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벤투, 투르크 수비축구 구사 예단 버려라
입력 : 2019.09.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한국이 10일 밤 11시 (한국 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2022년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첫 경기를 치르며 카타르 FIFA월드컵 본전 진출을 위한 대장정에 돌입한다.

한국은 2018년 러시아 FIFA월드컵 본선 16강 진출(1승2패) 실패 직후인 8월 말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을 선임 발 빠르게 카타르 FIFA월드컵 준비에 들어갔다. 벤투 감독은 부임 1년여 만에 통산전적 10승6무1패 기록하며 한국의 10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에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벤투 감독은 1997년 대표팀 전임 감독제 시행 이후 부임초 A매치 6경기 연속 무패(3승 3무)의 빼어난 성적으로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며 현재까지 신뢰와 기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통산 전적에 걸맞지 않게 벤투호를 보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이는 전적으로 경기력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벤투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방 압박과 후방 빌드업을 통한 빠른 축구를 표방했지만, 국내 평가전을 제외하고 전체적인 경기력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 이에 벤투 감독 축구는 특징이 없다는 쓴소리를 들으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5일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가진 약체 조지아와 평가전에서 저조한 경기력 끝에 가까스로 황태자 황의조(27.지롱댕 드 보르도)의 '투샷투킬'로 2-2 무승부를 기록함으로써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사실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아시아 2차 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 조지아와의 평가전은 그 의미와 가치성은 컸다.

먼저 경기를 불과 1주일여 앞두고 승리로 인한 대표팀의 분위기와 자신감 상승은 물론 전술, 전략 다지기와 함께 플랜 B의 활용과 점검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파격적인 라인업 구성과 더불어 3-5-2 포메이션을 꺼내들고 조지아와 격돌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물론 이 같은 파격적인 라인업 구성과 포메이션 선택은 전적으로 벤투 감독의 의도된 계획에서 비롯된 선택이지만, 공식 경기를 불과 5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지도자가 실험을 명목으로 현실적이지 않은 파격적인 라인업 구성과 포메이션 선택을 했다는 것은, 일반적이지도 않고 또한 지도자로서의 기본에도 어긋나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포백을 기반으로 한 4-2-3-1, 4-1-3-2, 4-4-2 포메이션 등을 즐겨 사용하며 승률을 높여왔다. 따라서 이날 조지아와의 스리백 선택의 3-5-2 포메이션은 의외였고 결국 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되며 실패작으로 끝나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의 스리백 3-5-2 포메이션 선택 가능성은 희박해 졌다. 한국 선수들에게 스리백은 익숙하지 않아 활용에 의한 실속은 떨어진다. 그와 같은 점은 지난 6월 호주와 가진 평가전(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말 사우디아라비아와 가진 평가전에서도 처음으로 스리백 포메이션을 가동했지만 경기력은 기대치를 훨씬 밑돌아 스리백 선택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벤투 감독은 2019년 UAE 아시안컵에서는 포백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소화했지만 그마져도 카타르에게 일격(0-1)을 당하며 우승은 고사하고 16강전에서 탈락하며 실망을 안겨주고 말았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철학에 잘 변화를 주지않는 '보수적' 팀운영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공식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실험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파격적인 라인업과 스리백 포메이션을 선택하여 경기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해될 수 없으며, 이는 곧 파울루 벤투 감독이 주장하고 있는 경기지배에 의한 빌드업 축구와도 정변 배치된다. 공식대회를 앞둔 경기는 모든것이 실전 경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조지아와의 평가전에 벤투 감독의 선택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편으로 조지아와의 평가전을 최악의 경기력으로 마무리한 데에는 파격적인 라인업 구성과 스리백 포메이션 선택의 문제점 외에도 황희찬(23.잘츠부르크)의 윙백 기용도 하나의 악수로 작용했다. 여기에 이와같은 문제점 외에도 간과하지 않으면 안 될 부문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평가전에서 적용된 개정된 골킥 경기규칙이다. 벤투호의 최악에 경기력은 궁극적으로 이로 인하여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IFA 랭킹 94위 조지아는 전후반 '시종일관' 페널티에어리어 내에서 부터 압박을 시도했고 한국은 이에 전반전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공격도 안되고 수비도 안되는 총체적 난국 상황을 초래했다. 이점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 벤투 감독이 간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수는 단 한 번에 끝나야 한다. 조지아와의 평가전에 고스란히 드러난 벤투호의 문제점이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개선되고 변화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승리는 결코 보장 될 수 없다. 설령 벤투 감독이 투르크메니스탄전에 포백을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 카드를 꺼내든다 해도 여기에 전제 조건은 있다. 그것은 각 포지션에 누구를 어떻게 누구와 세워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선수 기용에 치밀한 계산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최상의 조합 구성이다. 또한 효과적인 다양한 전술과 전략, 지략 준비는 필수적인 사항이며 여기에 투르크메니스탄이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구사할 것이라는 판단도 버려야 한다.

분명 벤투 감독이 조지아전을 통하여 야심차게 준비했던 선수기용과 전술, 전략은 실패작으로 끝났다. 이에 벤투 감독은 말 보다는 승리를 위한 현실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10일 한국과 격돌할 투르크메니스탄의 FIFA 랭킹은 조지아보다도 훨씬 낮은 132위다. 이 같은 객관적인 면만을 본다면 한국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진다. 하지만 조지아와의 평가전을 잊고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필요성이 있다. 이점은 조지아와의 평가전 후 대표팀 캡틴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대표팀은 놀러오는 곳이 아니다"라며 이를 분명히 상기시켰다.

축구에서 원정경기는 어렵고 또한 첫 경기는 힘들다. 만약 한국이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10월10일 스리랑카와 홈 2차전, 북한과의 원정 3차전, 11월14일 레바논 홈 4차전에 부담을 가질 수 있으며, 또한 벤투 감독 역시 신뢰와 기대감에 생채기를 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울러 한국의 10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의 대기록 수립 시나리오에도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어 이래저래 완벽한 경기력에 의한 승리만이 답이다.

김병윤(전 용인시축구센터 전임지도자)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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