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정원진, 포항이 기다린 또 하나의 유스
입력 : 2016.02.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대학에 진학해 조금 더 갈고 닦든지, 프로로 직행해 부딪히든지. 고교 졸업을 앞둔 이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전자는 성인 무대에 적응할 여유를 두려 한다. 아직 덜 여문 몸을 단단히 만들고, 더욱 빠른 경기 템포에 익숙해지는 것이 목표다. 최진철 포항 감독 역시 "특출한 선수가 아니고서는 고교에서 바로 올라와 기회를 잡기 어렵다"며 대학행의 가치를 설명했다.

정원진(21)도 마찬가지다. 포항제철고를 졸업하고, 영남대로 향해 3년을 수련했다. 그간 대학 선발 팀에도 곧잘 얼굴을 내비쳤던 그는 이제 더 높은 무대인 스틸야드 입성을 준비한다.




정원진은 포철고 졸업 당시를 냉정히 바라봤다. "프로에서 바로 뛸 능력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본인을 진단한 그는 "대학에 가서 성인 무대에 걸맞은 경험을 하고 왔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라며 복기했다.

포항 축구를 꽃 피운 유스 출신 선수들도 대부분 대학을 거쳤다. 신진호부터 이명주, 김승대, 손준호까지. 대부분 3학년을 마친 뒤 프로 팀으로 넘어와 만개했다. 정원진도 급할 게 없었다. "형들도 다 밟아왔던 코스이기에 조급함은 없었다"며 속내를 말했다.

선배들 대부분 영남대를 거쳤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병수 감독은 영남대를 축구 명문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 대학가에서는 '축구를 처음부터 새로 가르쳐주시는 감독님'으로 통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착실히 배운 이들이 현 포항의 골격을 구성했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원진 또한 스스로 발전 배경을 돌아봤다. 영남대 생활에 대해 "새로운 축구를 배웠다고 생각한다"면서 "김 감독님은 밤새워 연구하시는 열정을 갖고 계셨다.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어떻게 축구를 해야 편하게 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셨다"고 언급했다.




대구 소재 대학교에 다녔음에도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꾸준히 스틸야드를 찾았다. 포항을 '1순위로 와야 할 팀'이라고 여긴 정원진은 경기장을 방문하지 못한 날에는 영상을 돌려보며 미래를 준비했다.

그러던 중 급작스러운 소식도 날아들었다. 5년간 포항을 이끈 황선홍 전 감독이 결별을 선언한 것. 황 감독이 입혀 놓은 짧은 패스 위주의 축구에 "나 역시 잘 맞을 수 있겠다 싶었다"라며 자신만만해했지만, 최 감독이 새로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정원진은 이를 또 다른 기회로 여겼다. 최 감독이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기존 포항의 색깔을 잘 가져가고 싶다"라고 한 데 대해 "감독님이 바뀌고, 팀이 젊어지는 등 변화가 많았다. 모두가 새로운 시작점에서 출발하는 만큼 스타일에 잘 맞춰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본인에 대해 "욕심이 아주 많다"고 표현한 정원진은 프로 데뷔도 어느 정도 의식을 하고 있다. 포항이란 구단에서 신인이 재빨리 기회를 잡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이에 "너무 빠르게 생각은 안 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동계 훈련부터 반 년 정도 열심히 배우다 보면 좋아질 것이다. 5~6월쯤에는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 목표다"라고 털어놨다.

마침 프로 초년생에게 좋은 멘토도 생겼다. 2년 선배 손준호. "준호 형이 최근에도 만나 '어떻게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말을 해줬다"던 정원진은 "남한테 의지하지 않는 게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곳은 프로 세계고, 더없이 냉정하다고 들었다"며 본인의 앞길을 내다봤다.

포항은 오는 9일 하노이 T&T와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 시즌 레이스를 시작한다. 정원진은 태국 방콕 전지훈련에서 열린 중원대와의 연습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렬하며 기대를 높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홍의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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