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의 라인업] ''날 강하게 만든 히딩크, 연예인 같은 대박이''
입력 : 2016.08.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완주] 김성진 기자=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수많은 만남을 통해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만든다. ‘라이언킹’을 넘어 ‘노망주’ 혹은 ‘슈퍼맨’이라 불리는 이동국(38, 전북 현대)도 마찬가지다. 그는 오랜 선수 생활을 하면서 꼽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동국의 인생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이동국의 라인업’에 들어간 이들처럼.

최강희 | 전북 현대에서 사제지간
이동국 says_ “평생을 감사해야 할 분”
이동국의 축구 인생은 전북에서 최강희 감독을 만난 것과 만나기 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동국은 2009년 최강희 감독의 부름을 받고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최강희 감독의 믿음 속에 진정한 전성기를 열었다. 이동국은 최강희 감독과 함께 2009, 2011, 2014, 2015년 K리그 및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차지했다.
“제게 감독님은 평생을 두고 보답해야 할 분입니다. 제가 힘들 때 손을 잡아주셨고, 지금까지 제2의 축구인생을 살게 해준 분이십니다. 평생을 감사하고 보답해야 합니다.”

이시안(대박이) | 이동국보다 더 유명한 오남매의 막내 아들
이동국 says_ “가끔 연예인처럼 보이는 아들”
이동국만큼 유명한 이가 ‘대박이’ 이시안이다. 이동국이 오남매와 함께 KBS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울지 않고 귀여운 행동에 ‘아기보살’이라는 별명을 얻는 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빠가 20년 동안 해온 걸 2년도 안 돼 주목 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고, 저도 한번씩 볼 때마다 아이가 연예인처럼 보여요. (웃음) 아직 애기고 (다른 애기와) 똑같습니다. 주위에서 신기하게 쳐다볼 뿐이죠. 그래도 말도 조금씩 하고 하는 짓이 귀여운데 우리 집에서 어떻게 순한 애가 나왔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얘는 태어날 때부터 누나가 4명이라 복 받았죠. 여자애들이라 동생을 챙기고 보살펴주려고 하더라고요. (웃음)”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 이동국의 영국인 스승님
이동국 says_ “사우스게이트 감독님께는 미안한 생각뿐”
잉글랜드 축구의 젊은 지도자. 잉글랜드 대표로 A매치 57경기나 뛰었을 만큼 스타 플레이어다. 2013년부터 잉글랜드 U-21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2006~2009년에는 미들즈브러 감독을 지냈다. 이동국이 2007년 초부터 2008년 여름까지 미들즈브러에서 뛸 때 사제의 연을 맺었다.
“제가 미들즈브러에 갔을 때 감독님께서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하셨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출전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미들즈브러에 입단했을 당시 좋은 컨디션으로 갔다면 많은 것을 보여줬을 텐데, 십자인대 수술을 한 후라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었죠. 그 점이 많이 아쉬워요. 그리고 감독님께 미안한 생각도 들고요. 저를 믿고 기용하셨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한 감정이 제일 큽니다.”

이영표 | 1999년부터 국가대표에서 함께 뛴 동료
이동국 says_ “승부차기 실축 후 제2의 인생 살았다”
이동국과 이영표는 오랜 시간 국가대표로 함께 뛰었다. 그런데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이영표는 큰 실수를 했다. 이란과의 승부차기를 실축해 금메달 도전이 물거품 됐기 때문이다. 당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이동국을 비롯해서 병역 미필 선수가 많았다. 이들은 이후 국군체육부대 입대로 군생활을 했다.
“그 실축에 특별한 감정은 없어요. 승부차기는 누구나 실수를 하거든요. 리오넬 메시도 실수를 하는게 승부차기 입니다. 본인이 안 넣으려고 한 게 아니잖아요. (웃음) 그걸 떠나서 경기를 진 뒤에 동료들이 우는데 그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박)동혁이는 뒤에서 곡소리를 내면서 울더라고요. 그럴 성격의 애가 아닌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울컥했죠. 그 일 이후 전 제2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군대에서 느낀 것이 많아 고맙게 생각해요. 군대를 갔다왔기에 지금까지 롱런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은중 | 영혼의 투톱으로 불린 친구
이동국 says_ “은중이와 함께 한 그 시절이 기억에 남는다”
이동국과 김은중은 영혼의 투톱으로 불린다. 1998년 태국에서 열린 U-19 챔피언십에서 두 선수는 투톱으로 호흡을 맞춰 U-19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두 선수는 콤비 플레이를 펼쳐 많은 골을 합작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함께 뛰는 기회가 없어 실전에서 투톱을 이루지 못했다.
“U-19 챔피언십 때 우리 둘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많이 했었죠. 은중이를 믿었고 뛸 때는 맞춰서 패스가 왔습니다. 반대로 제가 은중이한테 맞춰서 빠지면서 패스도 하고요. 그 당시는 두려울 것이 없는 나이였고, 축구가 가장 재미이었죠. 은중이와는 축구하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호흡도 잘 맞았습니다. 밖에서도 같이 다니기도 했고요. 같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은중이가 은퇴하기 전에 함께 뛰는 그림을 그렸는데 아쉽게 불발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기억에 남아요.”

황선홍 | 프로 신인 이동국의 룸메이트
이동국 says_ “감독이라는 자리는 힘든 직업”
이동국은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뷔했다. 당시 룸메이트는 최고의 공격수였던 현재 FC서울감독인 황선홍이었다. 어린 이동국은 대선배로부터 공격수에게 필요한 여러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황선홍은 감독이 된 뒤 이동국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만큼 둘 사이의 유대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요즘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이세요. (황선홍 감독님) 얼굴을 보면 지도자를 하는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선수 때는 신경 쓸 것도 없고 감독님, 코치님 말씀만 듣고 따르면 되지만 지도자가 된 뒤에는 전체를 컨트롤 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부담도 생기는 것 같아요. 감독은 가장 힘든 직업인 것 같아요. 얼굴색이 좋아지셨으면 합니다.”

히딩크 | 이동국을 강하게 만든 2002년의 영웅
이동국 says_ “내가 시련을 이겨내고 강하게 만들어줬다”
이동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출전이 유력했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최종 명단 발표에서 이동국을 제외했다. 월드컵 탈락으로 이동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4강 신화를 조용히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의 아픔은 지금의 이동국을 만든 밑거름이 됐다. 히딩크 감독은 이동국을 더 강하게 만든 또 다른 은인이 됐다.
“좋은 쪽으로 생각합니다. 2002년 월드컵을 제가 뛰었다면 군대를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인터뷰를 하지도 않았을 거고요. 정신적으로 나약해져 서른 살이 넘었을 때 은퇴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히딩크 감독님은 제게 큰 시련을 줬지만, 제 자신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줬어요. 고마운 분이십니다.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분이세요.”

차두리 | 존경하는 선배보다 먼저 은퇴한 후배
이동국 says_ “두리는 지도자로서도 충분히 잘 할 것”
이동국과 차두리는 한 살 터울의 선후배다. 차두리는 고교 시절부터 이동국을 존경했다. 그런 차두리를 이동국도 좋아하고 함께 어울렸다. 차두리는 지난해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면서도 이동국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동국도 아끼는 후배의 은퇴의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새로운 인생의 성공을 바랐다.
“두리와 처음 경기를 한 게 고교 때였습니다. 두리가 저보다 먼저 은퇴할 줄을 몰랐네요. 두리는 축구를 취미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시작도 취미로 했을 거에요. 때 묻지도 않고, 이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싶습니다. (웃음) 두리는 자신이 원한 행복한 축구 인생을 걸어온 것 같아서 보기 너무 좋습니다. 지도자로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요.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할 것 같아요. 아버지(차범근)보다도 더 잘 할 것 같습니다. (웃음)”

이동욱 | 오남매가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배우 삼촌
이동국 says_ “좋은 관계 유지하고 싶은 잃어버린(?) 동생”
이동국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동생이 한 명 생겼다. 배우 이동욱이다. 프로그램에서 이동국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는 에피소드를 촬영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공교롭게도 둘의 이름이 비슷하고 프로그램 내에서 ‘케미’를 발산하며 우정을 나누고 있다. 얼굴도 비슷해 얼핏 보면 친형제 느낌도 난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삼촌입니다. (웃음) 아이들이 좋아하고 서로 생긴 것도 비슷해서 뭔가 통해요. 잃어버린 동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웃음) 서로 연락도 주고받고 있고, 시간 날 때 경기도 보러 온다고 하네요. 아이들에게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과의 만남은 좋은 경험이 되요.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래픽=이주희
사진=스포탈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수진 인스타그램, 이동욱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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