는 코치가 있었다. 내가 있던 곳이 춘천이었는데 지방 학교는 그런 선생님을 채용하는 것이 힘들다. 당시 그 코치 선생님으로부터 무조건 기본기 훈련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경기에 나가는 것이 재미있었지, 기본기는 재미없었다. 항상 기본기만 했는데 2년 정도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이 무서우니 대꾸도 못 했다. 나중에 보니까 당시 선생님이 정말 고마웠다. 그때 안 했으면 내가 이만큼 했을지 모르겠다.

- 풍부한 프로 경험도 선수들의 지도에 좋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선수들에게 몸 관리에 대해 많이 얘기하지만 못 받아들이고 있다. 난 1시간을 하더라도 100%를 하면 좋겠는데 아직 선수들이 모른다. 그리고 우리 때보다는 절실함이 떨어지는 것 같다. 주위에서 얘기해도 자기에게 편한 것만 찾으려 한다. 축구 선수를 하러 왔으니 어느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항상 얘기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관두기만 한다. 노력해서 따라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것이 제일 안타깝다.

- 김영권이 만든 클럽팀이라는 점이 이 팀을 주목하게 한다. 감독으로서는 어떤가?
팀을 소개할 때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아직 부모님들은 실감하지 못하신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영권이의 존재감이 있다. 올겨울에 영권이가 시즌 끝나고 들어오면 동료 대표팀 선수들 몇 명과 함께 팀에서 훈련하면서 한 경기 같이해보려 한다.

- 이 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팀이 올해 1경기도 못 이겼다. 내가 축구를 시작한 지 35년가량 됐는데 1승도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대영으로 지는 경기가 많아서 내 별명도 히딩크였다. 그래서 히딩크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내년을 대비해서 나름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했다. 내년에는 우리 팀을 무시하고 나오는 팀은 한 번 당할 것이다. 우리 팀을 우습게 생각하지 못하게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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