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스카우트(1)] 고려대 이상민, 빛내려 하지 않아 더 빛나지
입력 : 2016.04.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얼핏 보기에 평범하다. 있는 듯 없는 듯하다. 그런데 어디에나 나타난다.

올해 고려대 전력에는 구멍이 났다. 김건희(현 수원), 명준재(현 전북), 허용준(현 전남) 등이 줄지어 프로로 향했다. 팀을 짊어질 핵심 요원이 줄었다. 두께는 얇아졌고, 무게감 또한 몰라보게 가벼워졌다.

서동원 고려대 감독은 예년 수준을 따라가고자 부단히 애썼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등 번호 6번 이상민(20). 격렬하다. 미친 활동량으로 공수 전반을 오간다. 최전방에 놓인 채정관, 그 아래 자리한 장성재, 그리고 골키퍼 임민혁 등과 함께 생기를 불어넣는다.




고려대는 2016년을 맞아 여러 형태를 시도했다. 큰 틀에서 스리백과 포백을 오갔는데, 최근에는 세 명의 수비수를 자주 세웠다. 그 위에 수비적 임무를 수행할 미드필더 셋, 공격적으로 움직일 미드필더 둘을 놓는다. 그리고 전방에 공격수 둘을 배치한다.

숫자로 표현하자면 3-3-4(3-3-2-2). 모험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수를 즐겼던 서 감독의 성향이 스며있지 않았나 싶다.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유벤투스 원정서 썼던 전형(3-3-4, 혹은 3-3-3-1)과도 유사했다. 바이에른이 코스타, 로번 등 정통 윙어를 좌우에 뒀다면, 고려대는 중앙에 놓인 장성재 등이 측면으로 폭넓게 활동했다.

정형화된 패턴에 변칙을 주려면 선수단 개개인의 능력치가 따라줘야만 한다. 위치를 선정하고 밸런스 잡는 일도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 이는 이상민 등 감독의 구상을 구현해 보일 알짜들 덕에 가능했다. 심덕보 보인고 감독 체제 아래,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하나로서 전방 서포트 임무를 받았던 이상민은 고려대에서도 핵이 됐다.




축구계에 한평생 몸담은 한 어른이 말했다. "너희들 운동장에서 뛰는 거 보면 성격이 다 나와". 이상민도 그런 경우다. 축구 스타일에 성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평소 "스스로 튀기보다는 조연의 역할을 해왔어요. 제가 특출한 것도 아니고, 저 말고도 잘하는 동료들이 많아요. 빛이 나면 좋겠지만, 굳이 먼저 빛을 내려 하지는 않아요"라고 털어놓던 그다.

기본적으로 볼을 무리해서 차지 않는다. 공간이 나는 경우 과감히 치고 나가 득점까지 뽑아내지만, 그게 아니라면 최대한 간결하게 처리한다. 팀 조직을 등한시하고, 개인이 더 빛나려 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좀처럼 본인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 없다.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철저히 해낸다. 샤프한 외모에 멋 좀 내고자 치기를 부릴 법도 한데, 안 그렇다.

스타일상 차이는 있으나, 이재성(현 전북)이 고려대 내에서 수행했던 임무와도 비슷하다. 속도가 무척이나 빠른 것도, 상대를 압도할 특별한 기술을 갖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성실함을 근간으로 싸운다. 구석구석 관여하는 것을 제 색깔로 삼았으며, 팀이 필요로 하는 포지션 곳곳에 배치됐다. 이재성 역시 "전 고대에서 그냥 상민이처럼 부지런히 하려는 스타일이었잖아요"라고 돌아본다.

서 감독은 3학년이 된 이상민에게 소통의 리더십도 발휘해볼 것을 주문했다. '그라운드 안에서 대화를 많이 하라'는 것은 여느 지도자나 강조하는 사항. 단, 현장에서 이상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그보다 한 발 더 뛰며 몸으로 먼저 보여주려 한다는 게 본인 설명이다.

스스로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 감독 또한 이상민, 장성재 등 이미 체력적으로 검증된 선수들을 빼고 훈련 및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을 정도. 이를 바탕으로 동료를 커버하거나, 볼 방출 뒤 공간을 창출하는 등 제2 움직임을 완벽에 가깝게 가져간다.




한번 휙 보고 말 선수가 아니다. 곱씹을수록 은은한 향을 풍긴다. 서 감독은 이미 대학 첫해부터 이상민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두 번째 해였던 작년에는 "이제 프로팀 대상으로도 인기가 많네요"라고 말해왔다. "한두 번 보신 분들은 잘 기억 못 할 수 있어도, 여러 차례 관찰하신 스카우트 및 지도자들은 꼭 다시 물어오세요"라면서. 올해를 끝으로 더 큰 무대에 도전장을 낼 가능성도 작지 않다.

지금도 좋지만, 여기에 특별한 무언가를 더 얹느냐가 이상민의 앞길을 좌우할 터다. 만능을 요할 수는 없어도, 아직 더 배우고 채워가야 할 입장에서 미리 한계치를 그을 일은 아니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안정감은 갖추고 있다. 다만 공격적으로 더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을지도 더 지켜봐야 한다.

몇몇 프로팀 스카우트들 역시 입을 모았다. "부지런함은 이미 정평이 나 있죠. 그런데 무기를 하나 더 갖추면 향후 프로 생활에도 훨씬 더 유리할 겁니다".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사진=홍의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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