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뚝이' 김선민, ''아름다운 축구 구현하겠다''
입력 : 2016.02.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남해] 신명기 기자=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풀리지 않았던 김선민(25, 대전 시티즌)이 그토록 함께 하고 싶었던 최문식 감독과 만났다. 훈련 내내 웃는 얼굴, 적극적인 인터뷰 자세 등은 그가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버티고 여기까지 왔는지 짐작하게 했다. 자신에게 맞는 팀이 환영해준 덕분이기도 했다.

김선민은 168cm의 작은 키로 인해 주목 받지 못했지만 기술로 승부했고 기량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1년 U-20 월드컵 대표팀에도 발탁됐고, 경기에 뛰진 못했지만 김진수, 장현수, 백성동, 이종호, 윤일록 등과 한 팀을 이루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미드필더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음에도 그의 선수 생활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부상과 불운이 겹치며 꽃필 수 있었던 20대 초반을 아쉽게 보냈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김선민은 J리그를 떠나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으로 이적해 재기에 나섰다. 김선민은 곧바로 내셔널리그를 평정, 16경기에 나서 11골 3도움을 기록했다.

자신을 담기에는 비좁았던 내셔널리그를 떠나 울산 현대에 입단한 그는 18경기를 소화했다. 데뷔전이었던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와의 AFC 챔피언스리그서 맹활약하며 기대를 받았지만 윤정환 감독 부임 이후 자리를 잃었다. 길을 찾기 위해 지난 시즌 FC안양으로 임대돼 6골 2도움을 올린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대전 시티즌 유니폼으로 갈아 입어 부활에 시동을 걸고자 한다.

지난 1월 대전으로 이적한 김선민은 동계 훈련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지난 23일 3차 훈련지인 남해에서 만난 그의 입에서는 ‘행복’, ‘재미있다’라는 단어가 연신 쏟아져 나왔다. 자신이 최적화될 수 있는 기술축구를 하는 최문식 감독과의 만남과 한껏 올라온 몸상태 덕분이었다. 최문식 감독도 출중한 기량에 활발하고 정신력이 강한 김선민을 영입한 것에 대해 “대만족한다”는 말을 꺼내 정도다.

동료들도 반가워하긴 마찬가지. 지난 시즌 대전의 에이스로 급부상한 황인범은 “선민 형이 와서 정말 다행이다. 올 시즌 함께 발을 맞춰나갈 수 있어 기쁘다. 재능과 경험이 많은 선민 형의 합류로 한시름 덜었다”라며 만족했다.

최문식 감독과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선호하는 김선민의 롤모델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다. 이니에스타도 키가 작지만 탁월한 기술과 패스 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한다는 점에서 김선민과 공통점이 많다. 게다가 대전의 레전드 이관우의 등번호인 8번을 받은 김선민은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신과 색깔이 맞는 팀, 감독을 만나 어느 때보다 시즌 전망은 밝아 보인다.

다음은 김선민과의 인터뷰 전문.

- 대전으로 이적한 소감은?
축구하면서 소원이 최문식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청소년) 대표팀에 있었을 때부터 최문식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감독님이 맡고 있는 팀에 오게 돼 영광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 정말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이다. 이번에는 부활을 노리는 대전이다. 이런 팀의 상황과 자신의 스토리가 예사롭지 않은 인연으로 보이는데?
대전도 그렇고 나도 올해 굉장히 중요하다. 대전도 명예를 찾아야 하고 나 역시 축구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시기다. 어느 때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

- 놀라는 팬들도 많았다. 울산, 대전 팬들의 희비가 갈리기도 했는데 이적 계기는?
지난 시즌 감독님이 부임할 때부터 전화가 왔다. 전부터 감독님과 꾸준히 연락은 했었다. 감독님이 함께 하자고 했지만 이미 안양으로 임대된 상황이라 대전으로 올 수 없었다. 시즌 후 이야기를 하기로 했고 감독님과 만나 대화를 한 결과 감독님도 나를 원하고 있다고 하셨다. 울산이 서명원 선수를 원하는 시점에 서로 좋은 상황에서 이적하게 돼서 다행이다.

- 최고 수준의 유망주였지만 K리그, J리그, 내셔널리그 등 다양한 무대를 거쳤다. 자신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본에서 부상으로 아쉬움이 있었다. 그때는 젊었고 어렸기 때문에 낙심하진 않았다. 내가 활약할 수 있는 때가 올 거라 생각했고 늘 준비해 와서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황인범을 비롯해 동료들이 반가워하는 눈치다. 적응은 마쳤나?
적응은 다 됐다. 영입한 선수들이 훌륭해서 최근 훈련이 너무 재미있다. 물론 여기 와서 느낀 것이지만 선수의 성장은 어떤 감독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 감독님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비슷해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 믿는다.
인범이가 좋은 이야기해줘서 칭찬 하나 해줘야겠다. (웃음) 지난 시즌 인범이가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 선수와 함께 뛰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와서 뛰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정말 잘 맞고 우리가 눈빛만 봐도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것 같다.

- 서명원이라는 대전의 큰 기대주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관우의 등번호인 8번도 받았다. 자신감과 부담 중 어느 쪽이 더 큰가?
솔직히 부담이 더 크다. 서명원 선수가 대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잘 알고 있어서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런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컨디션도 좋아서 지금으로서는 좋은 예감이 든다. 8번을 받은 것은 감독님이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데 이니에스타처럼 플레이하라고 주신 것 같다. (웃음) 그런 의미로 주셨으니 그런 플레이에 맞게 활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 몸상태는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나?
90% 정도까지 올라왔다. 개막까지 100%로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자신이 생각할 때 인생 최고의 경기는?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울산 시절 데뷔전이었던 AFC 챔피언스리그 웨스턴 시드니 원정 경기였다. 내가 경기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그 경기가 기억에 남는 것 같다.

- 최문식 감독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축구를 선호하나?
무조건이다. 나는 항상 바르셀로나 축구 밖에 보지 않았다. 그 경기를 보면서 독학하고 연구했다. 그런 플레이, 팀을 좋아하는 감독님과 함께 하니 정말 행복하다.

- 어떤 선수를 보고 참고하나?
윤빛가람 선수다. 해보니까 정말 차원이 다른 선수 같았다. 깜짝 놀랐다. 일단 축구 지능이 다른 선수들과 다른 것 같고 보는 눈도 다르다. 화려하진 않지만 부딪쳐봤을 때 축구 천재라고 느낀 선수는 윤빛가람 선수였던 것 같다

- 측면과 중앙 모두 가리지 않고 잘 뛰는데 선호하는 포지션이 있나?
중앙을 더 선호한다. 감독님 스타일상 사이드를 봐도 내가 원하는 프리롤로 감독님이 하게끔 하시기 때문에 측면도 상관없다.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뛰고자 한다.

- 올 시즌 전망과 목표는?
동계 훈련 시작 후 두 달이 지났는데 선수들이 좋아지고 있다. 감독님이 만들려는 축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조직적인 면이 좋아지고 있다. 문제는 다른 챌린지 팀들도 영입을 잘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비교적 어린 선수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공격 포인트 10개다. 스타일상 많은 포인트를 올리기 보다는 경기력이 좋은 편인 것 같다. 골과 도움 5개씩 올리고 싶다.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쉽게도 대전에는 팬들이 많이 (경기장에) 없는 것 같다.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팬들이 많이 찾아와 주는 것 밖에 없다. 선수들은 팬들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줘서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다.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신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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